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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느닷없이 토끼 이야기가 많이 회자된다. 토끼와 관련한 일반적인 이야기는 동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인데, 최근에 오가는 토끼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듯하다.

산토끼 뛰는 모습


5.31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선거 패인을 두고, 집토끼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대부분 집토끼가 집을 나가고, 오히려 자신의 수중에 있지 않은 엉뚱한 산토끼에 욕심을 부리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궤멸의 상태까지 패배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온순한 집토끼

그럼 나는 두 종류의 토끼 중 어느 범주에 들어가는 것일까? 집토끼인가, 산토끼인가? 아마도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고, 총선에서도 개혁 제대로 해보라고 소수당이던 열린우리당에 표를 던졌으니, 그들이 관리해야 할 대상인 집토끼의 범주에 들듯 싶다.
집토끼, 산토끼의 예를 들지는 않았지만, 필자 역시 지난 세월 몇 차례의 칼럼에서 집권 여당의 지지부진한 개혁정책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보면서, 지역적 기반을 가지지 못한 집권 여당의 살 길은 그들이 터잡은 진보적 개혁세력에 굳건한 토대를 두고 스스로 표방하였던 지역주의 해소정책과 철저한 개혁정책의 추진에 있다고 충고한 바 있다. 그 이후 지지세력을 점차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일본 아마미 오오시마 흑색토끼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그들은 오늘 무참하게 패배를 하였으며 자칫하다 이 땅 위에서 당명이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를 맞은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였던 지지세력은 거의 떠나버렸다. 멀리 곁눈질은 하던 산토끼들은 그들에게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짝사랑에 빠졌던 자가 겪어야 하는 공허함만 가슴 가득할 뿐일 것이다.

숲속의 산토끼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겨울이 되면 산(멧)토끼를 잡곤 했다. 산토끼는 야행성 동물이라 낮에는 풀숲에서 잠을 자고 밤에 주로 활동을 한다. 낮에 산에 올랐다가 가끔씩 산토끼를 만날 수 있는데, 이는 풀 에서 낮잠을 자다가 인기척에 놀라 도망치는 모습이 목격되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산과 들의 풀들이 모두 말라 산토끼들로서는 먹이 찾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겨울에 산에 오르면 싸리나무들이 잘려나간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먹을 것이 없으니 산토끼들은 싸리가지를 잘라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다.

이러한 산토끼들의 습성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찔래나무 열매를 꺾어다가 못으로 예리하고 납작한 칼처럼 만들어 씨앗을 빼내고 그 속에다 싸이나(비소)를 넣어 토끼를 유인한다.

오후 늦게 산으로 가서 산토끼가 다니는 길목에다 독약이 든 찔레나무를 꽂아둔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산을 오르면 산토끼가 찔레열매를 먹고 그 자리에 죽어있다. 날씨가 차가우니 죽은 또끼는 몸이 꽁꽁 얼어있다.

당시에도 불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산골 사람들은 그렇게 산토끼를 잡아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곤 했다. 아마 요즘은 규제가 엄격하여 야생동식물을 잡거나 채취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법으로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은 겨울 시골 산에서는 지천으로 찾아볼 수 있었던 산토끼똥이다. 풀과 나무만 갉아먹은 배설물이라 동들동글 예쁘기까지 하다.

산토끼똥

이상이 집토끼, 산토끼 이야기를 듣다 떠오른 토끼에 대한 촌놈의 추억어린 기억의 편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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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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