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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예쁜 신부 없다지만  오늘 신부는 더  예쁘죠?
안 예쁜 신부 없다지만 오늘 신부는 더 예쁘죠? ⓒ 송영한
혼례는 젊은 남녀가 하나로 합쳐 위로는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아래로는 자손을 생산해 대를 잇기 위해 치르는 혼인의 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혼인을 가리켜 ‘인륜도덕의 시원(始原)이며 만복의 근원’이라고 칭하며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던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혼인하는 것을 '육례(六禮)를 갖춘다'고 했는데, 이것은 납채(納采), 문명(問名), 납길(納吉), 납징(納徵), 청기(請期), 친영(親迎) 등의 중국 주나라의 절차를 말한다. 그러나 송나라 주자(朱子)는 주자가례에서 이런 절차가 복잡하다해서 의혼(議婚), 납채(納采), 납폐(納幣), 친영(親迎) 등 사례(四禮)로 축소했다.

주자의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주자가례에 의해 혼례를 치르면서도 여전히 ‘육례를 갖춘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혼례를 신랑 집에서 치르는 중국의 풍속과 고구려 시대부터 전해오던 서옥(일정기간 처가살이를 하던 사위가 살던 집)의 풍습에서 알 수 있듯이 신부 집에서 혼례를 치르는 우리의 풍속이 다른데서 기인한다.

삼색과일과  소나무 대나무 등으로 차린 초례상
삼색과일과 소나무 대나무 등으로 차린 초례상 ⓒ 송영한
신랑이 신부 댁에 기러기를 올리는 전안례를 하고 있다.
신랑이 신부 댁에 기러기를 올리는 전안례를 하고 있다. ⓒ 송영한
구리문화원(원장 김순경)은 잊혀져가는 우리문화를 복원하고 우리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아리고자 6월10일 구리실내체육관에서 500여명의 하객이 모인 가운데 ‘2006년 전통혼례재현 의식'을 거행했다.

구리민속예술단의 안마당놀이로 막을 올린 이날 전통혼례재현의식은 우리의 육례 중 대례의식과 폐백의식을 재현했다.

우리 육례의 맨 처음 절차는 혼인을 의논하는 혼담(婚談)이다. 남자 측에서 여자 측에 청혼하고 여자 측이 허혼(許婚)하는 절차다. 청혼과 허혼은 모두 서식으로 작성하며, 요즈음은 신랑 될 사람의 호적등본과 건강진단서를 함께 넣기도 한다. 또 당사자들이 직접 하기 어려울 경우 발이 넓은 중매를 넣어 문벌, 용보, 성품, 학식 등을 파악한 다음 궁합을 보고난 다음 간선을 한다.

간선은 규수의 아버지가 신랑 될 사람을 만난 뒤 마음에 들면 신랑 측에서 규수를 보도록 청하는 일이다. 서로 마음에 들면 신랑 집에 허혼서를 보내 혼인을 허락한다. 만약 여자 측에서 혼인을 승낙 할 의사가 없으면 청혼서를 정중히 돌려보낸다. 이것을 '불허(不許)'라고 한다.

전안례를 올린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초례청으로 들어온다.
전안례를 올린 신랑이 신부를 데리고 초례청으로 들어온다. ⓒ 송영한
신랑이 술잔을 들어 교배례를 하고 있다.
신랑이 술잔을 들어 교배례를 하고 있다. ⓒ 송영한
두 번째 절차는 약속한 혼인을 받아들이는 납채(納采)다. 이는 남자 측에서 여자 측에 혼인하기로 결정했음(定婚)을 알리는 절차로 신랑의 생년월일시를 적은 사주(四柱)와 함께 납채서를 함께 보낸다. 이를 사주단자, 혹은 사성(四星) 이라 한다. 이 때 신랑 측에서는 백년해로 하겠다는 의미로 기러기를 예물로 보내는데 기러기는 암수가 한번 짝을 맺으면 생명이 끝날 때까지 연분을 지키는 정절의 상징하기 때문이다. 납채는 보통 손 없는 날인 음력 9일과 10일에 보냈다.

다음 절차인 납기(納期)는 여자 측에서 남자 측에 혼인 날짜를 정해 알리는 절차이다. 연길이라고도 하는데, 택일은 남자의 사주를 가지고서 혼인 준비의 절차나 여자의 생리 현상 등을 고려하여 여자 측에서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혼인 예식 전의 납폐의 일시와 장소도 써야 한다.

납폐(納幣)는 남자 측에서 여자 측에 예물을 보내는 절차로 예서(禮書)에 ‘선비는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에 의거 ‘여자 선비(女士)인 규수가 움직이게 하려면 예물을 올려야 한다'는 취지로 행하는 의식이다. 오늘날에는 신랑의 친구들이 신부의 집 앞에 몰려가서 '함(函)을 판다'고 고함을 지르는 것이 예사지만 원래는 머슴이나 상민들이 맡아했다. 납폐의 본래 취지를 존중한다면 지나친 행동은 삼가는 것이 마땅하다. 함에 넣는 예물은 채단(綵緞)이라고 부르는데 신부의 옷감과 남자 측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며느리를 허락하여 주어 고맙다는 편지인 혼서지를 옻칠한 나무 상자에 넣어 보냈다.

양쪽 집사가 청실과 홍실을 꼬아 소나무와 대나무에 걸친 후 인사하고 았다.
양쪽 집사가 청실과 홍실을 꼬아 소나무와 대나무에 걸친 후 인사하고 았다. ⓒ 송영한
대례를 마친 후 집례자에게 예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
대례를 마친 후 집례자에게 예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 ⓒ 송영한
혼인예식의 핵심인 다섯 번째 절차인 대례(大禮)는 주나라 육례의 친영례와 같은 절차로,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가서 부부가 되는 의식을 올리는 절차다. 중국의 혼인례는 남자가 여자를 데려다가 남자의 집에서 의식을 행하므로 '친영'이라 불렀지만 우리는 그 반대이다. 그것은 주지했다시피 고구려 때부터 우리나라의 풍습이며 그래서 요즘도 결혼날짜를 잡는 일이나 장소 선택 등도 주로 신부 측에서 결정하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혼인날 신랑은 기러기를 안은 기럭아범을 앞세우고 절개와 지조의 상징인 기러기를 신부 댁에 올리는데 이를 전안례(奠雁禮)라 한다. 전안례가 끝나면 신부는 수모(手母)의 부축을 받으며 신랑의 뒤를 따라 손을 씻은 예식인 관수옥세라는 의식을 치른 뒤 삼색과일(밤. 대추. 감)과 소나무와 대나무 등으로 차려진 초례상을 두고 신랑은 동쪽에 서고 신부는 서쪽으로 마주보고 선다.

이어서 신랑과 신부가 서로 맞절하고 인사하는 절차를 갖는데 이를 교배례(交拜禮)라 한다. 신랑은 한 번 신부는 두 번 절하는데 이는 남존여비에 따른 것이 아니라 남자는 양의 기본 숫자가 일(一)이므로 한 번, 여자는 음의 기본 숫자가 이(二)이므로 두 번 절하는 것이다.

폐백(현구고례)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
폐백(현구고례)를 올리는 신랑과 신부 ⓒ 송영한
다음에 천지신명께 서약하는 서천지례(誓天地禮)를 행하는데 신랑과 신부는 잔반을 눈높이로 들어 하늘에 서약하고 바닥에 내려 땅에 서약한다. 서배우례(誓配偶禮)는 양 집사가 청실과 홍실을 오른손에 두 번 감아 걸치고 신랑과 신부가 잔을 나누게 해 서로 서약하는 절차다.

대례의 마지막 절차인 합근례(合巹禮)는 하나의 박이 두 개의 바가지로 나뉘었다가 원래대로 하나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의식이다. 근배(巹盃)란 표주박 잔이란 뜻으로 남자와 여자가 따로 태어났다가 한 몸이 된 다는 의미이다. 양 집사는 표주박잔에 술을 따라 신랑과 신부에게 다 먹이고 손에 감았던 청실과 홍실을 꼰 다음 초례상 소나무와 대나무위에 걸치는데 이는 혼인이 개인의 결합인 동시에 양가의 결합임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이다.

대례의 절차에는 고례(古禮)와 속례(俗禮) 두 가지가 있는데 고례는 저녁에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전안례만 올리고 신부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교배례와 합근례를 올린 다음 신방을 차린 후 다음날 시부모에게 폐백을 드리고 사흘 뒤 친정으로 돌아간 뒤 정식으로 날을 받아 시댁으로 돌아온다. 이를 우귀(于歸)라 하며 우리식 육례의 마지막 절차이다. 속례는 신부 집에서 교배례와 합근례는 물론 초야를 보내고 사흘 동안 머문 뒤 폐백을 준비해 시댁으로 간다.

혼례를 치렀으니 이제 우리도 어엿한 어른이죠?
혼례를 치렀으니 이제 우리도 어엿한 어른이죠? ⓒ 송영한
폐백이란 신부가 시댁식구에게 정식으로 인사하는 의식으로 현구고례(見舅姑禮)라 하며, 신랑 신부의 절을 받은 시아버지는 폐백대추를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흉허물을 덮어주겠다는 의미로 폐백포를 쓰다듬어 주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폐백 음식에 주로 쓰이는 대추, 밤 , 은행 등은 자손번영과 장수, 부귀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이며 육포와 닭은 시부모를 공경하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집례자인 김순경 구리문화원장은 축사에서 “신랑과 신부가 백년해로하고 양가가 화합해 번영을 누리기를 기원한다”며 “사라져 가는 우리문화를 복원하고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현의식에서 신랑역을 맡은 정연환(24)군은 “요즘 결혼식과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며 “일생에 한 번 치르는 의식인 만큼 전통의식의 장중한 절차가 뜻하는 것들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부역의 문잔듸(24)양도 “실제 결혼식도 전통의식으로 하고 싶다”며 “의식절차의 품위와 격조가 높았다”며 만족했다.

이날 전통혼례에 참석한 하객들은 진도북춤 등 축하공연에 어깨춤을 추며 초례상과 폐백상에 둘러앉아 잔치국수를 말아먹으며 한껏 잔치 분위기를 냈다.

양가부모와 하객들이 모두모여 기념촬영
양가부모와 하객들이 모두모여 기념촬영 ⓒ 송영한

덧붙이는 글 | 구리넷(www.gurinet.org)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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