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YMCA 사무총장과 이사·이사장을 포함한 8명은 지난 4월 24일부터 30일까지 6박 7일간 쓰나미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아시아 시민사회단체 간의 연대와 지원을 통해 아시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뜻이 깊다. 특히 진주, 마산, 김해, 창원YMCA 등으로 구성된 경남YMCA협의회가 500만원을 지원해 이루어진 스리랑카 YMCA 프로그램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방문이 이루어졌다.
스리랑카는 작년에 밀어닥친 쓰나미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으며, 정부군과 타밀반군 사이에 내전이 그치지 않는 위험한 나라이다.
싱가포르까지 약 6시간, 싱가포르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까지 또다시 4시간이나 걸리는 긴긴 여정이었다. 긴 여행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무려 6시간을 날아 싱가포르 창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30분이었다. 1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한국 시간으로는 자정 12시 30분이다. 환승시간은 약 1시간, 우리는 콜롬보행 비행기 환승을 위해 서둘렀다. 창희공항은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 있었으나 이따금씩 느낄 수 있는 열기는 더운 나라임을 실감하게 했다.
다시 4시간을 날아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 자정인 12시 20분에 도착하였다. 한국과는 시차가 3시간 반,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3시 50분이다. 시간이 헷갈리기 시작했다. 공항 화장실을 찾았다.
우리나라 시골 시외버스 대합실 화장실과 비슷했다. 바깥을 체험하지 않아도 비디오였다. 스리랑카의 수준은 고스란히 공항 화장실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청사를 빠져나가니 손님들을 호객하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했다.
스리랑카 YMCA연맹 간사가 차를 대기하고 우리 일행을 맞았다. 넓지 않은 도로를 2시간여 달려서 도착한 곳은 콜롬보 외각의 펄 시티 호텔(Pearl City Hotel)이었다. 호텔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 시골 여관 수준이었다.
첫 방문지는 골(Galle) YMCA였다. 우리 일행을 실은 자동차는 스리랑카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줄줄이 늘어선 코코넛 나무와 바나나 나무들은 낯선 이방인들에게 이 곳이 열대 남국임을 넌지시 뽐내고 있는 듯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뒤 해안도로를 향했다. 쓰나미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뿌리 채 뽑혀나간 맹그로브 나무들, 무너진 집들과 한창 보수중인 해안가 마을들. 달리던 열차의 전복으로 17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열차는 시골 조그만 역사에 그날의 참상을 증명하려는 듯 부서지고 찌그러진 채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골 YMCA 관계자들의 안내로 아이들을 만났다. 이곳 YMCA는 쓰나미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쓰나미의 공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방인들의 방문에 낯설어 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쓰나미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번엔 모라투아에 도착했다. 한국YMCA연맹이 3500만원을 지원한 곳이 바로 모라투아 YMCA였다. 스리랑카 YMCA연맹 지도자들이 우리들을 환대해주었다.
한국YMCA연맹이 지원한 돈으로 그 지역의 숙원사업인 지역 커뮤니티센터(마을회관)를 건립할 계획이며 이미 부지도 마련한 상태였다. 한국인들에 대한 감사와 기대는 우리들을 맞는 모라투아 시민들의 모습과 눈빛에서 바로 읽혔다.
스리랑카 YMCA연맹은 모라투아 커뮤니티센터가 앞으로 수행할 사업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희망과 기대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한국YMCA연맹이 지원한 3500만원이 그들에겐 엄청난 재정이자 희망의 상징임을 알 수 있었다.
가난하지만 티없이 맑은 모라투아 YMCA 예쁜 소녀들의 축하공연이 이어지고, 선물교환과 기념촬영 및 양국 YMCA 지도자들이 우의를 다진 후, 우리는 다시 이튿날 정부군과 타밀반군의 분쟁지역 접경지대인 바부니아 YMCA 방문을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스리랑카 방문 사흘째인 4월 26일(수) 바부니아로 향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할 바부니아는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반군의 분쟁지역이라 다소 긴장되었다. 더구나 우리가 스리랑카에 도착하던 날 테러가 발생하여 법무장관이 부상을 당하는 등 스리랑카 정국이 불안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는 스리랑카 내륙을 횡단하여 북쪽으로 달리는 길이었다. 내륙풍경은 해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밀림이 이어지고 더 넓은 평원과 농토, 내륙 늪지도 펼쳐져 있었다. 목적지는 한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몇 시간을 더 달려야 했다.
바부니아가 가까워지자 무장 군인들이 거리 곳곳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고 차를 세워 검문을 하였다. 전장이 가까워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바부니아 YMCA 지도자들이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민 정착촌과 ‘암미 바비탄’이라는 바부니아 YMCA의 지원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갔다. 이 프로그램은 경남YMCA협의회가 500만원의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게 목적이었다. 또한 농업과 축산 및 채소재배에 재정을 지원하여 소득을 창출하게 함으로써 농민들의 자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경남지역 YMCA 지도자들의 스리랑카 YMCA 평화순례 사업을 위한 여행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여행이었다. 빠듯한 일정 탓에 힘든 여정(6박7일)이긴 하였지만 의미가 깊은 여행이었음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강재규 기자는 김해YMCA 이사 및 김해YMCA자치·환경·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