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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 새벽 4시 30분. 맨 처음으로 투표를 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졸린 눈을 부릅뜨고 일어났다. 5시 10분쯤 됐을까? 제일 먼저 투표소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 경찰의 보호 아래 투표함이 개표소로 옮겨지고 있다.
ⓒ 송선영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맨 처음 투표할 것"이라는 '엄포'에 아빠는 "쉽지 않을 거다" 딱 한마디의 말을 나에게 남겼다. 그 때서야 그 말이 이해가 갔다. 막무가내로 들이대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사이에서 나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계속 시계만 쳐다보고 6시가 되길 기다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는 약간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맨 처음에 투표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기에 꿋꿋하게 투표소 문 앞에서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부동의 자세를 유지했다.

드디어 6시 나의 바람대로 맨 처음 투표를 했다. 뭔가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 나처럼 이번 지방선거에 처음으로 참여한 젊은 유권자를 찾기 위해 투표장 앞에서 서성인지 3시간이 지났을 무렵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서 같이 자란 나의 친구가 보였다.

"세미야~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이번에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한 소감이 어때?"
"음...나는 이번 선거가 첫 선거라 매우 떨리고 설렜어. 그래서 내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서 후보들을 선택했어. 후보들이 거리 유세하는 것도 봤고 공약도 꼼꼼히 따져봤어. 정치인들, 이제는 좀 잘 해 주셨으면 좋겠어."

투표 마감 30분 전인 오후 5시 30분 다시 투표소를 찾았다. 여전히 투표소에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투표 마감 시간이 가까워오자 경찰차가 등장했다. 아기들과 함께 투표하러 온 가족, 택시타고 급하게 온 사람, 뛰어오는 아주머니, 마지막 1분을 남겨둔 5시 59분에 헐레벌떡 투표소를 찾은 부부.

정확히 오후 6시가 되자 투표소의 문은 닫혔고 투표함은 경찰차의 보호아래 옥천군 개표장으로 옮겨졌다.

<오마이뉴스> 프레스카드와 옥천군 선관위에서 발급한 보도요원 카드를 목에 걸고 개표장 안으로 들어갔다. 빠르게 돌아가는 전자 개표기, 초조하게 바라보는 후보자 측 사람들, 개표를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들, 프레스센터에서 실시간으로 개표 현황과 사진을 전송하는 옥천신문 기자아저씨 까지. TV 에서만 보던 개표장 풍경은 나에게 마냥 신기하고 새로웠다.

▲ 개표요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 송선영
ⓒ 송선영
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들의 현수막이 거리에 나부끼고 있다. 사람들은 당선 가능성 없는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을 흔히 '사표를 던진다'고 말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는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나의 작은 한 표지만 옳은 방식으로 묵묵히 정치를 행하는 후보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보다 정직하고 올바르게 정치에 뜻을 품고 있는 풀뿌리 정치인들이 보여주려 했던 희망. 그 희망은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작은 기대를 난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도 시험과 레포트로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오마이뉴스 5.31 지방선거 특별취재팀과 선거일기.

많이 부족하고 어설펐지만 내 나름대로의 선거에 대한 접근이었다. 이번 접근을 통해 정치에 대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소망을 불어넣어 주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는 큰 가르침을 깨달았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마지막 선거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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