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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수집가 남상우씨
태권V 수집가 남상우씨 ⓒ 최훈길
"삼촌 손 붙잡고 태권V 보러간 적이 있어요. 1회 조조부터 보는데, 1회 끝나면 어린이들을 전부다 나가라고 했었죠. 전회 매진이라…. 저는 1회 끝나고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또 보고, 2회 끝나고 화장실 가서 숨어 있다가 또 봤죠. 보다보면 하루가 다 갔어요"

의류회사에 다니는 남상우씨는 태권V 수집 마니아다. 그의 사무실에 가면 로봇, 크레파스, 팸플릿, 달력 등 태권V가 새겨진 1000여종의 물건이 전시돼 있다. 어릴 적부터 유독 태권V를 좋아했던 남씨. 황학동 벼룩시장을 지날 때면 할머니에게 태권V 비디오테이프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태권V에 대한 남씨의 애정은 어른이 돼서도 계속됐다. 그가 태권V 수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0년 전. 매주 일요일마다 전국의 초등학교 문방구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직장이 쉬는 날엔 전국 지도를 펼쳐들고 로봇 태권V를 찾아 나섰다.

"우연히 일본의 장난감 로봇 수집가들이 쓴 글과 사진을 보게 됐어요. 수집은 어린이의 놀이로만 알았는데 성인이 돼서도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죠. 그 때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태권V가 새겨진 물건을 수집하는 데는 어려움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수집이라는 게 열정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몇 년 하다보니까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많이 힘들었죠. 해박한 지식과 경제적인 능력, 열정 등 3박자가 다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땐 나 혼자 그것들을 모두 갖추고 하기엔 무리였죠."

하지만 태권V에 대한 애정만은 아직 식을 줄을 모른다. 남씨는 태권V가 다른 로봇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추켜세웠다.

"(일본 캐릭터인) 마징가Z는 힘의 원천이 미사일이지만, 태권V 힘의 원천은 정신력이라고 생각해요. 로봇이지만 알고 보면 인간의 모습과 똑같죠. 한국고유의 정서를 가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태권V는 내게 가슴을 타오르게 하는 촛불 같은 존재입니다."

남씨는 지금 어린이들이 태권V를 외면하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부터 문방구가 없어지면서 태권V 관련 상품을 그냥 갔다버리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죠. 특별한 것 같지만 난 그저 그것을 보존하고 지킬 뿐입니다."

깡통로봇 역할 최귀섭씨 "태권V 뮤지컬 만들어보겠다"

태권V뮤지컬을 꿈꾸는 최귀섭씨
태권V뮤지컬을 꿈꾸는 최귀섭씨 ⓒ 최훈길
태권V의 또 다른 열렬한 팬 최귀섭씨. 최씨는 태권V 음악을 작곡한 최창권씨의 아들이다. '세월이 가면'으로 유명한 가수 최호섭의 동생이자 뮤지컬 작곡가이기도 한 최씨는 태권V에서 깡통로봇의 노래를 부른 당사자다. 가수 최호섭도 왕년에 태권V 주제곡을 불렀으니 최씨 가족은 말 그대로 태권V 음악가족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버지가 태권V 음악을 작곡할 때가 40대 초반이셨고, 그 때 전 11살 철이 없을 때였죠. 그 때 깡통로봇 노래뿐 아니라 LP판에서 성우 역까지 맡았어요. 아버지 덕분에 친구 30명을 대한극장에 데려가 공짜로 영화 보여준 건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당시 로봇 태권V가 엄청난 인기를 얻자 영화 음악도 히트를 쳤다고 한다.

"처음 로봇 태권V가 나왔을 때 엄청 히트를 쳐서 LP판이 마구 쏟아져 나왔죠. 그런데 그 때는 워낙 흔해서 따로 사운드트랙을 모아둘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하나도 가진 게 없죠. 지금은 이렇게 귀한데..."

로봇 태권V 음악으로 뭉쳐진 가족이어서일까. 최씨는 태권V 성공의 밑거름은 바로 '수준 있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로봇 태권V는 영상과 스토리, 그리고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이죠. 태권V 음악은 우리 귀에 익히 알려진 선율과 편성을 가지고 만들어졌어요."

김청기 감독, 신씨네와 협의가 된다면 최씨는 태권V를 스크린 속에서 데리고 나와 무대에 올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30년 전 음악을 지금에 맞도록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버지와 나, 2대에 걸쳐 로봇 태권V 음악을 만들 겁니다. 애니메이션이 새로 만들어진 이후에는 최초의 블록버스터 뮤지컬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훈이 역할 김영옥씨 "손자 손을 잡고 극장 올 것"

훈이 역할을 했던 탤런트 김영옥씨
훈이 역할을 했던 탤런트 김영옥씨 ⓒ 최훈길
최씨가 태권V의 깡통로봇 성우역을 맡았을 때 주인공 훈이의 목소리를 대신했던 사람이 탤런트 김영옥씨다. 김씨는 훈이의 성우 역할도 우연히 맡게 됐다고 말했다.

"그 때 사실 성인영화 성우를 하고 있었죠. 당시 마징가Z의 철이 역할을 먼저 했는데, 그래서인지 훈이 역할도 내게 맡겨진 것 같아요."

김씨는 훈이의 목소리를 담당할 때 흥분되던 감정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1976년 그 당시에는 모두들 상기돼 있었죠. 우리나라 최초로 만화영화를 녹음하는 거라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흥분한 상태에서 훈이 목소리를 내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남네요."

당시 김씨는 예닐곱 살 된 막내아들을 보면서 훈이 역할을 연습하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훈이에 대한 김씨의 애정도 남다르다. 그는 훈이를 "의로우면서 힘 있고, 정도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30년 후 다시 이렇게 와서 태권V를 보니까 흥분되고 눈물이 나올 것 같네요. 첫 개봉할 때는 아들 손잡고 극장에 갔는데 지금은 손자들 손잡고 가야할 나이가 됐죠. 분명 나 같은 중장년층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 많이 올 것 같아요."

"태권V 몸값, 우리나라 최고연기자 수준"
[인터뷰] 태권V 소속사 나무엑터스 김동식 상무

탄생 30주년을 맞은 태권V는 더 이상 프리랜서 영화배우(?)가 아니다. 연예 매니지먼트사인 (주)나무엑터스는 24일 태권V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실존하는 연기자와 같이 전속계약을 맺은 것은 국내 최초.

나무엑터스에는 영화배우 문근영, 김주혁, 탤런트 김태희와 같은 쟁쟁한 연예인들이 소속돼 있다. 바야흐로 태권V도 유명 영화배우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태권V와 전속계약을 맺은 나무엑터스의 김동식 상무를 만났다.

- 태권V와 계약을 맺었는데 소속 연기자들의 반응은.
"우선 궁금해하는 것이 많았다. 태권V가 연예인이 되는 것인지, 같이 영화를 찍는 것인지 어떤 일을 함께 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대부분 로봇 태권V와 한 식구가 된 것을 즐거워한다."

- 앞으로 어떤 일을 함께 하는가.
"태권V와 함께 만화영화, 라이센스 비즈니스, 머천다이징, 유통비즈니스 등 크게 네 가지 사업을 할 예정이다. 만화영화부분은 영화제작을 하는 것이고 라이센스 비즈니스는 광고를 뜻한다. 보통 연기자들이 CF부터 찍기 시작하니까 로봇 태권V도 CF부터 찍을 거란 예측을 하고 있다. 머천다이징은 캐릭터, 완구, 티셔츠, 로고 등의 패션 산업에 사용되는 것이다. 미국 스누피 로고를 우리나라에서 마음대로 못쓰듯 태권V에 대한 저작권 보호가 있어야 한다. 유통비즈니스는 팬시, 캐릭터를 파는 가게를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 보통 연예인들은 몸값이 있는데, 태권V 몸값은 얼마인가.
"구체적인 액수는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 연기자 대우를 할 예정이다."

- 수익은 얼마로 예상하는가.
"우리나라 캐릭터 비즈니스 전체시장이 10조원이다. 우리는 향후 5년 안에 전체 시장의 1%, 1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 태권V는 30년 전에 나온 캐릭터인데 10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이라고 보나.
"태권V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인지도면에서 벌써 900억 이상의 마케팅비용을 절감한 셈이다. 그리고 구식 캐릭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태권V의 향수를 지닌 세대의 자녀들이 현재 초등학생이다. 그 세대들이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가고 쇼핑을 하러 갈 것이다. 그들에겐 과거 향수가 생각날 것이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태권V는 새로운 브랜드로 다가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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