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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무늬긴노린재.
십자무늬긴노린재. ⓒ 권용숙
'십자무늬긴노린재'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는 '박주가리즙'입니다. 박주가리 잎새는 또 얼마나 예쁜지, 꼭지만 따버리면 사람들이 그 모양만으로도 설레고 갖고 싶은 하트가 됩니다.

박주가리의 끈적끈적한 하얀 즙을 배불리 먹고 하트 위에 올라선 노린재 '노식이'가 저만치 동아줄 같은 줄기 끝을 바라봅니다.

ⓒ 권용숙
거기에 부지런한 또 다른 노린재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널찍한 하트 모양 잎새에 있는 저를 놔두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사랑에 목숨까지 걸어버린 노린재 '노순이'와 '노돌이'가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하트 무늬도 사랑이 이루어질 때나 예뻐 보이는 것이야! 내가 저들을 그냥 놔두지 않겠어."

그새 멋진 하트잎새를 떠난 노린재 '노식이'는 동아줄 같은 긴 줄을 타고 그들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 권용숙
"참 알 수 없는 녀석들이군. 왜 하필 길고 매끌매끌한 줄에 매달려 위험한 사랑을 하냐구."

노린재 '노순이'를 자기가 차지해야겠다는 질투심이 불타오른 노린재 '노식이'는 '노돌이'와의 우정 따윈 박주가리 잎새를 내려오면서 던져 버렸습니다.

노린재 '노식이'가 뭐라고 말하거나 말거나, 줄기 끝에 매달린 '노순이'와 '노돌이'는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사랑의 장소로 위험천만인 줄기를 찾은 건 다 그럴 듯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 권용숙
보이시나요? 그새 사랑의 방해꾼이 한 마리 더 늘었습니다.

노린재 '노식이'가 또 다른 녀석과 함께 둘이서 합동 작전을 펼치며 훼방을 놓아봤습니다. 그러나 위험한 사랑을 하던 '노순이'와 '노돌이'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그 누가 아무리 방해를 해도 '노돌이'는 '내 사랑 노순이'를 지켜야 합니다. 내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 결코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바로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린재 '노돌이'는 두 마리를 상대로 짝짓기 중에도 싸워야 하지만, 한편으론 천만 다행입니다. 만약에 널찍한 박주가리 잎새 위였다면, 또 얼마나 많은 동료 노린재들의 공격을 받았을까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처음부터 영리한 노린재 '노돌이'가 위험천만인 동아줄 같은 긴 줄기를 사랑의 장소로 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 권용숙
당당하게 훼방꾼을 물리친 노린재 '노돌이'는 앞으로 성공적인 짝짓기가 끝날 때까지 또 다른 공격이 있을지 모르지만, 가느다란 줄기 위에서 행복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사실은 곤충들의 짝짓기는 가장 위험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성공적인 짝짓기가 끝난 후 죽기도 하고, 동료에 잡아먹히기도 하며, 둔한 동작 때문에 다른 곤충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또 동료마저 순식간에 적이 되는 것이 곤충의 세계입니다. 바로 그것이 그들만의 자손 번식의 자연스런 법칙인 듯합니다.

지금 수풀 속은 노린재들의 전성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개인블로그에도 또다른 사진과 글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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