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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맑은 휴일 날씨였습니다. 할아버지도 여름방학을 한 손자도 신이 났습니다. 잠자리채와 잠자리통을 들고 잠자리 잡으러 가는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잠자리를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또 잠자리를 잡아서 다시 풀어줄 지 모르지만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잡는다는 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설레는 것은 틀림 없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잠자리채보다 커다란 대빗자루로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자리가 앉아 있는 곳에 살금살금 다가가 빗자루로 확 눌러 놓고 빗자루 밑으로 살며시 손을 집어 넣어 잠자리를 꺼냈습니다.
그때의 두근거리던 마음… 하지만 빗자루 밑에 잠자리가 없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눈치 빠른 잠자리가 이미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약싹 빠른 잠자리의 심리를 이제 다 읽어 버렸습니다. 나도 잠자리의 쉼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자리채도 없고 잠자리 사진 찍는 것도 눈이 밝아 잘 날아가기 때문에 약이 올라 오늘은 잠자리와 함께 놀아봤습니다. 잠자리를 손가락에 올려놓고 혼자 놀고 있는 저를 보고 사람들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저도 제가 신기하지만 며칠 전 잠자리가 잠자리를 먹는 것을 보고 경악을 한지라 손가락이 간질거려 꾹참고 놀아주다 구경하던 아저씨가 성큼성큼 소리를 내는 바람에 바람과 함께 호박밭으로 날아갔습니다.
자, 손가락 위에 앉은 잠자리 구경 하세요.
아이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저 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할지도 모르니까요. 잠자리 이름은 '깃동잠자리' 입니다.
덧붙이는 글 | 2006년 7월 23일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