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독일월드컵 출전을 앞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5일 오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5.31 지방선거 부재자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25일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독일월드컵을 위한 장도에 오르기 전 의미있는 행사를 벌였다. 바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된 임시투표소에서 지방선거 부재자 투표를 한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이번 투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월드컵에 묻혀 거의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대한 홍보효과가 컸다. 언론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관심이 월드컵에 집중되어 있는 마당에 그 중심에 있는 태극전사들이 직접 나서서 선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다.

또한 선거 당일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행사할 수 있는 부재자 투표라는 제도를 다시 한 번 알리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이 점을 십분 활용하여 좋은 홍보의 장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선관위에서는 태극전사들을 위해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직접 임시투표소를 마련해 주었다. 서울 같은 경우 거의 구 단위에 하나 정도 부재자투표소가 마련되는데 선관위에서는 태극전사 23명과 스태프들을 위해 따로 투표소를 설치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선관위가 이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대학생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부재자 투표를 하기 위해 위치도 잘 모르는 투표소를 시간 내 찾아간다는 게 쉽지 않고 또한 대부분 학교에서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학생들은 부재자 투표를 꺼리게 된다.

또 대학 내에는 그 어느 지역보다 부재자 투표 대상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일부러 멀리 투표소를 찾아갈 것도 없이 학교에서 투표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일이다.

▲ '2004 총선 전국대학생연대'가 대학생 부재자 투표소 설치와 관련해 서울시의 비협조에 항의하며 펼쳐놓은 반려된 부재자 투표 신청용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래서 2002년부터 각 대학에서는 '학내에서 투표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자칫 정치에 무관심할 수 있는 대학생 유권자들의 선거참여를 위해 캠퍼스 내에 부재자 투표소를 마련해 줄 것을 선관위에 요구했다.

그러나 선거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도와야 할 선관위의 반응은 미온적이기만 했다. 결국 부재자 신고자가 2000명이 넘는 대학에 한해 투표소 설치를 하기로 했으나 이 요건에 부합하는 대학은 많지 않아 실제 투표소가 설치된 학교는 5개 미만이었다.

이번 5ㆍ31 지방선거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대학도 9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은 현행 2천명이 되어야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는 규정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젊은이들이 정치에 냉소적이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조치를 취해 주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황이라면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가능한 대학은 규모가 큰 소수의 대학 밖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처럼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여도 현재 법규나 제도를 내세우며 까다롭게 구는 선관위가 태극전사들 수십 명을 위해서는 남 먼저 달려가서 월드컵 경기장에 투표소를 차려주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선관위가 국민의 선거참여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태극전사들에게만 그런 아량을 베풀지 말고, 길거리 현수막을 통해서만 선거참여를 호소할 것이 아니라 이런 대학생 유권자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