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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대추리에게도 잔인했다
5월은 대추리에게도 잔인했다 ⓒ dczume
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평화의 벽 앞에 두 노인이 앉아 있다. 대추리가 죽임의 땅으로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다.
평화의 벽 앞에 두 노인이 앉아 있다. 대추리가 죽임의 땅으로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다. ⓒ dczume
2006년 5월
나는
살림의 땅 대추리가
죽임의 땅 미군기지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려야 할 땅에 공병대가 철조망을 친다, 들이 운다
농부가 씨앗을 뿌려야 할 땅에 공병대가 철조망을 친다, 들이 운다 ⓒ dczume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가
국민을 위협하는 용병으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평화로운 오후 한낮, 대추리 들판에는 철조망과 경찰과 군인들만 늘어갔다
평화로운 오후 한낮, 대추리 들판에는 철조망과 경찰과 군인들만 늘어갔다 ⓒ dczume
농민이 있어야 할 땅에
군인들이 들어차고
생명의 씨앗으로 농사 지어야 할 땅이
쇠말뚝이 박히고 철조망을 두른 전쟁터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땅을 지켜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땅을 지켜주지 않았다 ⓒ dczume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우리네 삶터인 논과 들이
미군기지라는 죽임터가 되어야 하는지…
왜 국가는 자기 땅에서 농사 짓겠다는 사람들을
강제로 내쫓아야 하는지…
왜 자주 국방을 외치며 독도를 지켜내려는 국가가
외교 마찰과 이전 비용을 운운하며 대추리엔 용역 깡패들을 보내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민의 동의조차 받지 못한 정책은 어느새 '국민'의 이름으로 '국책'이 되더니 곧 국민을 때리고 국토를 짓밟았다
주민의 동의조차 받지 못한 정책은 어느새 '국민'의 이름으로 '국책'이 되더니 곧 국민을 때리고 국토를 짓밟았다 ⓒ dczume
하여 나는 반대합니다.
주민들에게조차 동의받지 못한 미군기지 확장을 반대합니다.
바르지 않은 가치를 명분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군대를 반대합니다.
지켜야 할 것과 막아야 할 것조차 구별하지 못하면서
공권력의 행사를 명하는 이 나라의 모든 우두머리들을 반대합니다.

국가가 버려도 대추리는 우리 땅이다
국가가 버려도 대추리는 우리 땅이다 ⓒ dczume
그리고 지지합니다.
자기 땅을 지키내려는 대추리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삶터가 죽임터가 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지합니다.
이 사람들의 뜻이 꺾이지 않도록 힘을 보태는 모든 이들을 지지합니다.

대추리를 생명의 땅, 살림의 땅으로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대추리를 생명의 땅, 살림의 땅으로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 dczume
국민은 국가를 존재케하는 근거입니다.
국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야 할 것은
바로 이곳이고, 바로 이들입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
대추리는 대추리 사람들의 땅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국가가 국민의 이름을 사칭하여
이들의 권리를 강제로 빼앗을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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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갈 곳을 잃은 옛따책방 쥔장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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