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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랜드 스콧 레이크에 싱크홀이 발생한 소식을 보도한 <폭스뉴스> 경보 방송 화면.
레이크랜드 스콧 레이크에 싱크홀이 발생한 소식을 보도한 <폭스뉴스> 경보 방송 화면. ⓒ 김명곤
지난 21일 플로리다주 레이크랜드 시의 스콧 레이크 인근의 주민들은 아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291에이커 크기의 이 호수는 최근 연이어 내린 폭우로 수위가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그런데 하루 밤 사이에 호수가 비어 버리고 주변은 온통 개펄이 되어 있었던 것.

주민들은 호수 주변에서 말똥가리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뭔가를 쪼아대고 있고 이곳저곳에 죽은 물고기들이 뒹굴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또한 악어와 거북이들이 검은 진흙 개펄에서 기어 나오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격되었다.

이 같은 '변고'는 호수 밑바닥에 이른바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생겨 벌어진 것이다. 지난 2004년에도 레이크랜드 한 지역의 상가에 싱크홀이 생겨 식당 건물이 무너지고 주변 건물에 금이 가는 바람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3년 전에는 데이토나 비치로 가는 길목 도시인 오렌지시 부근 도로에서 이같은 현상이 대낮에 벌어져 운전자가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당시 싱크홀 사고로 수백 채의 주택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싱크홀로 내려앉은 카운티 도로는 수 주일간 공사를 한 후에야 개통되었다.

"황당하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스콧 레이크의 한 주민은 21일 <탬파 트리뷴>에 "오전 11시께 호수에 왔었는데 물이 쭉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황당하고 가슴이 무너져 내라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정오께는 이미 호수 일부분에만 약간의 물이 고여 있었으며, 구멍이 생긴 인근의 땅은 마치 층이 있는 케이크를 거꾸로 박아 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레이크랜드 시 당국은 지난주 초 두 개의 싱크홀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며 수압으로 구멍이 더 커지면서 21일께 한꺼번에 물이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싱크홀 중 하나는 현재 반경 200피트, 깊이 20피트 정도로 커졌으며, 다른 한 개도 사태의 추이에 따라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싱크홀 현상으로 호수 인근의 집 한 채에 금이 가 주민이 대피했고, 여러 개의 보트 선착장이 부서진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번 싱크홀 사건으로 부유층과 중산층이 뒤섞여 살고 있는 스콧 레이크 인근의 주민들은 큰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스콧 레이크는 레이크랜드 시 소유가 아닌 주택 소유주들의 땅인데, 집값이 추락할 것이라는 고민 외에 당장 싱크홀을 메우거나 수리할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

스콧 레이크 주변에는 퍼블릭스 슈퍼마켓 창업자의 딸, 유명 스피드 보트 '미스 버드와이저'의 소유주인 버니 리틀의 아들 등 상당수의 거부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스콧 레이크의 주민들은 지난 24일과 26일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싱크홀이 완전히 마르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주민은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싱크홀 현상이 멈출 것인지, 아니면 계속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마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언젠가는 스스로 멈추고 흙이 메워지면서 물이 다시 고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싱크홀이 메워지는 데에는 수 주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으나, 망가진 호수 주변을 고치는 것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스콧 레이크 인근의 주택 소유자들이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이 같은 싱크홀 현상은 대체로 가뭄으로 땅이 메마른 후에 한꺼번에 쏟아진 비로 생기는 수가 많은데, 플로리다 지역의 크고 작은 상당수의 호수들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싱크홀 현상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플로리다 코리아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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