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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오사카 공연장면
우리나라의 오사카 공연장면 ⓒ 이창기
함께 민족춤을 추며 열광하는 총련 소속 가무단 성원들
함께 민족춤을 추며 열광하는 총련 소속 가무단 성원들 ⓒ 이창기
토크쇼를 진행중인 권해효씨, 겨울연가에 출연한 권해효씨는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사회자는 아가히사 무쭈코 시민연대 공동대표의 따님이다. 일본에서도 대를 이어 진보운동을 전개하는 가족이 있었다
토크쇼를 진행중인 권해효씨, 겨울연가에 출연한 권해효씨는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사회자는 아가히사 무쭈코 시민연대 공동대표의 따님이다. 일본에서도 대를 이어 진보운동을 전개하는 가족이 있었다 ⓒ 이창기
27일 저녁 7시. 일본 오사카의 쿠오레 오사카홀에서는 ‘일본과 조선·한국의 마음을 잇는 콘서트’가 800여명의 관객들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으며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일·조 국교정상화 조기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관객들도 일본인과 재일동포들이 반씩 참여하였다.

콘서트 1부는 ‘동오사카 조선중급학교 합창부’의 합창 ‘통일아리랑’으로 시작되었다. 흰색과 검은색 조선 치마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합창단의 공연에 관객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부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 배우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권해효씨가 ‘오사카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드라마 <겨울연가>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와 6.15공동선언 이후 자신이 어떻게 해서 ‘북녘어린이 영양빵지원 활동’ 등 통일을 위한 실천에 나서게 되었는지에 대해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관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히 권해효씨가 500엔이면 북녘어린이들의 영양빵 30개를 만들 수 있다며 지원을 호소하자 즉석에서 많은 금액이 모아지기도 했다.

3부는 탤런트 권해효씨의 사회로 이 행사의 중심인 ‘우리나라’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재일교포 동포들의 애환과 삶의 의지를 다룬 내용과 진보적 일본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반영한 곡으로 편성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재일교포들은 ‘고향의 봄’이나 ‘아이들아 이것이 우리 학교다’가 흘러나오자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또 일본 관객들은 일본 민중의 한을 가을녘 고추잠자리의 서정으로 노래한 ‘붉은 잠자리’, 그리고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조망 안과 밖 모두 피어 있는 민들레의 생명력으로 미군기지 철거 투쟁을 힘 있게 전개하자는 ‘민들레’라는 노래를 듣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민족학교 학생들의 합창
민족학교 학생들의 합창 ⓒ 이창기
열창을 하고 있는 총련 소속의 민족학교 합창단, 얼마나 귀엽고 해맑던지
열창을 하고 있는 총련 소속의 민족학교 합창단, 얼마나 귀엽고 해맑던지 ⓒ 이창기
아리모토 공동대표
아리모토 공동대표 ⓒ 이창기
공연을 보고난 후 한 일본인은 자신들을 위해 이 두 노래를 일본어로 불러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며 벅찬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 노래는 춤곡인가 보다.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와 ‘풍물연곡’이 나오자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께 춤을 추며 열광하였다. 가수들이 노래를 열창하는 동안 배경 화면에서는 인터넷 방송국 청춘에서 제작한 영상이 연이어 흘러가고 있었다.

영상의 내용은 1991년 일본 자민당 당수였던 ‘가네마루 신’이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평양공항에 도착하는 장면, 2002년 9월 평양선언 채택장면, 일제의 만행을 다룬 내용과 6.15남북공동선언 당시 남북 두 정상의 모습과 남북해외의 통일열기를 담은 내용들로 이루어졌다. 특히 깨어있는 일본인들이 오키나와기지 철거 투쟁을 벌이는 모습 등 일본인의 삶과 투쟁의 모습도 들어있어 많은 일본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이날의 공연은 풍물연곡과 ‘일본의 벗들과 동포들에게 드리는 글’(이하 ‘드리는 글’)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뜨거운 음성으로 일본정부에게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조일수교조기실현을 염원하는 연설을 하였으며 양심적인 일본인들과 재일동포들이 손잡고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아시아에서 모든 외세를 몰아내고, 한반도는 6.15공동선언을 실행에 옮겨 하루빨리 조국을 통일하자고 열렬히 호소하였는데 이 호소에 관객들은 그 어떤 순간보다 크나큰 박수를 보냈다.

특히나 ‘드리는 글’ 마지막 부분에 ‘615선언 만세! 조일국교정상화 만세! 평화로운 아시아 만세!’를 모든 관객들이 합창을 해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이 ‘드리는 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일본인은 일본에서 ‘만세’는 보통 ‘천황폐하 만세’를 의미해서 그동안 ‘만세’를 외치지 않았는데, 아시아 민중들의 단결을 염원하는 오늘의 ‘만세’는 자신도 힘차게 외쳤다며 자신의 생애에서 처음 소리 높여 ‘만세’를 외친 것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았다.

나가히사 무쭈코 공동대표
나가히사 무쭈코 공동대표 ⓒ 이창기
야마모토씨
야마모토씨 ⓒ 이창기
눈물을 글썽거리며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
눈물을 글썽거리며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 ⓒ 이창기
공연이 끝나자 나가히사 무쭈코(66·여성) 시민연대 공동대표와 야마모토 시민연대 공동대표가 권해효씨와 ‘우리나라’에 꽃다발을 증정하였다. 기립한 관객들의 박수는 끊어질 줄 모르고 계속 되었다.

일본인들도 “우리나라반도(밴드)가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큰 힘을 줄줄은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 노래패를 초청했던 주최 측의 한 사람인 아리모토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 미군철수운동이나 노동운동, 인권운동을 하는 대오가 많지 않아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서 가고 있는데 오늘 ‘우리나라’ 공연을 본 사람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만세를 외치는 것을 보니 일본의 진보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고 만족해하였다.

일본 시민연대의 야마모토씨는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노래처럼 힘 있는 노래가 없는데 ‘우리나라’ 노래를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하고 더욱 활동을 열심히 할 힘을 얻었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시민연대에서는 1년 예산이 거의 다 들어가는 ‘우리나라’ 초청행사였고 그것도 처음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큰마음을 먹고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자 아가히사 무쭈코 공동대표는 ‘200% 이상 성과를 거두었다’며 이후에도 ‘우리나라’와 교류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에는 이러한 진보적 운동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주축이라며 ‘우리나라’ 청년가수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음악과 영상, 이런 예술은 만국의 공통어이며 더구나 민중들의 삶과 진실 그리고 민족의 진로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겨있는 예술은 특히 감화력이 더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이번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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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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