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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인간은 거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다.
비유가 좀 거창하겠지만 작은딸이 쿠키를 팔고 바이올린 연주를 해서 밴드 유니폼과 활동비를 마련하겠다는 프로젝트는 거의 홍 장군의 비장한 각오에 버금갈 만했다. 딸의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하여간 밴드를 하고 싶다는 딸의 열망은 프로젝트 시안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실천 모드로 바뀌었다. 어떻게?
쿠키를 만드는 일은 재료가 되는 쿠키믹스를 먼저 사야 하는 일인지라 당장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손만 뻗으면 바로 곁에 있는 바이올린은 곧바로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별이 총총한 해리슨버그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다음 날, 딸아이는 학교에 가면서 쿠키믹스를 사다 달라고 했다. 밴드에 대한 열정과 펀드 레이징에 대한 청사진으로 얼굴이 달아오른 딸, 보무도 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엄마, 학교에서 키슬링 선생님에게 밴드활동을 위한 펀드 레이징을 말씀드렸어. 그랬더니 아주 좋은 계획이라고 칭찬하셨어. 선생님도 쿠키 사 주신다고 가져오래. 우리 반 애들도 많이 사준다고 했어. 그러니 빨리 만들어야 할 것 같애. 엄마 쿠키믹스 사왔지?"
"아니, 어떻게 선생님에게까지 쿠키를 파니? 그냥 드려야지."
"아냐. 괜찮아. 여기선 다 그래. 선생님도 펀드 레이징할 때 돈 다 받아. 지난번에 무슨 기금 마련한다고 선생님이 과자 팔 때도 75센트씩 받았어. 괜찮아."
펀드 레이징이라고는 하지만 선생님에게까지 돈을 받고 파는 건 우리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런 펀드 레이징을 많이 경험한 큰딸이 괜찮다고 참견을 해온다.
그러니까 명분이 분명한 펀드 레이징의 경우에는 선생님이어도 철저하게 돈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도 기쁘게 참여하고.
그나저나 작은딸이 찾아가서 펀드 레이징을 상의했다는 키슬링 선생님은 딸이 속한 '앰배서더 팀'의 주임 교사다. 그녀는 아이들의 학업과 활동에 관심이 많아 학생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잘 기울여 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그래서 딸아이도 키슬링 선생님을 찾아간 것이고 자신의 펀드 레이징 계획을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딸의 계획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들어준 뒤 격려를 해줬다고 하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너, 내 딸 맞아?
"엄마, 그러니까 빨리 쿠키를 구워야 해. 벌써 주문을 받아왔잖아. 그리고 친구들에게 또 다른 펀드 레이징인 바이올린 연주 계획을 말해줬더니 애들이 너무 좋아해. 언제 월마트 앞에서 연주할 거냐며 구경온다고 했어."
'마칭 밴드'팀의 비싼 유니폼 때문에 시작된 딸아이의 펀드 레이징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한 '대박 예감'으로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얘가 내 딸 맞아?'
내성적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탓에 담임 선생님조차도 아이를 잘 모르고 이름까지 틀리게 불러 나를 화나게 만들었던 아이가 바로 이 아이?
이 엄청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것을 미국인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면서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쿠키에 대해 '입도선매'까지 당당하게 따온 잘난(?) 아이가 바로 이 소녀!
'너, 정말 내 딸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