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자 폭탄'이라고 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줄줄이 오르면서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국민, 신한, 우리, SC제일은행 등이 우대금리를 줄이거나 근저당 설정비용을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방법 등으로 적게는 0.2%포인트에서 많게는 0.8%포인트까지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동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 금리가 6월 콜금리 인상 전 4.36%에서 지난 25일 4.55%로 올랐다. 이 뿐이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8일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게 확실시된다고 한다. 이러면 한국은행도 콜금리를 덩달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잇따른 주택대출 옥죄기
다른 소식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할부금융사의 주택담보 인정비율을 60%로 낮춘 데 이어 추가로 낮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할부금융사로 몰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종합해 보자. 자고 나면 금리가 오른다.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어 집을 내놓기로 했지만 살 사람은 없다. 은행은 물론 할부금융사들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이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현상이 빚어질까? 집은 감옥이 되고 이자는 흉기가 된다.
가르자. 집에 갇혀 이자에 얻어터져야 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서민이다. 다음달이면 국민은행에서 대출 받은 사람의 경우 금리 0.59%포인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대출금액이 1억원일 때 연간 이자 부담이 59만원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가진 사람들에겐 그리 큰 부담이 아니지만 서민에겐 부담이다. 몇 푼 안 되는 월급을 받자마자 공과금 봉투와 교육비 봉투, 부식비 봉투에 나눠 담아야 하는 서민들에게 이 돈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그래도 좋다. 서민들도 부동산 투기 대열에 합류했었다면 철퇴를 맞아도 할 말이 없다. 감히 '황새'가 되려 한 '뱁새'의 업보인 것을 누굴 탓하겠는가.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여러 차례 밝혔다. '버블세븐' 지역이 문제라고 했다. 이곳이 투기의 온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민에게 이곳은 머나먼 곳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찬바람은 다른 지역에 몰아치고 있다.
그래서 왜 당해야 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버블세븐' 지역인데 왜 해법은 전국 단위로, 그것도 무차별적으로 내놓느냐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언론은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달리 볼 측면도 있다. 부동산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면 전체 대출의 절반 이상을 주택담보대출로 메우고 있는 은행엔 치명타가 된다. 금융대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당국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 시중은행의 금리 올리기를 선제적인 예방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금융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하는 현상이니까 투기꾼과 서민 가릴 것 없이 국민 모두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말바꾸기... 가계살림은 어느 장단에?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다. <중앙일보>가 환기시킨 사례 하나만 인용하자. 금융감독원은 5월 23일 "부동산 값이 50% 떨어져도 은행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랬던 금감원이 꼭 한 달 뒤인 지난 23일, 말을 이렇게 바꿨다.
"카드사태와 마찬가지로 은행이 부동산 하락으로 위기를 느꼈을 때는 이미 늦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무슨 말을 믿고 가정경제를 운영해야 하는가?
금감원이 은행의 위기관리를 주문한 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남 장성군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참여정부가) 경제는 잘 하고 있는데 민생은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이) 불만이 많다. 민생이 고달픈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며… 구조적인 문제는 세종대왕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불과 한 달 만에 말을 180도 바꾸는 것도 구조적인 문제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