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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부부가 쳐놓은 그물 - 저절로 떨어지거나 흔들어 떨어지면 여기에 다 걸린다
어제 우리 부부가 쳐놓은 그물 - 저절로 떨어지거나 흔들어 떨어지면 여기에 다 걸린다 ⓒ 정판수
달내마을의 여름은 뽕나무 아래 망사가 깔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잘 익은 오디가 떨어져 이 망사 위에 모이면 사람들은 주워 담아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달내마을에 언제부터 뽕나무를 심었느냐면 마을이 형성된 그 직후부터라니까 300년은 족히 된다. 그래서 지금도 100년 넘은 뽕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우리 집의 뽕나무도 얼마 됐는지 마을 사람들 중에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 100년 가까이 된다고 봐야 한다.

달내마을에 뽕나무를 심은 까닭은 이웃 경북 양북면 두산리에 우리나라 유일의 손명주(손으로 짜는 명주) 마을이 있으니 아마도 누에를 키워 명주를 얻기 위함이리라. 그런데 이 마을에 심은 뽕나무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고치를 얻으려는 애초의 목표에서 벗어나 방향을 바꾸게 됐다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 뽕나무를 그냥 뽕나무라 하지 않고 참뽕나무라 한다. 이 뽕나무는 뽕잎이 넓게 자라지 않아 누에 먹이로는 적당치 않은 대신 그 열매인 오디가 매우 많이 열리고 맛이 달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누에를 키워 고치를 얻는 대신 오디에 사활을 걸었다.

빨간 건 덜 익은 오디, 검은 빛깔 나는 게 익은 오디
빨간 건 덜 익은 오디, 검은 빛깔 나는 게 익은 오디 ⓒ 정판수
오디는 강장제로 쓰이며, 내장 중 특히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해준다. 또 갈증을 해소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며, 알코올을 분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불면증과 건망증에도 효과가 있다. 그밖에 머리가 세는 것을 막아 주고, 조혈작용이 있어서 류머티즘 치료에도 쓴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에게만 그런 효능이 알려졌었던 오디. 몇 년 전부터 텔레비전의 여러 건강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참살이('well-being'의 우리말) 열풍은 그 주가를 높이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그때부터 오디는 달내마을의 주요 수입원이 됐다. 오디가 주 수입원이라니까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규모 시설 재배 하는 이들이 얻는 소득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턱도 없이 모자란다.

길가에 떨어진 오디를 줍는 아이들
길가에 떨어진 오디를 줍는 아이들 ⓒ 정판수
뽕나무를 두 그루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6월 한 달 동안 약 1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한 그루 있는 집도 있고 네 그루가 있는 집도 있으니, 50만원부터 2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 정도의 오디는 4만원에 팔림
이 정도의 오디는 4만원에 팔림 ⓒ 정판수
이 돈은 도시 사람들의 수입에 비하면 형편없다. 그러나 스물 가구 남짓한 마을에서 가장 고소득을 올리는 집이래도 연 순수익 600만원이 될까 말까고, 겨우 농사지어 밥 먹고 사는 것 외에 거의 수입이 없는 집도 대여섯 채 되는 데서 이만한 수입이면 얼마나 가계에 보탬이 되는지는 말 안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제 우리 부부는 언덕 밑에 검은 망사를 깔았다. 익어가는 정도로 보아 이번 주 말이면 한 나무에서 한 대야 정도(10kg) 딸 수 있을 테니 그걸 보관하고 소비하는 걸 걱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오디는 워낙 수분이 많아 이내 시들어지기에 때맞춰 소비 못하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달내마을에 오디의 계절이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에서 달 '月'과 내'川'의 한자음을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을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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