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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의 <곰보빵>
이철환의 <곰보빵> ⓒ 꽃삽
얼마 전 일터를 다시 얻은 후배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형. 지금 내 손에 뭐 있는 줄 알아? 우리 지민이 줄 커다란 곰 인형 사가지고 가는 길이야. 그런데 마음이 너무 아파. 이까짓 곰 인형 하나 때문에 우리 지민이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했어.”

후배는 간신히 울음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곰보빵> 시작하는 글에서.


새벽열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지인분이 선물해 주신 <곰보빵> 처음 읽었다. 별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가 눈이 퉁퉁 부어서 책을 덮은 기억이 있다. 이제 그 이야기는 추억이 되었지만, 책의 감동과 여운은 아직까지도 가시지 않는다.

<곰보빵>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난하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다.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해주고 싶은 것을 못해준다는 것. 왠지 서럽고 가슴이 아려오는 일이다.

급식조차 눈치 보며 먹는 아이들을, 길거리에서 끼니를 연명하는 노숙자들의 슬픈 눈을 나는 종종 보곤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동정을 불러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가난과 배고픔보다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사람들의 알량한 동정이라는 것을.

다시 말하지만 <곰보빵>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동정이 아닌,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들로 인해 <곰보빵>의 그들은 용기를 얻는다. 용기 내어 가난을 이겨내는 사람들이 책 속에 있다. 그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려운 현실을 이겨나간다.

변변히 가진 것도 없지만 사랑 하나로 가난을 이겨내는 모습은 놀랍다. 보라, 사랑은 얼마나 아름답고 대단한가! 저자 이철환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곰보빵>에 적어냈다.

사랑 이란 거, 어려운 게 아냐.
예쁘다고 말해 주는 거
잘했다고 말해 주는 거
함께 가자고 손을 잡아 주는 거, 그게 사랑이야.
활짝 핀 꽃처럼 그냥 한번 웃어 주는 거, 그게 사랑이야.


하루벌이에 바쁘기에 결혼식에조차 가지 못하지만 축의금 1만3천원과 자신이 리어카 장사하는 사과 한 보따리를 아내를 시켜 가져다주는 친구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하지만 따뜻하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자장면을 먹으러오자 식당 아줌마는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너희 엄마친구라고,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식당 아줌마. 탕수육이며 자장면을 만들어 주고 마음 편히 또 오라는 그녀,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랑은 감동적이다. 괜히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책은 이렇게 가난하지만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일들에서 저자는 따뜻한 희망을 찾아낸다. 가슴 푸근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책. 바로 <곰보빵>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행복한 이야기가 무럭무럭 자라난다.

곰보빵

이철환 지음, 꽃삽(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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