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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송대관씨가 어느 신문과 나눈 인터뷰를 읽다 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묻는 기자에게 “히트곡이 많다 보니 가끔 가사가 헛갈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끝내 “태진아야 히트곡이 몇 곡 없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이라고 덧붙인다.

오늘도 송대관씨는 보훈의 달 기념 콘서트에 출연해서는 독립유공자 집안임을 소개받고 조부께서 독립자금을 대다가 옥사하셨다는 이야기를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태진아하고야 비교가 되겠어?”를 잊지 않는다.

거참 송대관씨 노래는 좋은데 사람 성격은 좀 그런가,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집요하게 태진아씨 흉을 봐야겠나 했더니 아내가 그건 성격이 아니라 작전이라고 한다.

최근 라디오에 송대관씨와 태진아씨가 같이 출연했는데 ‘이제 두 분 화해 좀 하시라’는 사회자 말에 ‘처음에는 방송국에서 라이벌 구도로 묶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게 괜찮은 것 같아서 서로 상대방을 끊임없이 거론하면서 라이벌 구도를 가져가고 있다’고 영업비밀(?)을 털어 놓았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장윤정식 트로트 돌풍이 거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여성 가수가 힘을 발휘하는 트로트 시장에서 송대관씨와 태진아씨가 건재한 데에는 신곡을 꾸준히 내고 젊은 가수와 협연하는 등 여러 노력도 있었겠지만 라이벌 구도를 연출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 송대관-태진아 라이벌 효과는 CF 출연으로 이어졌다.
ⓒ 명진제약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맞대결이나 4대 천황 같은 식으로 묶는 게 좋은데 이런 경우 공인된 라이벌은 여러모로 유리하다. 또 일부러 라이벌 구도를 연출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남진 대 나훈아’, ‘SES 대 핑클’처럼 대결 구도를 즐긴다.

하지만 이런 대결 구도는 같은 무대에 함께 설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맞수 특집을 마련한다 해서 HOT와 GOD가 같은 무대에 설 리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라이벌이면서도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송대관-태진아 조합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의 노래 대결만큼이나 서로 잘났다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기대하게 되는데 연출자 입장에서는 이런 잘 먹히는 카드를 굳이 아낄 필요가 없다. 어떨 때는 노래가 시들해졌어도 두 사람이 연출하는 대결 구도 때문에 불려나가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한 사람이 불려가도 다른 사람을 직접, 간접으로 띄워주는 라이벌 협약이 있다면 상호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태진아씨 인터뷰를 살펴봤더니 어김없이 ‘송대관이는’으로 시작하는 레퍼토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그맨들이 애타게 개그 하듯 연예인들은 광고 출연이 중요한데 장윤정씨를 빼고 광고에 출연하는 몇 안 되는 트로트 가수가 바로 송대관-태진아 커플이다. 게다가 아예 이들이 연출한 대결 구도를 주제로 광고가 꾸며졌으니 라이벌 협약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송대관씨는 1946년생, 태진아씨는 1953년생이다. 상대적으로 중장년층 가수들이 많았던 트로트조차 10대, 20대 가수들이 진출하는 상황에서 이 두 가수의 연배를 생각하면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시원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자기 관리를 한 것이나 탄탄한 음악 실력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이제 두 사람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굳어진 라이벌 효과가 한 몫 한 것은 사실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 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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