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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라면 문방구나 슈퍼 앞에 있는 작은 게임기 때문에 아이와 실랑이를 벌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흔히 아케이드 게임이라 불리는 오락실 게임기를 작게 줄여 놓은 이 게임기들은 그 크기 자체가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즐기면 딱 좋은 모양이다.

▲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게임 중독으로 인한 악영향이 이후 성장하면서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 장익준
어린이집 다닐만한 아주 어린 녀석들부터 중학생들까지 이 작은 게임기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제는 없을까? 대부분 컴퓨터 게임이 그렇지만 이 게임기들 역시 중독성이 높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게임기들로 인해 생긴 게임 중독이 이후 온라인 게임이나 다른 사행성 중독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크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구부정한 자세로 먼지가 많은 곳에 오랫동안 앉아서 작은 화면에 몰두하기 때문에 척추와 기관지 그리고 시력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돈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어서 쉽게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동전 잡아먹는 귀신이 되기도 한다. 용돈 문제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고 어떤 집에서는 게임 중독이 되어버린 아이가 부모 지갑에 손을 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문방구·슈퍼 앞 소형게임기, 범죄로 이어질 소지 있어

대부분 게임기들을 늦은 시간에도 켜 놓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과 접촉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돈을 빼앗기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다른 탈선이나 범죄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게임기들을 살펴보면 '제과류 자동판매기'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게임기들은 법으로 규제를 받는 오락실에 있는 것과 같은 '유희용 오락기'가 아니다. 동전을 넣으면 과자를 주고 보너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설치가 가능하다.

간혹 실제로 과자가 나오는 기계도 있긴 하지만 기계 내부가 뜨겁기 때문에 여기에 오래 들어 있던 과자를 먹는 것도 문제가 된다. 물론 누가 봐도 게임기인 것을 자동판매기라 눈가림 하는 것이 더 문제지만.

기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만 해도 상가에 있는 슈퍼마켓 3곳, 문방구 2곳, 비디오 가게 2곳이 '제과류 자동판매기'라 불리는 게임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다른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제과류 자동판매기'라는 명목으로 눈속임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미 수년이 지났음에도 관계 당국은 방치하고 있다.
ⓒ 장익준
자녀가 이런 게임기를 즐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녀의 통학로에 게임기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애들 장난이라고 방치하기에는 게임 중독이나 다른 여러 위험 요소가 만만치 않다.

TV나 컴퓨터 게임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이미 이것은 우리 시대의 환경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적어도 부모는 자기 아이가 무엇을 즐기는지 파악해야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 제공하는 건 어른들의 몫

아파트 주민들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이 게임기를 운영하는 분들은 슈퍼마켓이나 비디오 가게처럼 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상인들이기 때문에 의견을 모아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계를 켜는 시간과 끄는 시간을 정해 아이들이 통학하는 시간과 너무 늦은 시간에 게임기가 켜져 있지 않도록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단지 내 모든 가게가 같은 시간에 켜고 끈다면 위험 요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자를 좀 더 좋은 것으로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도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그냥 비닐만 씌우고 기계를 작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전 위험이 있으므로 비 오는 날에는 확실히 기계를 끄도록 요구하자.

업소 주인들이나 아파트 관리 사무소는 게임기 주변에서 어린 아이들을 노리는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이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 줄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게임을 너무 오래하면 좋지 않다는 경고문을 제작하여 부착하는 방법도 있겠다.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어른들 몫이다. 반상회나 부녀회, 입주자 대표회의 또는 학부모회 등 모임이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의견 나눠 보시는 것은 어떨지.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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