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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서울 시청 근처에서 장사를 하셨다. 가끔 아버지 손잡고 광화문까지 나올 일이 있으면 신문사 게시판에서 아버지가 신문을 보시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이엔 그걸 기다리는 게 제법 지루하긴 했지만 괜히 아버지와 함께 신문을 보는 척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다.

▲ 조선일보사 앞에 새로 설치된 전자 신문 게시판 '티-페이퍼'
ⓒ 장익준
그날 나온 신문을 게시판에 붙여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본다는 얘길 하면 뭐 그런 게 있냐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고 TV도 하루 종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신문사 앞 게시판은 북적거렸다.

북적거린 것도 그냥 북적거린 것이 아니라 일면식 없는 이와 담배 한 대 나눠 피기도 하고, 좀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목소리 높여 토론도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요즘으로 얘기한다면 인터넷 댓글과 토론방의 ‘실사판’(?)쯤 되었겠다.

요즘은 인터넷만 켜면 세계 여러 곳 소식을 바로 받아보고 간단하게 키보드 두들기는 것으로 댓글도 올리고 토론도 되고 무엇보다 종이신문 위세가 예전만 못하니 게시판에 붙여 놓은 신문을 보는 일은 시대에서 밀려난 일이 되었을까?

하지만 여전히 신문사들은 게시판에 신문을 붙여 놓는다. 오래된 습관일 수도 있고 일종의 독자서비스 정신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인지 광화문 쪽에 나가면 게시판 신문을 보곤 한다. 주로 노년층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게시판 신문 앞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런데 최근 조선일보사 앞에 새로운 게시판 신문이 등장했다. ‘티 페이퍼’(T-paper)라는 이름의 이 게시판 신문은 대형 모니터로 살펴보는 신문이다. 컴퓨터에서 PDF로 신문을 보듯 신문 레이아웃 그대로 지면을 넘겨가며 볼 수 있고 필요한 부분을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또 옆에는 비디오 동영상으로 제작된 뉴스가 같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래도 시대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종이신문 나름의 해법일까? 아직은 이 전자 게시판 앞은 한산하고 옛날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있다. 젊은 세대야 그냥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거나 할 일이고 나이 지긋한 분들에겐 그래도 종이 앞에서 돋보기를 꺼내는 쪽이 편하신가 보다.

▲ 노년층은 옛날식 벽보 게시판이 더 편안한 듯.
ⓒ 장익준


종이신문의 반격? 뉴미디어를 끌어안는다
최근엔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관심 쏟아

▲ 중앙일보는 취재 기자를 등장시킨 동영상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인스닷컴
뉴미디어, 멀티미디어 바람 속에서 종이로 찍어낸 신문들은 바로 멸종해 버릴 것처럼 이야기되던 때가 있었다. 특히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선 그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 전망되었다. 그 위세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종이신문은 여전히 건재하다. 뉴미디어가 가진 사각지대 탓일 수도 있고 종이신문이 가진 저력일 수도 있고.

성공 비율은 높지 않았지만 그동안 종이신문들은 뉴미디어를 끌어안으려 부단히 노력해 왔다.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해서 인터넷 뉴스도 평정하려는 시도는 포털의 뉴스 서비스와 인터넷 신문들에 가로 막혔고 요즘은 풀뿌리 블로그들이 솟아나 비용 대비 효과로 종이신문이 구축한 비싼 사이트들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그래도 종이신문은 포기하지 않고 뉴미디어를 품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동영상에 주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특집기사를 다룰 때 동영상을 함께 제작하여 다큐멘터리로 공개하고 있다. 또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취재기자를 등장시켜 동영상 뉴스를 제작해 올리고 있다.

지하철을 타시는 분들이라면 지하철에서 방송되는 채널에서 신문사에서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신문사들은 기존 전광판 뉴스 시절부터 꾸준히 자체 동영상 제작 능력을 비축해 왔는데 최근 방송 채널이 다양해지고 인터넷에서 동영상 수요가 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한다면 신문사의 방송 참여를 막고 있는 현실을 비껴가는 우회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국어능력 인증시험(KET) 시행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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