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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 보리수 열매가 붉게 익기 시작한다. 열매를 맺는 것들 중에는 가을이 되어야 익는 것도 있고 봄에 익어버리는 성급한 놈들도 있다. 이 들 중에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것이 보리수나무와 앵두다.
그런데 이 두 나무를 대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너무 다르다. 앵두에게는 앵두 같은 입술이라는 그럴 듯한 말이 있지만 보리수나무는 보통 보리 똥이라고 불린다. 보리수 열매가 앵두보다는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단지 모양이 염소 똥처럼 생긴 것 때문일까?
그래도 사람의 입술에 비교되는 앵두에 비하면 보리수나무 열매에 대해서 너무 매정한 것 같다. 사실 보리수 열매는 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예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나무가 사람들처럼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리수나무에 대한 진짜 오해와 진실
우리는 보통 보리수라고 하면 부처님이 득도했다는 불교의 성수 보리수나무를 생각하는데 그 나무는 피팔나무로 무화과나무속에 속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보리수나무가 있는데 열매로 염주를 만드는 나무다. 그 나무는 보리수라고도 하지만 피나무라고 불러야 한다.
즉 보리수에는 보리똥이 열리는 우리의 보리수나무와 염주를 만드는 피나무 그리고 인도에 피팔나무 이 3가지 나무가 모두 보리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나무야 사람들이 이렇게 이름을 부르던 저렇게 부르든 상관하겠냐만은 이 3가지 나무를 한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모르면 오해하기 딱 좋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한 가지 분야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고 한다. 한 가지 경험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고 이해시키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이 득도한 보리수나무가 피팔나무라는 사실을 모르면 우리 주변에 보리수나무는 진짜 보리수나무가 아닌 가짜가 되어 버린다. 우리가 아는 지식은 때로는 아주 작고 편협한 지식일 수 있다는 것을 보리수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의 선심성 정책도 이와 비슷하다. 자신 또는 자기 마을 자기 지역에 이득이 되었던 것만 보고 그 사람이 옳은 사람이고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경우도 3가지 보리수나무를 모르고 한 가지 보리수나무만 아는 것과 비슷하다. 전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을이 아닌 '봄'이란 틈새시장 노려
보리수나무의 열매는 달콤하기보다는 신맛이 있으면서 달고 먹고 나면 떫은맛도 있다. 보리수나무 열매를 하나하나 먹기보다는 한 번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는 편이 맛이 좋다. 책도 한 가지 분야라도 여러 권을 두루두루 읽어야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보리수나무와 앵두나무의 열매는 봄에 꽃이 피고 여름이 오기도 전에 서둘러 익어버린다. 열매의 생육기간이 짧기 때문인지 가을에 열매를 맺는 배나 사과에 비하면 앵두나 보리수 열매는 아주 작다.
그럼에도 이들이 나름의 세력을 가지고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큰 과일이 없는 봄에 익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커다란 과일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가을이라면 새끼손톱보다 작은 열매를 눈 여겨 볼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마케팅전략으로 보면 모두 가을에 열매를 맺는데 이들은 봄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6월은 보리수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보리수열매가 붉게 익어가는 시골을 찾아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거래 참거래연대( www.farmmate.com)에도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