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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해산 후 건물 1층으로 내려오는 노조원들
자진해산 후 건물 1층으로 내려오는 노조원들 ⓒ 추연만
자진해산 맨 나중에 나온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
자진해산 맨 나중에 나온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 ⓒ 추연만

[기사 보강 : 21일 오전 11시 20분]

점거농성 현장 올라가봤더니...

농성해산 후 포스코 건물 5층에 올라가보니 마치 전쟁을 치른 것 같았다. 경찰과 농성자들의 대치선 노릇을 하던 5층 비상계단에는 바리케이드로 사용하던 의자와 쇠파이프, 깨진 유리조각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건물 내부도 말로 표현치 못할 정도로 모든 것이 헝클어져 있었다.

특히 전기가 끊어져 에어컨 가동이 중단된 탓에 노조원들이 깬 유리창 사이로 본 포스코 전경이 무척 색다르게 보였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듯 포스코 점거사태로 불거진 노사간의 대립이 말끔히 해소될지 아니면 또다른 불씨가 되어 더 확산될지 지켜볼 일이다.
/ 추연만 기자
마주 달려오는 기차처럼 충돌 위기에 처한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가 농성 9일째 되던 날, 노조원들의 자진해산으로 고비를 넘겼다.

노조의 자진해산은 20일 밤 11시부터 시작해 다음날인 21일 오전 6시께, 이지경 위원장을 비롯한 농성지도부가 마지막으로 건물을 빠져나오면서 마무리됐다.

이날 자진해산은 20일 저녁 7시께 집행부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장을 먼저 빠져나온 노조원들은 "집행부가 이날 오후 각 분회별 모임을 소집하여 결정사항을 전달했다"며 당시 이지경 노조위원장이 "집행부는 여기서 막을 내리겠다, 노조원들은 내려가라, 안전 귀가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는 요지의 말을 직접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진해산 결정 후 농성장을 나오기까지는 한 차례 고비도 있었다. 20일 밤 9시께 농성자들이 건물을 빠져나오려고 건물 5층에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던 작업을 갑작스레 중단하고 또다시 대치상황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경찰이 농성지도부와 한 약속을 번복했다, 경찰의 진의를 파악할 때까지 해산 불가"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오후 10시부터 자진해산 대열은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자진해산 대열에 합류한 노조원 대다수는 무표정한 얼굴을 보이면서도 담담한 모습으로 건물 1층으로 내려왔다.

경찰은 1층에서 '확인서'를 작성하게 한 후 노조집행부를 제외한 일반 조합원은 곧바로 귀가 조치했다.

기자가 만난 한 노조원은 "하루벌이 노동자인 일용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친 것은 정당했다, 결코 후회는 없다"는 말을 남긴 후 귀가를 서둘렀다. 또 다른 노동자도 "포스코에서 벌어지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건설노동자의 권리는 사각지대에 빠져있다"면서 "우리가 자진해산했으니 정부와 포스코도 처우 개선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노조원들은 "농성 지속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음식물은 여유가 있었으나 단전·단수 조치에 이은 경찰진압 소식에 내부 동요도 제법 있었다"고 농성을 빠져나온 배경을 전했다.

경찰에 연행된 농성지도부는 포항·경주 등 6개 경찰서에 분산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의 사법처리와 더불어 포스코의 대응도 잇따를 전망이다.

경북경찰청 유상열 홍보담당관은 "노조 집행부와 점거농성 극렬 가담자, 선봉대 등에 대해서는 조사한 후 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만 포스코 사장도 21일 오전 6시 기자들과 만나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상의 책임도 물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포스코 건물 1층에 내려온 노동자들은 경찰의 확인서를 작성한 후 집행부와 선봉대 100여명을 제외한 대다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를
포스코 건물 1층에 내려온 노동자들은 경찰의 확인서를 작성한 후 집행부와 선봉대 100여명을 제외한 대다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를 ⓒ 추연만

연행되어 경찰차로 이송되는 민주노총 경북본부 김병일 의장. 경찰은 마지막으로 농성장을 나온 지도부에게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경찰차에 태워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연행되어 경찰차로 이송되는 민주노총 경북본부 김병일 의장. 경찰은 마지막으로 농성장을 나온 지도부에게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경찰차에 태워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 추연만

경찰과 농성자들의 대치선이 되었던 5층 계단은 마치 전쟁을 치른 현장 모습이다.
경찰과 농성자들의 대치선이 되었던 5층 계단은 마치 전쟁을 치른 현장 모습이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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