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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복도 벽면에 붙어 있는 휴대폰 사용금지 안내문.
도서관 복도 벽면에 붙어 있는 휴대폰 사용금지 안내문. ⓒ 권예지
도서관 입구 계단 앞에 마련된 안내 푯말.
도서관 입구 계단 앞에 마련된 안내 푯말. ⓒ 권예지
휴대폰과 떨어질 수 없는 이들에게 단순한 '금지'는 현실적이지 못한 대안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통화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자고 하지만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복도 벽에는 '사용금지', 입구 통과 계단에는 '진동모드로 바꿔주세요'라는 모순이 존재할 뿐이다.

이미 휴대폰과 친숙한 세대는 몸의 일부라 생각하고 중독 아닌 중독에 빠졌다. 실제로 주머니에 넣어놓은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아 보면 문자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자꾸 전화가 오는 것 같고, 문자가 오는 것 같아 진동이 느껴지는 것은 이미 휴대폰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중독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의 남용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게시판을 살펴보았다. 강의 에티켓에 관한 푸념, 불만, 실망감들이 적힌 글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도서관과 강의실에서의 휴대폰 사용에 관한 글을 찾을 수 있었다.

학교 게시판 글 목록.
학교 게시판 글 목록. ⓒ 권예지
'한글사랑'이라는 아이디를 쓰시는 분은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학생이라고 밝히면서 "기본 예의를 지키자"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ordinally'님은 휴대폰을 책상 위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진동으로 해놓은 채 책상 위에 놓아두면 진동해놓은 것과 벨소리로 해놓은 것과 다른 점이 없다"며 "매너 있게 행동하자"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수업시간에 휴대폰의 전원을 꺼놓지 않는 걸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궁금하니까'였다.

방규권 학생은 "혹시나 문자나 전화가 오지 않을까, 만약 온다면 누구에게 어떤 내용이 왔을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것은 한 학생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이 밖에 "휴대폰을 시계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물론 시간을 꼭 보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보게 된다. 솔직히 끄고 켜고 하기 귀찮다. 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며칠 뒤 이렇게 말한 학생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의 왼쪽 손목에는 시계가, 오른쪽 손에는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전공 시험시간, 여전히 휴대폰은 진동소리와 벨소리는 울려댔다. 이제는 울리는 휴대폰을 인정해주고 이해해 줘야하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휴대폰 주인을 탓해야하는 것인가, 울리는 휴대폰을 탓해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시대 분위기를 문제삼아야 하는 것인가.

"휴대폰이 항상 불을 밝힌다고 행복하진 않아요. 수업시간에 울리는 휴대폰 때문에 순간 갈등해요. 문자를 볼까말까. 문자를 보고 답장을 보내면 교수님께 죄송스러워요. 휴대폰에 얽매여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때로는 휴대폰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마치 중독성이 강한 마약과 같은 것 같아요. 물론 휴대폰이 생활의 즐거움도 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자다가도 문자 소리에 깨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에는 마치 휴대폰이 내 주인 같았어요."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 모두 휴대폰에 종속되어 가는 자신을 걱정하면서도 외면하려 했다. 휴대폰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사람과 조금이라도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 뉴스메이커 공모했던 기사를 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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