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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키보다 높이 쌓인 보도블럭과 크레인·공사현장차량·장비들 사이에서 한 보행자가 길을 찾고 있다.
ⓒ 전득렬

▲ 공사현장의 대형 차량들이 인도를 가로 막고 공사를 하고 있다. 한 행인이 위험하게 차도를 걷고 있다.
ⓒ 전득렬
대구 수성구 황금 1동의 '롯데·화성 캐슬골드파크' 시공 현장을 지나다 보니 참으로 위험한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사현장 차량과 자재들에게 인도를 빼앗긴 보행자들은 우왕좌왕 하다가 차량들이 질주하는 차도 위를 걸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현장 차량들은 불법 유턴을 하는 등 '불법 선수들의 경기장' 같았습니다.

▲ 중앙선 침범, 아무나 하나? 좌우를 살피던 대형크레인이 차량이 없는 틈을 타 중앙선을 가로질러 질주를 하고 있다.
ⓒ 전득렬
'구. 황금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롯데·화성 캐슬골드파크(4256 세대)'는 오는 8월 입주를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지난 24일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공사현장에는 관리·감독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공사차량들은 불법유턴을 하며 중앙선 침범을 하고 있었습니다.

▲ 산 넘어 산. 공사차량 옆을 간신히 지났지만 땅을 파 헤쳐 놓은 시커먼 흙과 모래, 보도블럭 등이 뒤엉켜 길을 가로 막고 있다.
ⓒ 전득렬
우리나라 아파트 공사현장이 다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직도 '안전불감증'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안전구호는 결국 '헛구호'였는지 현장 관리자에게 되묻고 싶었지만 아무리 둘러 봐도 관리자는 없었습니다.

▲ 파헤쳐 놓은 인도위에 비가 내리면서 진흙길로 변했다. 이곳은 인근 성동초등학교의 등·하교길이기도 하다.
ⓒ 전득렬
25일 일요일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어제 보았던 곳의 길 건너편 공사현장은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전선과 케이블이 마무리가 되지 않은 채 빗물 속에 방치되어 있었고, 길가에는 안전펜스 하나 없이 각종 공사자재들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또 마구 파헤쳐진 인도 블록은 진흙탕으로 변해 보행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었습니다.

▲ 공사현장의 횡단보도 앞은 다니기조차 힘들다. 케이블로 보이는 전선이 땅위로 솟아 있으며 빗물이 고여 있다.
ⓒ 전득렬
현장 관계자인 H산업 관계자가 왜 사진을 찍느냐고 물었습니다.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되물었습니다. 이게 공사현장인지 불법 선수들의 경기장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 등 전선은 모두 '죽은 선'이라 위험하지 않다면서 이곳은 하청업체들과 나눠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관계자를 불러 주겠다고 말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이 곳은 50여m 앞에 위치한 성동초등학교의 길목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전은 누가 책임을 질까요? 인근에 있는 수성경찰서 황금지구대에 들어가서 물어보았습니다. 지구대 관계자는 "공사기간 중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어 관련 행정기관에 건의를 했으나 잘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안전모가 수성경찰서 황금지구대 옆에 쓰러져 있는 횡단보도 표지판위에 ‘안전하게’ 버려져 있다.
ⓒ 전득렬
지구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일반 보행자뿐만 아니라 장애인들도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불법 유턴 및 중앙선 침범에 대해서는 단속경찰관을 배치해 적극 예방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단속 때만 법규를 지키고, 경찰관이 보이지 않으면 또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주택가 방법순찰도 해야 하고, 사건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도 해야 하는 데 길가에서 하루 종일 교통위반 단속에만 매달려 있는 것도 힘든 실정이라고 합니다.

26일 이곳을 관리 감독하는 대구 수성구청 관계자와 통화를 했습니다. 공사현장 상황들을 설명하니 이 관계자는 "주말이라 관리 감독에 소홀히 한 것 같은데 오늘 바로 현장에 나가서 지도하겠다"면서 "주민들의 보행권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며, 안전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신호등 이설 작업을 하고 그대로 방치 해둔 곳에는 마무리가 안 된 전기선들이 위험하고 흉물스럽게 삐쳐 나와 있다.
ⓒ 전득렬
이번 주면 모든 공사가 끝난다고 합니다. 몇 달간 지속돼 온 공사현장의 굴착기 소음소리와 날리는 흙먼지, 불편한 도로 때문에 경찰관조차 힘들었다고 하니 주민들의 불편은 오죽했겠습니까.

주말에는 관리감독과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안전대책을 소홀히하는 공사현장. 민원을 제기해야 시정하겠다는 사후 약방문 식 대처는 이젠 그만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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