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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외고 공식 사이트에 만들어 올려놓은 담임 이름들. 1학년 2반과 9반 교사가 외국인인 것처럼 나타나 있다.
H외고 공식 사이트에 만들어 올려놓은 담임 이름들. 1학년 2반과 9반 교사가 외국인인 것처럼 나타나 있다. ⓒ H외고사이트
"1학년 2반 담임: 마크 ○○○○, 1학년 9반 담임: 쿄우○○"

경기도 용인에 있는 H외국어고가 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담임 명단이다. 1학년 전체 10개 반 가운데 외국인 담임이 2명이나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름으로 봐서는 한 사람은 캐나다인, 다른 사람은 일본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본인 강사 쿄우○○씨는 'K' 성을 가진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캐나다인인 마크도 담임교사를 맡으면 안 되는 교사 무자격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H외고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확인한 결과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국내에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외국인이 담임을 맡는 것은 법 위반 행위"라며 26일 이 학교를 방문,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민 혈세로 세운 특목고에 무자격 외국인이 담임

H외고는 사립학교지만 경기도 용인시가 건립비용 458억원을 대고 한 사립대가 땅을 제공해 지난 해 3월 개교한 학교다. 이 학교는 올해 3월에도 <경향신문>이 "국민공통기본교육 과정인 도덕 과목까지 미국 교재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하는 등 시빗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외국인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경우는 특수목적고와 일반고를 막론하고 이 학교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해외에 유학 보낼 국제반 학생들은 담임교사까지 외국인이 맡으면 좋겠다고 판단해 캐나다인에게 담임을 맡겼다"고 밝혔다.

올해 3월부터 담임을 맡은 마크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해 9월. 한국에 온지 6개월만에 1학년 2반 학생 37명을 대상으로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책임질 담임을 떠맡은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과정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추게 하여 국가 발전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교육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마크가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따른 담임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는 미지수다. 이 학교 쪽도 "그는 한국말은 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박 아무개 교감은 "우리학교가 교내에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학생 생활지도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고 학부모를 상담할 때는 통역을 두고 있어 괜찮다"면서 "마크는 동양학에도 조예가 깊어 인성교육에도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마크는 교사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박아무개 교감은 "마크는 교사자격증은 없고 캐나다 대학에서 외국인을 가르치는 과정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법 검토 결과 교사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에만 담임교사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외국인은 교사자격 취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담임을 맡긴 것은 법 위반행위"라고 규정했다.

이 교육청은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자 26일 H외고를 직접 방문, 실태조사에 착수해 잘못이 있을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H외고는 한국인 K씨를 올 3월 강사로 임용하면서 일본인으로 둔갑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K씨는 어쩐 일인지 학교 공식행사나 공식문서에서도 한국이름 대신 일본이름인 '쿄우○○'를 사용하고 있다.

K씨가 '쿄우○○'로... 한국인이 일본인으로 둔갑 의혹

이에 따라 이 학교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대부분 이 교사가 일본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학교 사정에 밝은 한 인사가 전했다. 이 인사는 "학생들은 100% 일본인으로 알고 있고 교사들도 대부분 일본인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H외고는 관련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다만 일부러 일본인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박 교감은 "학생들은 K선생님을 일본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본어 회화를 가르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K씨는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나와서 일본 이름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이름 대신 일본 이름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확인 결과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K씨는 고교와 대학까지 한국에서 다니는 등 20여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일에 대해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일부 외국어고가 학원강사를 초청해 입시 설명회를 여는 등 복마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일은 놀랍고 황당한 일"이라는 태도를 나타냈다.

이철호 범국민교육연대 사무국장은 "해외영어캠프나 사설학원에서도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위해 한국인이 맡는 게 보통"이라면서 "명문대와 해외유학이라는 카드로 학부모 등을 현혹하기 위해 온갖 반교육적인 행위를 하는 일부 외고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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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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