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네 명의 아이가 빠진 가족 사진이다.
네 명의 아이가 빠진 가족 사진이다. ⓒ 조태용
밤 9시30분이 되어야 학원에서 돌아오는 것이 요즘 초등학생들의 삶이다. 학원 2~3개는 기본이고 밤 11시까지 학원을 다니는 초등학생도 있다고 하니 요즘 사교육은 열풍이 아니라 광풍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 일수록 사교육 열풍은 심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고 경쟁의 무기인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난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은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6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학원이 아닌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리산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자연학교를 꿈꾸는 가족이 있다.

주윤창씨 가족은 지리산 6남매로 꽤 유명하다. 10년 전부터 대구에서 지리산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의 삶 속에 우리 사회의 2가지 문제인 저 출산 문제와 사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리산 6남매가 사는 집
지리산 6남매가 사는 집 ⓒ 조태용
따뜻한 햇살을 가득한 지리산 자락에 옹기종기 살고 있는 지리산 6남매를 만나봤다.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마을이 지리산 6남매가 살고 있는 곳이다. 오미리에 도착해 가파른 마을길을 조금 오르니 산 밑에 황토집과 자연이 어우러진 예쁜 보금자리가 나온다. 이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 여기가 유명한 지리산 6남매 집이군요?
"우리가 사는 것이 뭐 특별한 것은 아닌데... 요즘엔 이렇게 사는 분들이 없으니 가끔 취재를 하러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 아이들을 특별하게 많이 낳은 이유라도 있습니까?
"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요. 그리고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은 아닌데... 또 생명을 주시니까 낳는 것입니다.

- 아이들이 많으면 돈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제가 지리산에 들어와서 소박하게 산다고 해도 돈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내가 동네의 무의탁 노인이나 환자분들을 도와서 받는 돈 50여만 원과 된장, 고추장 같은 것을 팔아서 버는 돈을 합하면 100만원 정도 됩니다. 이 돈으로 8명의 가족이 살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겐 특별히 용돈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용돈을 줄 형편도 되지 않지만 돈이라는 것이 노동의 대가로 받은 것이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직접 감자를 캐거나 집안일을 도우며 그때 몇 100원씩 용돈을 주는데요. 그것이 전부입니다. 아내가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림을 꾸려 나가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돈을 벌려고 기를 쓰면 돈을 벌 수 도 있겠지만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어지겠죠. 돈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들이니까요."

-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시던데요.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교육이 무엇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자연과 더불어 하는 마음공부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저는 사고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과 마음이 함께 성숙해야 사고의 중심이 바로 섭니다. 요즘 사람들은 주로 색을 주요시하고 향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이 사회라면 향기는 마음입니다. 학교에서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교육만 받으면 붕어빵 틀로 찍어낸 붕어빵처럼 동일한 같은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됩니다. 또한 마음공부를 않아 지식은 있지만 지혜가 없고, 이성은 있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적습니다. 저는 그래서 자연학교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진우와 재송이가 3일전에 부화한 병아리를 들고 있다.
진우와 재송이가 3일전에 부화한 병아리를 들고 있다. ⓒ 조태용
- 자연학교가 무엇이죠. 좀더 구체적을 설명해 주시죠?
"자연학교는 자연 속에서 마을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힘쓰는 마음 공부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제가 자연학교에서 하고 싶은 교육을 직접 하고 있는데요.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108배를 함께 합니다. 소학이나 기독교, 불교, 유교의 가르침도 함께 공부하구요. 그리고 자연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주변에 새나 풀 그리고 벌레들 만나면 이름과 쓰임에 대한 공부도 합니다. 밤에는 별자리 공부도 하구요. 또 세계화 시대에 맞게 영어나 중국어 공부도 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2~3번은 함께 주제를 정해 토론도 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학원에는 안 보내시겠네요?
"아닙니다. 학원에도 보냅니다. 택견이나 쿵후 도장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건강은 중요하니까요. 학원에 가고 안가고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학원에 있다면 부모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아이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돌다 집에 오면 TV를 보다 잠이 듭니다. 이런 생활은 지식은 얻을 수 있겠지만 마음을 키우기도 어렵고 부모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큰아들 진우는 동물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닭과 함께 놀거나 벌레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둘째 아들 재송이는 야생초에 대해 관심이 많고 시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사교육 때문에 집에 밤 10시쯤 돌아온다면 함께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이들과 벽이 생기는 것입니다."

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산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 조태용
- 그러면 자연학교를 만들려는 구체적인 계획은 있습니까?
"지리산 자락에 자연학교를 만드는 것이 저의 오랜 꿈입니다. 하지만 학교를 만들려다 보니 돈이 많이 들어 제가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에 동의 해주는 분이 있다면 함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지리산 6남매 재송이의 시


산수유꽃 노란가지 색깔도 곱고
매화꽃 하얀가지 꽃망울 터질 듯 말듯

개나리 꽃 작은가지 귀엽기도 하고
난초꽃 초록잎 향기도 은은하네

진달래꽃 분홍가지 부드럽기도 하고
햇살 꽃 빠알간 가지 세상을 밝게 비추네

새싹도 고개 내밀고 새들도 "지지배배"
개울물도 졸졸 햇살도 쨍쨍

아! 봄이 왔구나. / 주재송(11살 토지초등학교)
인터뷰가 끝나고 진우와 재송이와 함께 3일전에 부화했다는 병아리 구경을 했다. 아이들은 병아리를 쫓아 달리기도 하고 오리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재성이는 병아리가 신기한지 이리 저리 돌려 보면 관찰을 한다.

재송이는 집 주변에 자라는 야생초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것은 명아주고요. 이것이 부채 손 이것은 청미래덩굴, 돌단풍, 매발톱꽃입니다." 11살 아이 입에서 야생초의 이름이 줄줄이 나온다. 그 사이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줄 약초를 손질하고 아버지는 지붕수리를 하고 있다.

우리시대의 교육의 목적은 무엇일까? 경쟁사회에서 타인을 이기고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이미 그런 교육에 따뜻한 마음이 들어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역시 좋은 사회는 아닐 것이다.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돈과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아닌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옳다.

지리산 6남매가 삶으로 실천하는 자연학교가 그들의 꿈처럼 지리산 자락에 만들어져, 학교에서 학원으로 돌고 도는 쳇바퀴 같은 일상과 오염된 도시에서 지친 아이들이 잠시라도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공부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의 거래가 세상을 바꿉니다. 참거래연대
지리산 6남매의 사는 이야기가 담기 블로그가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asktoi?Redirect=Log&logNo=90004127703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