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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의 '주몽'의 주인공, 주몽, 소서노, 대서
ⓒ MBC
▲ 주몽 세트장 조감도
ⓒ MBC
▲ 동부여성 혜자성문사이로 본 기와거리와 성문
ⓒ 한석종
MBC가 창사 45주년 기념으로 야심차게 특별기획한 드라마 <주몽>(극본 최완규·정형수, 연출 이주환)이 오는 15일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당초 5월 8일 첫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지난 겨울 잦은 폭설로 세트장 공사가 한 달 정도 지연되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기획 단계서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모았던 MBC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의 전남 나주 오픈 세트장을 찾았다.

나주 영산포에 이르는 국도에 접어들자 산들은 더욱 겸손해하며 나직하게 내려 앉았다. 영산강 줄기를 끼고 너른 들판이 펼쳐지면서 차창 사이로 풋풋한 보리 내음이 물씬 풍겨와 평소 비염으로 답답한 콧속을 시원스레 뚫어 놓는다.

나주를 천년 목사 고을로 만든 것은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담양 용추봉 용소에서 발원한 영산강은 담양, 광주 들판을 굽이굽이 돌아 나주를 가로질러 무안과 영암 사이로 빠져 나간다.

영산강 유역에 끝없이 펼쳐진 나주평야는 일찍이 호남을 우리나라 제일 곡창지대로 만들었다. 나주의 풍년이 호남의 풍년이었으며 이는 곧 우리나라의 풍년을 가져왔다.

세트장 가는 길에 이제는 포구라는 말이 무색해져 버린 영산포에서 전라도의 명물 홍어를 대면했다. 톡 쏘는 그 맛이 진정 전라도의 맛과 멋이 담겨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 온 터라 빠트릴 수 없는 답사 코스였다.

홍어집에서 만난 한 노인은 "이곳 나주 사람들이나 나주 들판은 언제나 영산강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어. 영산강 줄기가 마르면 사람이나 곡식이나 강과 함께 바짝 타들어가기 마련이거든!"이라고 말했다. 노파의 깊게 파인 주름 사이로 영산강의 애환이 진하게 묻어난다.

▲ 세트장 너머에 펼쳐진 영산강 줄기와 연초록 바다를 이룬 나주평야
ⓒ 한석종
▲ 동부여성 성곽 위에서 바라본 거대한 왕궁
ⓒ 한석종
▲ 동 부여성 앞 기와거리
ⓒ 한석종
MBC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의 오픈 세트장은 나주시가 제작비 80여억 원 전액 지원해 건설한 것이다. 호남의 젖줄 영산강 줄기가 도도히 휘돌아 나가는 나주시 공산면 산자락 4만 2천여 평 위에 연초록 바다를 이룬 더 넓은 나주평야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었다.

이 오픈 세트는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성벽, 왕궁, 저잣거리, 철기제작소, 민가, 신단, 연못 등을 조성한다. 현재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으며, 나주시는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에는 관광 테마파크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나주 오픈 세트장을 찾았을 때 세트장 건설하청업체 인부 10여 명이 세트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가로막고 그동안 밀린 공사 대금을 지불해 달라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풋풋한 보리내음에 뻥 뚫린 콧속이 다시 막혀 온다.

지난 4월 12일 언론을 통해 세트장이 공개된 뒤 주말마다 5000여 명의 관광객이 대거 몰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전 벌써부터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졸본부여성 앞 거대한 혜자성문에 들어서자 초가집의 민가와 저잣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길은 흙먼지가 풀풀 휘날리는 채 다져지지 않은 황토길로 아직도 공사가 진행중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저잣거리를 지나 동부여성으로 이르는 또 하나의 혜자성문에 들어서자 제법 반듯한 상류층의 기와거리가 나타났다. 기와지붕 너머로 연초록 빛깔의 나주 들녘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사이를 영산강 줄기가 유유히 휘돌아 가고 있었다.

동부여성 성문에 들어서자 일순 사람을 압도하는 거대한 왕궁이 나타났다. 한눈에 주몽과 고구려의 힘이 억겁의 세월을 뛰어 넘어 바람에 실려왔다.

동부여성 뒷편에는 여러 채의 침전과 연못궁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동부여성 윗쪽으로는 팔갈형의 건물 신단이 우리 역사의 한 줄기를 이룬 영산강과 나주평야를 신의 자태로 굽어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역대 최대 세트규모를 뛰어넘어 영산강 줄기가 휘돌아가는 더 넓은 나주평야가 한 눈에 들어오는 가히 '서사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지면서 잃어 버린 영산포구의 갯내음이 진하게 풍겨온다.

▲ 세트장 건설 하청업체 인부들이 밀린 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입구를 가로 막고 있다.
ⓒ 한석종
▲ 혜자 성문 뒤 저자거리와 철기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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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는 아직도 진행중, 멀리 보이는 성문이 동부여성의 혜자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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