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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미
ⓒ 장영미
금요일(6월16일)에도 내 밭에 새로운 이랑을 만들어 시금치 비슷하게 생긴 '코마츠나(小松菜)' 씨앗을 뿌려준 것도, 그 이랑 앞에 경계삼아 울타리를 쳐준 것도 코미야마 씨였다. 호박에 망을 씌워주고 솎아준 것은 미야자와 선생님이고 저멀리 따로 심은 옥수수를 돌본 것도 미야자와 선생님이다. 주인으로서 할 말이 없지만 왕초보에 배우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이 통하려나 모르겠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돌봐주시는 덕에 벌써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같은 날 씨앗을 뿌렸는데도 채소들의 성장속도는 제각각이다. 깨는 여전히 어린 모습이고 시금치는 이제 겨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열무는 거의 성숙하게 자라났다. 지난 주에 솎아낸 어린 열무는 이미 열무김치가 되어 우리집 밥상을 즐겁게 채워주고있다.

생애 두번째 작품인 열무김치. 얼마전에 다녀가신 이모님께 배웠다. 우리집에선 김치에 젓갈을 넣지 않는다. 깊은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김치맛이다^^. 대신 다시마, 표고버섯, 마른멸치 달인 물을 부었다. 요즘 열무국수, 열무비빔밥 등으로 우리집 밥상이 풍요로워졌다.
생애 두번째 작품인 열무김치. 얼마전에 다녀가신 이모님께 배웠다. 우리집에선 김치에 젓갈을 넣지 않는다. 깊은 맛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김치맛이다^^. 대신 다시마, 표고버섯, 마른멸치 달인 물을 부었다. 요즘 열무국수, 열무비빔밥 등으로 우리집 밥상이 풍요로워졌다. ⓒ 장영미
어제도 성숙하게 자란 열무를 뽑아서 함께 밭을 일군 미키와 소코에게도 나누어 주고 나도 한아름 가져왔다. 이제야 시금치다워진 어린 시금치도 솎아내서 소코와 반씩 나누었고 거기에 소코가 기른 '하츠카다이꽁 (래디쉬)'도 잔뜩 얻었다. 이것들로 또다시 (내 생애에 3번째인) 열무김치를 담글 것이다.

하츠카다이꽁 (래디쉬), 이것도 함께 열무김치에 넣으려고 한다.
하츠카다이꽁 (래디쉬), 이것도 함께 열무김치에 넣으려고 한다. ⓒ 장영미
게다가 지난 주에는 선생님들께서 기르신 감자도 한아름 얻어왔다. 공동재배 작물은 아니지만 강좌가 시작되기 전에 심으신 것을 각자 다섯그루씩 파가라고 하시기에 즐겁게 파왔다. 비가 온 후였는데 땅이 그렇게 보드랍고 연할 수가 없었다. 햇볕에 말랐을 때는 호미로 파는 것조차 힘이 들더니 글쎄 손으로도 흙이 술술 파지는 거다. 이렇게 다를 수가! 천양지차! 왜 하필 그날을 택해 가져가라 하신 건지 잘 알 수 있었다. 농사의 지혜를 또한가지 배운 순간.

ⓒ 장영미
ⓒ 장영미
4mX5m의 작은 텃밭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수확할 수 있다니! 왕초보는 한달 새 수십번 놀라고 수십배 감동하고 수십차례 감사했다. 그리고 수십번 의지를 다졌다. '농사 배우길 참 잘 했다. 이 강좌가 끝나더라도 다른 곳을 찾아서라도 계속 배워보자!'.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농사를 배우고자하는 시민과 일손이 필요한 농가를 연결해주는 비영리단체가 있었다.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싶어도 지식이 없어 고민하는 도시인들의 신청이 많다고 했다. 농사를 배우는 것 뿐만아니라 500엔 정도의 시급도 받고 출하하기 어려운 작물들도 덤으로 얻어오는 기쁨까지 있단다. 농가는 일손을 구할 수 있어서 좋으니, 정녕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정말 맛있는 게 어떤 것인지, 좋은 먹거리가 어떤 것인지, 미각을 잃고 헤매는 우리세대의 젊은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텃밭을 가꾸자!' 미각은 텃밭에서 자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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