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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
어쨌거나 우리는 '소비'하고 산다. 세상 모든 것을 상품과 서비스 거래로 둔갑시켜 팔고 소비시켜버리는 체제(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또는 매트릭스?)와 맞서 싸우는 그 순간에도 그걸 위해 만들어진 무언가를 소비한다.

미국은 반미 시위를 하는 나라에서 성조기를 태우기라도 하면 세상이 무너지듯 길길이 날뛰곤 하지만 정작 태우기 위한 성조기 시장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심하기도 한다. 반미를 하는 그 순간에도 '메이드 인 USA'와 '메이드 인 China' 사이에서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이 존재하는 셈이다.

살아생전 체 게바라가 그 자신 말대로 치열한 리얼리스트였고 열정의 혁명가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체 게바라는 잘 나가는 패션 아이템이다. 그의 정신을 추억하는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또 이미 아이콘이 되어버린 그의 이미지가 멋있다고 느끼는 쪽도 그들대로 체 게바라를 소비한다. 묵직한 책부터 문신까지, 선택 폭도 다양하다.

<체 게바라 평전>을 시작으로 한동안 우리 출판계에 불어 닥친 ‘체 게바라 열풍’은 지금까지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까지 정말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체 게바라를 읽으며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겠지만 다른 혁명가나 사회 변혁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반면 유독 체 게바라만 상종가를 기록했다는 건 무얼 뜻할까…. 왜 체 게바라는 팔리고 레온 트로츠키는 팔리지 않는가?

<혁명을 팝니다>는 반문화(反文化, Counterculture) 상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대량 생산 포드 자동차에 대한 저항으로 히피들은 폭스바겐 비틀을 애용했지만 그것 역시 또 다른 소비를 부추긴 것은 아닌가? 주류 문화에 침을 뱉었던 펑크 밴드나 언털너티브 밴드들은 오히려 당대 팝스타 보다 더 많은 판을 팔아 치웠다. 좌파로 살아가는 것과 좌파 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저자들은 캐나다에서 태어난 30대 학자들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양한 보기를 들어가며 힘차게 밀고 나간 것은 좋지만 뒤로 갈수록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느낌이고 결론 부분에선 자기 입장이 너무 지나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잘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파이트 클럽>같은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입맛에 맞을 것이고 반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읽는 재미가 더할 것이다.

▲ 삐딱한 만화가 김진태씨의 <바나나 걸> 한 장면.
ⓒ 김진태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혁명을 팝니다 - "체 게바라는 왜 스타벅스 속으로 들어갔을까?"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지음, 윤미경 옮김, 마티(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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