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충남 예산 벤처농업박람회장에도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청보리 밭과 유채꽃 밭도 온 종일 내린 그 비에 푹 적었습니다. 그동안 박람회장 곳곳에 인공으로 심은 튤립과 백합, 팬지 등은 매일 물을 받아먹고 목을 축였지만, 주변 밭에 심은 유채와 청보리들은 물을 받아먹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유채와 청보리는 이 비가 반갑기만 합니다.
박람회장 뒤쪽에 호젓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진 유채밭과 보리밭은 도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지만, 벤처농업박람회를 찾은 농업인에게도 많은 웃음을 주었습니다. 농민들이 늘 보는 흔한 작물이지만 유채밭과 보리밭 사이로 만들어진 구불거리는 산책로가 농촌 마을의 시골길 같다며 좋아했는데, 특히 그곳 산책로의 곳곳에 세워진 정크 아트 작품 때문에 더욱 좋아했습니다.
그 정크 아트는 농업인에게는 정말 친근한 작품입니다. 그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들이 대부분 농사에 사용한 농기구와 농기계이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몸과 팔, 심지어는 얼굴까지도 찌그러지고 불품 없어진 농기구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볼품없는 것들이 모여 정말 근사한 작품이 된 것이지요.
"정말 기발하네… 못 쓰는 농기구도 모두 예술품이 되었구만…" 정크 아트 작품을 감상한 농촌 분들의 반응이 대부분 그랬습니다.
정크 아트 작품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소 치는 아이'입니다. 그 작품은 거대한 소 등에 올라탄 작은 아이가 컴퓨터를 두드리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소년은 소를 타고 가면서도 유비쿼터스 농업을 구현하는 내용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흥미있는 작품이 많습니다. 지게를 지고 가는 로봇의 짐은 커다란 브라운관입니다. 사물을 치는 작품은 그 표정이 한평생 풍물을 쳐온 풍물꾼의 얼굴 바로 그것입니다.
벤처농업박람회에서 정크 아트를 기획한 것은 농업의 희망을 작품으로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박람회를 지휘하고 있는 최성호 단장(충남농업기술원장)은 "못 쓰는 농기구와 농기계를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키듯, 현재의 어려운 농촌 현실도 벤처농업을 통해서 멋지게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작품을 만든 정크 아트 전문예술가인 오대호(51·충북 음성)씨도 "폐농기구와 농기계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여 평소에도 많이 사용하는 소재인데, 벤처농업박람회에 특별 전시한 작품들은 농업의 희망을 표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꽤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보리밭과 유채밭도 온종일 비에 젖었고, 그 길 곳곳에 자리 잡은 정크 아트 작품들도 비에 푹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마다 가득 담고 있는 농업에 대한 희망은 결코 젖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6일 비가 내리는 중에도 많은 여행객들이 박람회장을 찾았습니다. 원래 20만 명쯤을 목표로 잡았지만, 5월 5일까지 이미 30만 명이 넘는 도시민과 농업인이 박람회를 찾았습니다.
벤처농업에 대한 내용은 아벡스관과 초록농업관 등 5개 주 전시관에 나눠 전시되고 있습니다. 충남 16개 시·군마다 각각의 농특산물 전시관을 열고 있으며, 기업 홍보관도 80여개 꾸며져 있습니다. 동물가족체험장, 생활원예관, 분재 전시관 등도 특별한 볼거리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보고 체험할 거리가 많아 도시에서 온 가족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번 박람회는 5월 7일까지 열립니다.
2006벤처농업박람회홈페이지 www.avex2006.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