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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에서 널리 알려진 일림산의 철쭉이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다.
남도에서 널리 알려진 일림산의 철쭉이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다. ⓒ 서종규
철쭉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아파트 정원에 붉은 철쭉이 가득하다.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한 철쭉이 도시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너무나 고운 선홍빛 철쭉, 하얀 철쭉도 일품이다. 시절마다 피어나는 꽃들로 인하여 인간은 아름다움을 꿈꾼다.

지난 4일 아침 8시 30분, 산을 좋아하는 광주 사람들 8명이 남도 철쭉의 시작을 알리는 보성과 장흥 경계에 위치한 일림산으로 출발하였다. 화순 이양과 보성을 지나 일림산에 가는 길은 녹음으로 가득하다. 논에는 자운영이 붉은 꽃밭을 이루고 있다.

일림산 능선에 오르면 아래에 펼쳐진 보성 차밭의 절경이 눈에 들어 온다.
일림산 능선에 오르면 아래에 펼쳐진 보성 차밭의 절경이 눈에 들어 온다. ⓒ 서종규
보성은 다향제로 출렁거리고 있다. 다향제를 알리는 각종 현수막과 홍보물들이 가득하다. 오월의 신록을 그대로 채취하는 차의 고장답게 차밭이 죽 이어져 있다. 녹차 밭은 대개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층계마다 심어진 차나무가 계단을 이루어 길게 늘어져 있다.

오전 10시에 한치재에 도착했다. 일림산 등산길은 한치재에서 정상(667m)으로 오르는 5.7km 길과 용추골 골치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3.4km 길이 있다. 아니면 제암산 - 사자산 - 일림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을 타는 15km의 장거리 산행도 있다.

능선을 걷다 보면 남해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약간 남아 있는 황사로 인하여 그리움처럼 다가온다.
능선을 걷다 보면 남해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약간 남아 있는 황사로 인하여 그리움처럼 다가온다. ⓒ 서종규
한치재에서 잠깐동안 올라 능선에 서면 남해바다가 발아래 놓여 있다. 남해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약간 남아 있는 황사로 인하여 그리움처럼 다가온다. 율포해수욕장이 눈 아래 들어오고,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보성만의 잔잔함이 그대로 들어온다.

길 양옆에 핀 별꽃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별꽃은 꽃잎이 조금 컸다. 박혀 있는 꽃술로 별꽃엔 까만 점이 찍혀 있다. 그리고 가냘픈 각시붓꽃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인사한다. 땅에 딱 붙어서 꽃잎만 내밀고 있는 붓꽃이 앙증스럽다.

1주일 후면 저 능선 가득 붉은 철쭉꽃이 가득 피어날 것이다.
1주일 후면 저 능선 가득 붉은 철쭉꽃이 가득 피어날 것이다. ⓒ 서종규
일림산의 등산은 평탄하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능선으로 되어 있다. 능선 아래엔 남해바다뿐만 아니라 고랑고랑 차나무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차나무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차를 수확하고 있다. 차나무 고랑고랑에 울긋불긋한 사람들의 모습이 점으로 박혀있다.

철쭉을 기대하고 오르는 등산길엔 철쭉나무가 가득하였지만 꽃은 이미 다 떨어져 없고, 푸른 잎들만 가득 피어올라있다. 늘 그렇지만 철쭉이 온 산에 가득하게 피어 붉음이 하늘까지 물들이는 모습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산에 처음 오르기 시작할 때에는 꽃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하지만 꽃잎은 이미 다 지고, 푸른 잎새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을 때가 있고, 아직은 꽃망울들만 초롱초롱한 모습으로 하늘 가득 흔들리고 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만개한 철쭉을 찾는 발걸음은 항상 조심스러운 것이다. 등산 초입에 떨어진 꽃잎과 피어난 잎새를 보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꽃망울이 보낸 편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꽃망울이 보낸 편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 서종규
능선을 따라 걷는 발길을 연한 녹색의 새잎들이 떠받쳐주는 것 같다. 어찌 그리 싱그러운지 철쭉꽃을 찾아 떠난 등산이었지만 싱싱한 녹음으로 가득 차 있는 산에 폭 빠져든다. 하늘거리는 것과 같은 연한 녹음들이 우리의 마음을 연한 녹색으로 채워주고 있다.

11시에 용반삼거리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철쭉 산행을 나선 사람들이 많다. 용반삼거리부터는 길 양옆에 철쭉밖에 없다. 철쭉꽃은 몇 송이씩 피어 있고, 대부분 나무 가득가득 꽃망울들이 흔들거리고 있다.

꽃망울, 그것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꽃망울, 그것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 서종규
바로 이 길이 남도를 붉게 물들인다는 일림산 철쭉길이다. 이 용반삼거리에서 일림산 정산을 지나 사자산 - 제암산 능선에 이르는 12km의 길에 붉은 철쭉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하여도 가슴이 벅차다.

아쉬웠다.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수많은 꽃망울들이 흔들거리는 모습, 철쭉 너머 남해바다까지 날아갈 것 같은 붉은 기운을 쏟아내는 꽃망울들의 싱그러움, 만개한 붉은 철쭉 향연이 아닌 꽃망울들 사이를 걸어가는 산행, 몇 송이씩 피어 있는 철쭉의 모습이 반가워 인사를 한다.

철쭉꽃의 붉음이 하늘에도 가득 퍼질 것이다.
철쭉꽃의 붉음이 하늘에도 가득 퍼질 것이다. ⓒ 서종규
철쭉 너머 남해바다까지 날아갈 것 같은 붉은 기운을 쏟아내는 꽃망울들의 싱그러움
철쭉 너머 남해바다까지 날아갈 것 같은 붉은 기운을 쏟아내는 꽃망울들의 싱그러움 ⓒ 서종규
죽 이어진 철쭉 능선도 좋다. 1주일 후면 붉은 물결로 출렁거릴 것 같다. 터져 나오는 꽃망울들의 울림, 지는 꽃에서 안타까움을 맛본 것이라면 피어나는 꽃망울에선 희망을 본다. 생명을 품어내는 꽃망울의 잔치, 온 산은 붉은 생명으로 일렁거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12시30분, 일림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엔 많은 사람들이 꽃을 구경하고 있다. 아니 피어나는 꽃을 기대하고 있다. 어떤 군인들도 호남정맥을 따라 이곳까지 행군을 해 왔단다. 군데군데 피어 있는 몇 송이 꽃잎 아래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남해바다까지 날아가려고 두 손을 활짝 펼치는 사람도 있다.

만개한 붉은 철쭉 향연이 아닌 꽃망울들 사이를 걸어가는 산행
만개한 붉은 철쭉 향연이 아닌 꽃망울들 사이를 걸어가는 산행 ⓒ 서종규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일림산과 제암산을 시작으로 붉은 철쭉이 우리나라에 번져 나갈 것이다. 지리산 바래봉을 타고, 세석평전을 지나, 소백산으로 그 꽃길은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 가보지 못한 한라산 영실봉의 철쭉도 이제 곧 피어나겠다. 그리고 온 산에 녹음이 가득차겠다.

하늘거리는 것과 같은 연한 녹음들이 우리의 마음을 연한 녹색으로 채워주고 있다.
하늘거리는 것과 같은 연한 녹음들이 우리의 마음을 연한 녹색으로 채워주고 있다.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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