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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평통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반미월례집회에서 '직무유기' '사대굴종'이 적힌 종이를 붙인 반기문 외교부장관, 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 김숙 외교부 전 북미국장 , 위성락 주미공사, 이종석 통일부장관의 사진을 모형감옥에 넣는퍼포먼스를 통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 이전에 항의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달 1일 미국과 일본은 미 워싱턴에서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를 열어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과 누카가 후쿠시로 일본 방위청장관은 4월 23일 워싱턴에서 오키나와 미 해병대 괌 이전 총액 102억7천 달러 중 미국이 41%(41억8천만 달러)를 일본이 59%(60억9천만 달러)를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59%, 미국 41%' 비율의 오키나와 미 해병대 괌 이전 비용 분담을 놓고 일본 내에서도 논의가 뜨거웠다. 근본적으로 과잉부담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본은 '59% 분담'에도 과잉 논란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은 사설(4월 25일자)에서 이렇게 세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인데 과연 미 영토에 있는 기지비용까지 일본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가. 둘째, 이미 일본은 예산의 형태로 주일미군 경비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는데 59%라는 비율은 상당한가. 셋째, 출생률 감소․고령화 사회 문제로 재정의 압박이 심해지는데 납득할 만한 비용분담인가.

같은 날 마이니치신문 사설도 "일본은 미국에 대해 사양하지 말고 말해야 할 것을 정확히 말하면 안 되는 것일까"라며 주일미군 재배치가 역시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부라는 것, 앞으로 60%가 일·미안보의 경비부담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에서의 문제제기나 우리나라에서의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한 문제제기나 같은 차원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제기와는 별개로 주일미군 재배치와 주한미군 재배치는 분명히 동일한 성격의 사안임에도 비용분담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어쩌면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 차이점을 비교해 보자.

기지 이전, 누가 먼저 요구했나

첫째, 비용분담 측면이다.

리언 라포트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3월 8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총 80억 달러(7조8청여억 원)가 들어간다며 "주한 미군기지 이전 전체 비용 가운데 미군 부담은 6%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이 정도 지출도 미국이 한국과 한미 동맹을 위해 지속적인 군사적 기여를 하겠다는 주요한 신호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군 사령관은 지난 3월 8일 미 하원 세출위원회 보고에서 한국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 등 주한미군 재배치를 포함한 안보정책구성(PSI)의 일환으로 모두 68억 달러(연 6조 6640억원)의 인프라 비용을 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41%와 6%가 미 당국자가 밝힌 일본과 한국에서의 미국측 비용부담의 차이이다.

▲ 지난 1월 19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 참석한 반기문 외교부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 두 장관은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느닷없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양해사항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로이터/연합
둘째, 전략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 해병대 이전 목적은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시아에서 중동에까지 이르는 소위 '불안정한 호(弧)'에 대처하는 것이다.(4월 25일자, 요미우리신문 사설) 이 점에서 일본의 전략적 필요성은 분명하다.

나아가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은 "우리가 이전을 요구한 것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롤리스 차관보도 "괌 이전은 일본의 요청에 근거한 것(4월 24일자, 아사히신문)"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측 부담은 59%이다. 일본은 주일 또는 일본주변 미군의 주둔 목적을 일본열도 방어라고 한정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두자.

당초 미국 측은 이전 비용의 75%를 일본 측이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과잉부담'이라며 30%만 부담하겠다고 맞섰다. 럼스펠드 장관은 "서로의 이익이 되는 형태로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의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서는 '상호 이익'에 따른 비용부담 원칙은 찾아볼 수 없다.

한미미래동맹회의(FOTA) 12차 협상이 타결될 때 미국 측 수석대표인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는 "각기 서로 다른 이유와 동기에 따라 이전한다"고 했다. 용산기지 이전은 미측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른 미측의 요구가 반영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오히려 "기지이전은 우리 측 요구"라며 '용산기지 이전 비용 한국측 전담 원칙'을 담고 있는 협정에 서명하며 부담을 스스로 떠안았다.

지난 1월 한미 고위급 전략대화가 있었고 필자가 그토록 비판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주한미군의 존재 목적을 '한반도 방위'가 아닌 '동북아 방위'라고 인정해버리고 나면 '한국측 전액 비용부담의 원칙'은 전략적 차원을 넘어 논리적 측면에서 당장에 곤궁해진다. 이 딜레마를 외교안보팀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상호 이익'에 따른 비용부담원칙, 일본엔 있고 한국에 없다

▲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평택 대추리 군 숙영지에서 경찰병력이 군 철조망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셋째, 용산기지 이전의 막대한 비용증가 가능성도 문제이다.

주일미군 해병대 괌 이전비용에는 미군 주택 건립비용인 정부출자 15억 달러가 일본측 부담임이 명시되어 있다.

국방부는 미군 주택 건설 사업(민간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투자) 비용 16억 달러를 아예 이전비용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지만, 미국 쪽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리언 러포트 당시 연합사 사령관의 지난해 3월 미 하원 세출 청문회 증언에서 주한미군 이전비용을 모두 80억달러로 추정한 것은 이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예산에는 빠져있지만 16억불의 부담 증가는 확실하다. 여기에 1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환경오염치유 비용과 이미 5천억원을 넘어서는 평택 이전 부지에 대한 성토(盛土) 비용 등을 합하면 추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난 4월 27일 미군기지 이전사업단 창설준비단은 "미국 정부가 시설종합계획(MP) 작성을 6월 말에서 9월말로 3개월 연장하자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MP조차 없는 비용추계라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그럼에도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지난 2월 8일 여전히 용산기지 이전 비용은 3~4조원이라고 주장했다. MP가 그만큼 늦어지는 것 자체가 용산기지 이전 비용의 구체화 및 합의 과정에서 추가비용 부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일본은 직접적인 지출의 대상을 막사나 사령부청사 등에 한정했고 군사훈련장이나 활주로 등은 포함시키지 않는 등으로 '기지이전과 직접관계가 없는 시설 건설비'에 대한 부담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주일미군 재편도 단번에 합의된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

우리나라의 일부 언론들은 한미동맹에 비춰볼 때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놓고 문제제기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제기는 일본에서도 격렬한 편이다. 또 일본은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해 어떠한 이견도 없이 단번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도한다. 모두 다 잘못된 일이다.

▲ 지난 3월 21일 포항 한미연합 상륙작전에 참가한 주일미군 병사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미일간에도 주일미군 재편에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를테면 2005년 10월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주일미군 재편 협상 관련 갈등으로 인해 예정돼 있던 일본방문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만일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방문을 취소했다면 당장 한미동맹을 거덜냈다고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지역 주민들의 부담 경감을 내세워 후텐마 비행장을 인근 나고 시에 있는 슈와브 미군기지로 이전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미국 정부가 강력 반발해 국방방관이 일본방문을 취소한 것이다.

결국 일본은 2005년 10월 12일 미국측 의향대로 인근 나고시 슈와브 미군기지 앞바다를 매립해 군용 활주로를 지어 이전하기로 하고, 미국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현에 대해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고 및 훈련지 분산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설득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용산기지가 이전해 갈 평택 주민들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은 아직도 따갑기만 하다. 일부 보수언론은 평택 주민들의 생계와 군사전략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이 사안에 대해서 이전 반대는 미군 재배치 전략을 방해하고 한미동맹을 깨뜨리고자 하는 일종의 친북·반미주의라며 비판한다.

한 푼이라도 아낄 여지, 검토는 해봤는가

필자는 늘 강조하지만 주한미군의 철수에는 강력히 반대한다. 다만, 이렇게 되묻고 싶다.

우리 언론과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가. 한미관계에서도 한 푼이라도 아낄만한 여지는 없는가를 검토해 본적은 있는가. 미국의 요구에는 조건없이 동의하는 것만이 현실이 되어야 하고 이것이야말로 과연 바람직한 한미관계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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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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