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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입구에 세워진 솟대와 장승 표지판
가든 입구에 세워진 솟대와 장승 표지판 ⓒ 정판수
달내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 '○○가든'이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주인아주머니도 상냥하고 음식도 정갈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제 집에서 식사 대접을 하기 어려울 경우 그곳을 알려줍니다.

그 분들이 식사를 마치고 오면 반드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 그곳 솟대와 장승이 굉장하더군요. 특히 솟대가 얼마나 많은지 온통 기러기 천지더군요."

담장에 세워진 솟대 하나를 확대해 보다
담장에 세워진 솟대 하나를 확대해 보다 ⓒ 정판수
솟대는 민속에서 경사가 있을 때나 축하의 뜻으로 세우는 긴 대를 가리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솟대는 장대와 새, 이렇게 두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거기에 걸리는 새로는 기러기, 까마귀, 갈매기, 따오기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집 주인아저씨가 만드는 솟대에 매달린 새는 모두 기러기입니다. 왜 기러기를 다느냐고 물었습니다.

"전통 혼례에서 나무기러기를 전하는 의식이 있는 것처럼,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워낙 다정해 부부의 원만한 금슬을 상징하기 때문"이랍니다.

아저씨는 7년 전부터 솟대를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들른 이곳이 마음에 쏙 들어 이곳에 뿌리를 내리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소나무였답니다.

여러 모양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자란 소나무를 보는 순간 솟대가 떠올라 작업에 돌입했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밖에 전시된 것 말고 대략 1000마리, 즉 500쌍이랍니다.

솟대를 만들려면 반드시 소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소나무에 있는 옹이가 기러기 눈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옹이가 있다고 해서 아무 소나무나 다 소재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몇 십 그루 중 겨우 하나 정도만 쓸 만하답니다.

만드는 순서 : ① 머리 깎기 → ② 만들어진 머리
만드는 순서 : ① 머리 깎기 → ② 만들어진 머리 ⓒ 정판수

만드는 순서 : ③ 다리 깎기 → ④ 완성
만드는 순서 : ③ 다리 깎기 → ④ 완성 ⓒ 정판수
재료를 구비한 다음엔 다듬습니다. 다듬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다음 단계인 말리기가 더 중요합니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으면 작품 형태가 어그러지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말리기는 단시일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진열된 상태에서도 꾸준히 계속되는 현재진행형 과정입니다.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 ⓒ 정판수
솟대에 걸리는 기러기는 한 마리가 아니라 반드시 암수 두 마리여야 합니다. 부부 금슬을 상징하니까요.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두 마리가 있을 때 한쪽이 조금 가냘프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암컷이고, 그쪽보다 조금 두터우면서 고개를 들고 있으면 수컷이지요.

아저씨는 처음엔 구체적 계획 없이 그저 솟대를 만들기만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00마리, 즉 1000쌍을 만들기로 스스로 다짐했답니다. 현재 500쌍이 완성돼 있으니 500쌍을 더 만들면 되는 거지요.

다 완성되면 전시회를 열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아직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으며 지금은 솟대를 만드는 것만 머릿속에 들어 있다고 합니다.

달내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는 기러기 2000마리가 날아오르길 꿈꾸며 오늘도 솟대를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해거름의 솟대
해거름의 솟대 ⓒ 정판수

담장을 빙 둘러 자리한 솟대들
담장을 빙 둘러 자리한 솟대들 ⓒ 정판수

덧붙이는 글 |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에서 달 ‘月’과 내 ‘川’의 한자음을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그리고 솟대 만드는 이의 요청에 따라 그분의 성함과 사진과 가든 이름을 밝히지 못함을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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