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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멀리 던지기. 그러나 멀리 던진 선수가 꼴지가 되는 수도 있다.
신발 멀리 던지기. 그러나 멀리 던진 선수가 꼴지가 되는 수도 있다. ⓒ 박철
올해에도 우리 교회에선 민주공원으로 봄 소풍을 갔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비가 오락가락해서 조금 걱정이었는데, 하늘은 맑게 개었고,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우리가 오는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칭칭 늘어진 등나무 등꽃들이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할머니들은 교회 소풍을 간다고 예쁘게 분단장을 하셨고, 젊은이들의 옷차림은 봄꽃처럼 화사한 게 보기만 해도 싱그러웠습니다. 부산 시내 한복판에 부산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그것도 부산 민주화 열사들을 기념하는 민주화 성지에서 한나절을 즐겁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뒤로 전달. 떨어뜨리지 마!
뒤로 전달. 떨어뜨리지 마! ⓒ 박철
ⓒ 박철
대충 자리를 잡고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조화로운 삶'이라는 제목의 설교가 있었습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싸가지고 온 보자기에선 각종 음식들이 마술 부리듯 나오는데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었고, 쑥떡, 회무침, 오곡밥, 시래깃국, 각종 나물무침 등 풍성한 식탁이었습니다.

얼추 식사가 끝나갈 무렵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자, 지금부터 보물찾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을 중심으로 위쪽으로 그리고 아래쪽으로 보물쪽지를 숨겼습니다…."

이거 마음대로 안 되네!
이거 마음대로 안 되네! ⓒ 박철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와!"하는 함성과 함께 애 어른 할 것 없이 말처럼 겅중겅중 뛰어나갑니다. 보물찾기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작은 종이쪽지에 희비가 교차되는 것이었습니다.

보물찾기를 마치고 편을 '좋은', '나무' 양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사람들이 꾸물꾸물, 사회자 말을 안 듣자 사회자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앞에서부터 앉아 번호!"
"하나, 둘…셋…."
"동작이 그것밖에 안 됩니까? 다시 앉아 번호!"
"하나, 둘, 셋, 넷…."

군기빠졌다. 앉자 번호!
군기빠졌다. 앉자 번호! ⓒ 박철
자 노인들 동작이 젊은이들처럼 민첩해지고 목소리도 우렁찹니다. 이어서 굴렁쇠 굴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양 편 선수들은 노란 조끼와 빨간 조끼를 입고 출전했는데 마음만 급했지 굴렁쇠 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도 '나무'팀에 끼어 선수로 출전을 했는데 잘못한다고 퇴짜를 맞았습니다. "목사님, 굴렁쇠 안 굴려 보셨어요? 쇠 걸이를 아래쪽에 걸어야 굴렁쇠가 굴러가지 그렇게 하면 쇠가 굴러간대요?" 못한다고 교우들에게 핀잔을 맞아도 좋았습니다.

영차, 영차 발을 맞춰.
영차, 영차 발을 맞춰. ⓒ 박철
줄넘기. 푸른 하늘을 날자.
줄넘기. 푸른 하늘을 날자. ⓒ 박철
다음은 단체줄넘기 차례가 되었습니다. 어느 팀 선수가 더 많이 줄을 넘는가 하는 경기입니다. 아이들은 사뿐사뿐 줄을 잘 넘는데, 아줌마들은 용기는 가상했지만 점프가 되지 않아 자꾸 줄에 걸립니다. 집에서 살림만 했지 언제 줄넘기를 해보았겠습니까? 누군가 소리를 지릅니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래. 다이어트 좀 해!"

"하나, 둘 셋…" 줄을 셀 때마다 사람들은 큰소리로 구령을 맞추며 응원을 하고, 줄에 걸릴 때에는 모두가 자기 일처럼 아쉬워합니다.

양쪽 팀 응원이 불이 붙고 모든 경기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장기자랑이 시작되자 용감한 아줌마부대의 디스코 춤과 즉흥 패션쇼가 흥을 돋우었습니다. 모든 이의 가슴이 뜨겁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 중 백미는 할머니들의 뽕짝메들리와 막춤이었습니다. 아마 삶의 애환이 담긴 몸짓이려니 하고 생각되었습니다.

디스코 파티.
디스코 파티. ⓒ 박철
금강산도 식후경.
금강산도 식후경. ⓒ 박철
그렇게 한참 게임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쉽지만 하루를 접고 또 내일을 위해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작은 교회의 봄 소풍, 하루만이라도 모든 걱정 근심 털어내고 한데 어우러져 하나가 되고 함께 웃고, 호흡하고 나누고…. 이것이 바로 천국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할머니들의 뽕짝 메들리와 막춤.
할머니들의 뽕짝 메들리와 막춤.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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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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