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아계실 적의 어머니와 어린 두 아이
살아계실 적의 어머니와 어린 두 아이 ⓒ 고성혁
아이는 지금 휴학생이다. 나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입대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유는 밴드에 있었다. 자기는 음악과 밴드를 말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며 따라서 1년만 군 입대를 연기하고 '끼'가 넘치는 친구들과 밴드를 구성하여 후회 없이 마음껏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스무 살이 넘은 아이의 완강한 저항에 아비로서 속수무책이었다. 한편으로 긴 인생에 있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서는 짧은 방황은 필요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비의 역할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몇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그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는 딱 1년이었다. 1년 후에는 이유 없이 군 입대를 하는 것. 둘째는 제 스스로 벌어 서울살이를 하는 것. 두 가지였다. 그런 이유로 아이의 휴대폰이 끊겼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더러는 아주 힘들게 생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스물이 넘은 성인이니 만큼 삶을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는 내 생각을 강조하며 걱정으로 조바심을 내는 아내를 다독여 왔는데 급기야 녀석이 노가다를 시작한 것이었다.

공사장 잡부든 길거리 행상이든 녀석에겐 삶의 값진 체험이 될 것이었다. 녀석도 아비가 광화문에서 세차를 하거나 밥을 먹기 위해 눈발 날리는 언 땅을 파헤쳐야만 했던 고단했던 생활을 알고 있으니 크게 할 말도 없을 것이다.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스스로 결정한 자랑스러운 일. 돈이 필요하면 당연히 막노동이라도 해야만 한다.

그래도 녀석에게는 언제든 돌아올 따뜻한 집과 부모의 사랑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고픈 배를 잊기 위해 물을 마시고 긴 낭하를 배회했던 내 스무 살의 점심시간이 떠올랐다.

아내와 두 아이
아내와 두 아이 ⓒ 고성혁
'아들아, 사랑한다. 어찌 아비가 너의 힘듦을 모르겠니. 그러나 그것이 삶이고 생활이다. 삶은 네 것이고 네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찌 아비로서 너에 대한 짠한 마음이 없겠냐만 지금의 내 몫은 너를 가만 놔두고 바라보는 것뿐.

네가 세 살이던 시절 출근 때마다 오토바이를 태워줬고, 다섯 살 나이에는 너와 함께 연을 만들어 날렸고, 열 살 나이에는 너의 손을 잡고 미니카 경기에 참여했잖니. 그때의 아비를 아름답게 기억하면서 부디 잘 이겨내다오.'

아내는 그래도 아이의 여자친구가 공사장으로 떠나는 아들을 보내며 마구 울었다는 말을 은근슬쩍 전하면서 그 아이의 예쁨에 눈물 젖은 얼굴로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