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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는 원래 희다. 그래서 누에의 번데기집이라 할 수 있는 누에고치를 풀어서 만든 명주실은 희다. 흰 명주실로는 천을 짠다. 흰 명주천이 된다. 흰 명주실에 염색을 하여 천을 짜거나, 짜여진 명주천에 염색을 하면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색상의 부드러운 명주비단이 된다. 옷도 만들고 이불도 만든다.

그 하얀누에가 과학의 힘으로 색을 가진 '컬러누에'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도 수원시에 소재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관에서 일반에게 공개되어 전시되고 있다기에 찾아 보았다.

농업과학관 로비를 이용한 '누에한살이특별전'의 일부를 이용한 전시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나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컬러누에가 다른 일반적인 하얀누에와 나란히 비교 전시되고 있었다.

컬러누에는 하얀누에가 먹는 뽕잎 대신에 파란색, 보라색 등 특별한 색상이 들어간 사료를 먹여 분홍누에, 파란누에 등 색깔 있는 누에로 바뀌어지게 하는 기술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농촌진흥청의 설명에 의하면 알에서 깨어난 뒤 20일 정도 되는 4령까지 뽕잎 대신에 특수개발한 인공사료를 먹이고, 5령누에의 2~3일 되는 20일 이후부터는 인공사료에 실험용 염색성분인 엔블루와 로다민 등을 함께 먹이면 누에의 몸에 색깔이 나타나면서 컬러누에가 된다.

▲ 컬러누에
ⓒ 성종환
컬러누에는 자라나면서 자신의 피부색과 같은 컬러고치가 되고, 고추 속에서 번데기를 거쳐 나방이가 되어 고치 밖으로 나온 다음에 수놈과 교배하여 알을 낳게 되는데, 이때 낳은 알도 컬러가 들어간 알이 된다.

▲ 컬러누에고치
ⓒ 성종환
염색성분이 들어간 인공사료는 누에가 고치를 지을 때까지 주어야 한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인공사료는 1일 1회를 주는데, 잘 썩으므로 냉장고에 보관하며 누에를 먹이게 된다.

컬러누에는 뽕잎을 구하기 힘든 도심 아파트에서도 교육용 학습재료나 예술용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누에가 알에서 깨어나 자라나며 수십 배로 크게 변신하면서 색깔이 바뀌는 과정이나 고치색, 그리고 번데기와 나방이를 거쳐 낳은 알색의 변화 과정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흥미진지한 학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한편으로 컬러누에에 대한 기술개발은 천연 컬러실크 생산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새로 개발된 컬러누에 기술을 이용해 염색이 필요 없는 천연 컬러실크 개발에 성공할 경우 사양길에 접어든 우리나라 누에산업을 일으키고 나아가 섬유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작 49일간을 살면서도 어느 것 하나 버리는 것 없이 몽땅 주고 가는 웰빙의 곤충이 누에이다. 누에를 한문으로 쓰면 잠(蚕)이라 한다. 한문을 풀어 보면 윗 분분은 하늘을 나타내는 천(天)이다, 아랫 부분은 물론 곤충을 나타내는 충(虫)이다. 그래서 누에는 하늘이 내린 곤충이라 할 정도로 신비로운 일생을 산다.

우리나라에서 누에를 이용한 산업은 과거에는 단순히 명주실만을 뽑아내는 것이었고, 손이 많이 가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쫒아오는 중국 등 동남아 국가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농촌진흥청 연구진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최근에 이르러서는 누에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제, 누에숫나방을 이용한 강장식품, 고치를 이용한 화장품 개발 등으로, 먹고 바르는 부가가치가 높은 누에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염색성분과 누에의 자람에 미치는 상관관계 정리, 인공사료의 다량생산 기술, 상온에서 인공사료의 보존 등 넘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한다. 하루 빨리 컬러누에의 실용화를 기대한다.

농업과학관을 찾아 신비스럽게 컬러누에를 관찰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기만 하다. 컬러누에의 개발로 다시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바뀌고 있는 누에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 컬러누에를 보고 있는 어린이들
ⓒ 성종환

덧붙이는 글 |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구내의 농업과학관 특별전시장에서 7월 10일까지 개최되는 '누에한살이특별전'에서는 누에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알에서 깨어 나온 어린누에인 3mm 크기의 아주 작은 개미누에는 자라는 동안 뽕잎만 먹으면서 한번 잠을 잘 때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다섯살, 즉 5령누에가 되면 몸무게가 무려 1만배나 무거워지는데, 개미누에가 5령누에로 되는 기간은 약 20~25일이므로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1령에서 5령까지 변신되는 누에의 일생과 함께 번데기, 나방이를 거치는 순환 과정과 고치에서 실을 뽑는 과정, 누에로 만들어진 각종 제품들의 실물, 사진,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어린이에게는 신기함을, 어른들에게는 과거로의 추억 여행이 가능한 전시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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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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