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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휴먼다큐 <사랑> '아내, 김경자'편
ⓒ MBC
너무도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한 편의 TV프로그램이 사람을 그렇게 울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남자의 사랑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제 눈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MBC 휴먼다큐 <사랑> '아내, 김경자'편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알았습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건 역시 사랑이었습니다. 시한부 3개월을 선고 받고서도 4년여를 살 수 있었던건 남편의 지독한 사랑의 힘이었고, 그 사랑을 애써 외면하지 못한 아내의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기적이었습니다.

아내 김경자는 처녀의 몸으로 유부남에게 시집와 전 처 자식을 친자식으로 생각하고 잘 키우겠다며 아이를 갖지 않으려고 했던 여자였습니다. 아이를 낳은 이후로도 친자식보다 형인 전 처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챙겨주고 편을 들어주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그런 아내가 2001년 시한부 폐암선고를 받고 4년 여의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은 한결같이 아내 곁을 지켰습니다. 예전에 몰랐던 사랑을 그때서야 알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냥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30kg이 채 나가지 않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내, 죽음보다 더 한 고통으로 차라리 이승의 끈을 놓아버렸으면 하면서도 끝내 그럴 수 없는 아내, 그런 아내를 지켜봐야만 하는 남편과 두 아들, 그러나 난 그들에게서 슬픔보다는 오히려 사랑과 행복을 보았습니다.

내내 눈물속에 보았지만 두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작은 아들을 군에 보내고 하염없이 눈물짓던 아내, 친 자식이면서도 늘 형의 그늘에 머물렀던 작은 아들을 보내면서 한번만 더 보고싶다고 울던 장면에서 처음으로 어머니의 감추었던 진실을 보았습니다. 왜 그러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마지막 장면, 한 남자가 아내의 시신 앞에서 통곡을 합니다. 남자도 그렇게 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잘 가라... 저 멀리 잘 가라... 가서 아프지 말고 잘살고... 나중에 나중에 다시 만나자..."

그의 말이 가슴을 때립니다. 세상에 그런 사랑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멋진 사랑을 하였고 행복한 삶을 함께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나중에 다시 만나서 못다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저의 마음 속에 뜨거운 여운이 남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반성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 김경자씨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아내를 지독히도 사랑한 남편, 이도식씨의 앞 날에도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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