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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생각으로 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샤프론도 똑같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돈은 학생들이 내는 금액과 같은 경우도 있고, 그보다 좀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 공짜는 절대로 없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이런 샤프론 활동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아이들의 교외 활동에 따라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인 큰 딸은 학교 밖 활동이 별로 없었고 중학생인 작은딸은 샤프론으로 따라 가겠다는 나를 언제나 박대(?)했다.
사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나도 안 가본 데여서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딸은 남 앞에 나서거나 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인지라 엄마가 샤프론으로 따라 나서는 것도 싫어했다.
그런데 이번에 큰딸이 내게 샤프론을 제의한 것은 좀 의외였다. 왜냐하면 큰딸은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무서운 10대인지라, 엄마와 함께 어딜 가거나 같이 뭘 하는 걸 싫어한다. 더구나 엄마가 드러나는 건 더더욱 싫어하던 터라 이번 샤프론 제의가 반갑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솔직히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어디 안 가본 데를 구경가는 것도 아니고, 특이한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놀이공원에 가서 뭘 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이 나이에도 놀이공원이 즐거우냐고? 마음은 언제나 청춘!).
하여간 그런 재미있는 곳이 아니고 고리타분한(?) 셰익스피어 연극 감상이라니…. 연극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건 정겨운 모국어 연극 감상이 그렇고 이건 영어 연극, 더구나 셰익스피어 당시의 고어 말투로 연극을 한다고 하니 마음이 내킬리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딸에게는 샤프론으로 따라 가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평소에 엄마를 경원시하던 딸인지라 그런 데 끼워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고, 머지 않아 우리 품을 떠나 독립하게 될 딸이 '함께' 하자고, '함께' 가자고 하면 웬만하면 그대로 들어준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기 때문이었다.
"엄마, 그 대신 '조용히' 있어야 돼. 사진 찍는다고 '난리' 피우지 말고."
'아니, 지지배. 어디서 불경스럽게 제 어미에게 '난리'라는 말을….'
"엄마 만날 그러잖아. 어디 가면 사람들 만나서 귀찮게 물어보고 사진 찍고 요란을 떨잖아."
'얘야, 그래서 '기자' 아니니? 오마이뉴스가 뭐 할 일 없다고 엄마에게 기자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줬겠니? 기자 정신 몰라? 기자 정신!'
하여간 나는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 딸의 샤프론으로 셰익스피어 연극을 보러 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