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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힘나 평화학교 (경기도 안성 소재) 학생들이 2006년 1학기 교육과정에 있는 한국 근대사를 배우면서 재일동포들의 삶을 만나게 되었다. 아힘나의 아이들은 일제시대 때부터 일본으로 넘어가 살게 된 우리들의 동포들이 고난을 이겨내며 살아오고 있는 삶을 배우며, 또한 동포들의 삶 속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굳게 지켜 와야만 했을 잃어버린 우리의 얼을 만나게 되었다.

아힘나의 아이들은 지난 봄부터 동아방송대학 학생들의 도움으로 동영상카메라 촬영법과 편집을 배우고 익혀 왔으며,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의 정소희 실장으로부터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배워왔다.

6월 27일부터 9박 10일간의 일정으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아이들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70~80여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시모노세키로 향해 이 검푸른 현해탄을 건넜다. 7명의 아이들도 우리 선조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 위하여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배에 올랐다.

바람도 세었고, 파도도 높았지만 배가 출항하는 데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수행해야할 미션의 무게 때문인지 아이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세 시간 정도 지나 후쿠오카 항에 도착하였고, 후쿠오카의 시내를 그저 눈으로만 관광하며 연수원(후레아이노 이에)로 이동하였다.

▲ 후꾸오까조선초급학교 아이들 (증)조부모의 고향이 표시된 지도
ⓒ 김종수
다음 날에는 주문홍 목사(아힘나 일본지부의 이사)의 주선으로 키타큐슈시 고쿠라 남구에 있는 대안학교인 '히라오다이 사계의 언덕 소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의 환대와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잔뜩 긴장해 있는 아힘나 아이들의 얼굴을 풀어 주었으며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참으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워가는 아이들 간의 첫 만남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부드러웠다.

6월 30일과 7월 1일에는 다큐멘터리의 전체 내용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족교육의 현장인 재일조선학교를 돌아보기로 하였다. 방문한 학교는 후꾸오까조선초급학교와 규슈 조선중고급학교, 그리고 올해 폐교된 지꾸호 조선초급학교였다.

아힘나의 아이들은 재일조선학교를 방문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아이들의 방문기를 그대로 옮겨본다.

▲ 규슈 조선중고급학교 아이들과 아힘나 평화학교 아이들
ⓒ 김종수
우리의 얼을 지켜나가요 - 임수진(아힘나평화학교 중등과정)

"우리의 얼을 찾으러 가요"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힘나 평화학교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러 일본에 갔다. 일본여행 기간 동안 후꾸오까 조선 초급학교와 규슈 중고급학교, 그리고 지금은 폐교가 되어버린 지꾸호 조선학교에도 가보았다.

규슈 중고급학교에서는 선생님들께서 저고리를 입고 수업을 하고 계셨다. 말로만 들었었는데, 저고리를 입으신 선생님들을 보니 약간 놀랐다. 민족학교의 학생들은 지나갈 때 우리들을 보고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해주었다. 우리도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대답을 해주었다.

규슈 중고급학교에는 가야금부가 있었다. 가야금 소리는 아주 아름다웠다. 비록 짧은 연주였지만, 잊지 못할 것 같다. 또, 규슈 중고급학교는 뛰어난 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시설도 아주 좋았고 체육관도 아주 넓었다.

그런데 선생님들께서 모든 민족학교의 시설이 이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실제로 후꾸오까 조선 초급학교에 가보니 그랬다. 밖에서 보기에 허름해 보였다. 규슈 중고급학교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학교라 그렇게 좋은 시설이라고 한다.

후꾸오까 조선 초급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몇 학급은 학생들이 몇 명밖에 없었다. 수업에 열심히 참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민족학교들은 학교 꾸미기가 참 잘되어 있는 것 같았다. 반마다 붙어 있는 학급 게시물들…, 복도도 잘 꾸며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꾸호 조선학교는 올 3월에 폐교가 되어버린 학교이다. 그래서 학교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다녀온 민족학교들에는 교무실에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북한에서 재일동포들에게 매년 교육 원조비를 지원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민족학교에 교육원조비를 지원해준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단 한 푼도 말이다.

일본에서, 우리의 얼을 지키기 위해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는 재일동포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않다니. 남한이 고향인 재일동포들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우리의 얼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재일동포들은 아주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지금 재일동포가 5세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6세, 7세가 태어날 때도 우리의 얼을 지키려는 후손들이 있겠지?

지금 한국에서는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외국어(영어)를 배우는 데 열성을 다한다. 한글을 다 떼기도 전에 영어를 가르치려 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런 일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우리의 글을, 우리의 얼을 지키려는 재일동포들…,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극성인 한국의 학부모들…, 물론 두 가지 다 수많은 사람들의 일부분이겠지만.

우리의 얼을 지키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을 잃게 된다면, 나라를 잃게 되는 것이다. 민족학교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재일동포들…, 지금 민족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 민족학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 모두 아주 소중한 존재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여행을 통해서 그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우리의 얼은 영원히 지켜져야 한다. 우리의 얼을 지켜나가요!'

우리 민족은 참으로 대단하다 - 전지용(아힘나평화학교 중등과정)

6월 30일 금요일, 규슈 조선중고급학교에 갔다 왔다. 민족학교 중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학교이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정말 시설 좋다, 민족학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오히려 일본학교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시설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학교도 지을 때는 정말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연못과 산이 있는 거의 학교를 지을 수 없는 땅을 사서 당시 재일동포들의 비판도 받았었다고 한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모두 산을 '삽'으로만 파서 연못을 메우고, 그 작업을 반복해 땅을 확보하고 참으로 공을 들여세운 학교라 한다.

학생들은 모두 모국어인 조선어를 배우고 있었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민족심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높은 것을 느낀다.

소조(방과후 활동)는 가야금도 있고 스포츠도 많다. 그곳에서 학생들과 교류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농구부 애들과 농구도 해보고 얘기도 나누어봤다.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보성에 아힘나 학교를 지을 때 실내체육관이 이곳처럼 지어졌으면 좋겠다.

7월 3일, 조종태·김광배 할아버지와 인터뷰 전에 우리는 후꾸오까 조선초급학교를 방문, 견학하였다. 지난번에 갔던 규슈 조선중고급학교와는 한눈에 비교되는 걸 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30대 교장선생님이 계셨다. 정말로 젊은 선생님이셨다. 교실도 적고 학생도 적었다. 1학년들까지도 모두 조선어를 할 수 있었다.

"차를 셀 때 뭐라고 할까?" 선생님이 문제를 내자, 아이 한 명이 나와 푸는데 잘 모르자 다른 아이들이 가르쳐주면서 활발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다른 반도 마찬가지로 열심이었다. 전교생을 보아도 활발하였고 우리말을 배우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있었으며 모두 다 우리 조국을 배우며 자라고 있었다. 다시 한번 민족심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던 거 같다.

<계속>

덧붙이는 글 | 아힘나 평화학교(대표 조진경)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해 있으며, 평화를 위해 일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하여 세워진 비인가 중고등과정의 작은 학교이다. (031-674-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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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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