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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통행을 막고있는 불법자전거들
인도의 통행을 막고있는 불법자전거들 ⓒ 정진화
동경에서 6개월 단기 어학연수를 하면서 동경이 서울의 공기보다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보면서 공기가 맑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동경에서 살다보니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이는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자전거를 가르치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지금은 기숙사에서 학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자전거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처음에는 자전거 가격이 비싸서 살까 말까 하다가 계산을 해보니 교통비도 절약하고 건강도 챙기면서 환경개선에 일조를 할 수 있어서 자전거를 사기로 했다.

그러나 6개월 있을 예정이어서 중고자전거를 사기로 마음먹고 자전거 가게에 들어가서 중고 자전거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주인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없다고 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자전거 가게로 가보았으나 그곳도 마찬가지이다.

물건을 아껴 쓰는 일본 사람들이 왜 중고 자전거를 팔지 않을까 궁금해 하면서 돌아다니기를 1주일. 그러다가 일본 친구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중고 자전거를 취급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 처분한다고 말한다.

도둑이 거의 없다는 일본이 점차 자전거 도둑이 늘어나면서 중고 자전거를 다루지 않고 있으며, 또한 자전거 회사들이 자신들의 매출을 고려하여 중고자전거가 사회에 통용하지 못하도록 고도의 정치로비를 한다고 말한다.

중고 자전거를 포기하고 할 수 없이 새자전거를 사기로 하고 자전거 가게에 들어갔다. 한국처럼 돈주고 자전거를 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자전거 매입신청서를 쓰란다. 자전거 하나 사는데 굉장히 절차가 복잡한 것이 신기했다.

왜 이런 것을 작성하는지 물어보니 처음 자전거를 살 때는 누구든지 자전거 등록을 해야 하며 자전거에 자신의 번호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도둑이 많아서 그런 제도를 두고 시행하는 것이다.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자전거는 검문을 받는다고 한다.

등록을 하면 동경도 자전거 방범 협회에서 자전거의 현황과 자전거 관리를 위해서 은퇴한 사람들을 고용하여 무분별하게 세워지거나 도둑 맞은 자전거를 찾는데 인력을 투입한다. 그것이 노인들의 재고용 창출을 통하여 일하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한다. 일본이 일하는 사회라는 것을 자전거 등록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사라진 내 자전거, 도둑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느 날 일어 학교가 있는 전철역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서울에서 온 지인과 함께 이틀 정도 같이 여행을 다녀왔는데 자전거가 사라졌다. 자전거를 채워두는 와이어까지 잘려 나갔다. 자전거 도둑이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려고 했다.

일본은 이제 더 이상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옆에 빨간글씨가 써있는 안내판이 있었다.유심히 보니 "자전거가 없어진 사람은 자전거 보관소에 연락"을 해보라는 안내판 문구이다.

그리고 벌금내역을 보니 불법 자전거 벌금이 5000엔이었다. 순간 배가 아팠다. 낼 필요도 없는 생돈을 일본 정부에다 고스란히 바치는 것이 조금 언짢았으나, 불법을 한 것이 나의 실수인 만큼 일본의 법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찾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책에서 읽은 일본 속담이 생각났다. 그 속담 중에는 목수들이 "자기가 사용하는 생활 도구에는 자신의 혼이 담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자신의 목수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도구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애칭으로 하는 말로서 도구와 자신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표현이다.

무엇이든지 정들고, 오래 사용한 생활도구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은 어떤 것이든지 의미가 있으며, 여러 사건과 이야기가 물건 속에 남겨질 것으로 생각되어 그럴 것이다. 나도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전거에 담긴 나의 정과 혼을 찾기 위해서 돈을 초월하여 의리를 선택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신주쿠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에 가서 5000엔 벌금을 지불하고 나서야 자전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자전거 보관소에 가보니 찾아가지 않은 자전거가 넘쳐나고 있었다. 자전거를 찾는 벌금에 3000엔만 더 보태면 새 자전거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3개월이 지나도 찾지 않는 자전거는 폐기 처분된다고 한다.

일본은 지금 자전거가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자전거가 도로를 역 주행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며, 아무 곳이나 자전거를 세워놓아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하는 문제와 사람이 다니는 곳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사람과 부딪치는 문제, 그리고 자전거도둑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결국 자전거도 적당히 사람의 수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과다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이든지 과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은 지금 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자전거 천국의 나라가 자전거 처리와 관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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