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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 서방한테 전화 해 봤나?"
"네."

"밥은 잘 챙기 묵는다 카더나?"
"네."

"밥 묵기 전에 한 서방한테 밥은 묵었는지, 별다른 일은 없는지 꼭 챙기 보고 밥 묵어야 한다."
"네."

남편이 부산으로 일을 간 지 열흘을 넘기고 있습니다. 남편의 안부를 챙기는 친정어머니의 채근은 아침저녁 하루도 빠지지 않습니다. 객지 밥 아무리 잘 먹어도 늘 허기지는 법인데 그나마 끼니는 잘 챙기고 있는지 걱정이라시며 들이쉬고 내쉬는 한숨에 땅이 꺼집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고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 어쩜 그리 맞는지... 시아버님이 절 예뻐하시는 것보다 친정어머니는 열 배 스무 배 더 남편을 예뻐하십니다.

어쩌다 옷을 한 벌 사도 제 것 아닌 남편 옷, 장날 반찬거리를 사도 남편이 잘 먹는 것, 어쩌다 외식 한 번을 하더라도 그날 메뉴는 남편이 좋아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십니다. 그런 어머니께 가끔 장난 섞인 투정을 부려 봅니다.

"어머니, 사위가 그렇게 좋으세요?"
"그럼. 조선 천지에 하나밖에 없는 내 사윈데."

"하나밖에 없는 사위가 하나밖에 없는 이 딸내미 호강도 못 시켜 주는데 뭐가 그렇게 예쁘세요?"
"호강이 뭐꼬? 삼시 세끼 밥 안 굶기고 마음 고생 안 시키면 그기 호강이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뒤웅박이란 박을 쪼개지 않은 채로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거나 꼭지 부분을 베어내고 속을 파낸 바가지를 말합니다. 이 뒤웅박에다 부자 집에서는 쌀을 담고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을 담기 때문에 여자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느냐 아니면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가느냐에 따라 그 여자의 팔자가 결정된다는 뜻으로 이런 말이 쓰였다고 합니다.

친정어머니는 제게 이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남편 잘 만난 덕에 이 험한 세상 마음 고생 안하고 삼시 세끼 밥걱정 안하고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거기다 잘난 것 하나 없는 당신 딸자식을 이 세상에서 최고라며 귀히 여겨 주니 어머니 입장에선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십니다. 흠을 잡기보다 늘 칭찬으로 힘을 북돋워 주고 내가 귀히 여겨 주어야 밖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으니 남편에게 늘 마음을 다하라고 말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딸 가진 죄인이라고 하더니, 당신 딸자식이 뭐가 그리 못나서 저리 사위에게 마음을 쓰실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듭니다. 사위를 향한 어머니의 그 애틋한 사랑이 결국은 이 딸자식을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남편과 제가 부부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인연은 다시 장모와 사위라는 천륜의 연을 맺게 했습니다. 그 천륜의 연이 빛바래지 않고 늘 고운색을 머금을 수 있게 하는 건 오로지 사랑뿐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십니다. 부부의 연도 천륜의 연도 더도 덜도 말고 늘 지금 같기를 지금 이 순간.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

사위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담뿍 담은 친정어머니의 러브레터. 봄바람에 실어 남편이 일하고 있을 부산으로 띄워봅니다.

덧붙이는 글 | '영상편지'에 응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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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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