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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toon by Khalil Bendib / 출처 : http://www.corpwatch.org/
"하나, 우리는 코카콜라가 콜롬비아 준(準)군사세력과 결탁하여 노조 탄압을 통해 남미의 식음료업자들을 억압한 것에 대한 사실 여부를 조사할 독립적인 위원회의 설립을 요구한다. 둘, 우리는 더 많은 중고캔과 병에 대한 재생 및 재활용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기를 요구한다. 셋, 우리는 코카콜라의 공장과 계열사, 그리고 인도의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려는 신규 개발사업이 가져올 환경과 공공의 건강에 관한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를 요구한다."

위는 2006년 코카콜라의 봄 주주총회 주주결의안의 내용이다. 물론 이 결의안은 경영진으로부터 모두 거절되었다. 그러나 코카콜라가 '언젠가'가 아닌 '빨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는 경영진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었다.

주주. 기업으로서는 힘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하는 이해관계자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주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혹은 지분경쟁의 이름 없는 표로 인식되어가고 있다. KT&G와 아이칸의 싸움에서 주주의 의결권 위임은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었고, 서울증권의 경우는 1, 2대 주주의 지분확보 경쟁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SBS노조는 노조원들로부터 받은 의결권 위임장을 무기로 '부당한 이사선임철회', '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강력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뭔가 아쉽다. 우리의 경우 주주의 의결권은 경영권분쟁, 지분확보경쟁, 지배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 대결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다국적 기업감시 단체인 Corporate Watch의 메일소식을 보면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주주행동주의자들의 활동 반경은 점차적으로 넓혀져 가고 있다, 그러나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들의 행동이 주주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이다.

alPERS의 주주행동주의자들은 CEO와의 회의석상에 얼굴의 맞대고 한 논의의 결과로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 환자들이 약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한다거나 미국 회사에게 납품하는 아시아 생산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가져왔다.

22개의 다른 미국 기업들이 정치가, 정당 그리고 정치단체에게 기부한 정치자금의 액수를 공개하라는 주주결의안을 받았다. 그 중에는 워싱턴D.C에 흔한 제약업자들이 많이 끼어 있었다. 이를테면 브리스톨 아이어스 스킵, 엘리 릴리 그리고 위스 등이다. 또한 베리존, AT&T, 클리어 채널, 몬산토같은 회사들도 있었다.

주주의 이익이 아닌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다

또 다른 변화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그들이 회사 임원을 선발하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에서의 임원을 뽑는 회사 규칙은 합리적이지 않다. 후보에게 반대하는 표들은 영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이사회 구성원 후보가 단 한명이라면 그는 당선이 확정된 것이다. 결의안은 후보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당선되기 위해서는 과반 수 이상의 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엑손-모빌은 그러한 과반수 투표제도 제안을 받아들였다. 올해 엑손에서 13개의 제안 중에서 유일하게 받아들인 제안이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성공사례다. 이사들이 선출되는 방식의 혁신은 진보적인 제안들에 대한 논의와 도입, 투표에 대한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조금 더 보자면... 엑손은 주주결의안으로 ▲미래의 CEO의 급여를 올릴 때에는 주주들의 허락을 받게 하자 ▲지하탐사가 환경에 미치게 될 영향을 조사할 것 ▲노동자들에 대한 성차별을 막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 ▲주주들에게 위조된 기후변화 데이터를 숨기고 있다는 자료를 진위를 밝혀낼 것을 요구했다.

셰브론은 ▲공정이 에콰도르의 시민들에게 끼치는 손실과 보호구역에서의 지하탐사 작업을 추궁 ▲다른 78개의 기업과 함께 국제인권선언의 지침을 만족시키는 인권 정책을 채택하기를 요구하는 주주결의안에 직면했다.

월마트의 주주들은 월마트에게 ▲단체·결사의 자유를 행사하는 고용자들에 대한 협박 중단 ▲판매상품에서 유출되고 있는 독성 물질에 소비자가 노출되게 될 가능성 최소화 ▲경영간부와 훨씬 더 적은 급여를 받는 노동자들 사이의 심한 급여의 차이를 공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위의 모든 결의안들은 거절당했다. 그 모든 안건들은 인간처럼, 회사도 '남이 너에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한다'라는 상식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코카콜라에서처럼 이 모든 결의안은 거절당했다. 그러나 이 행동은 일정한 성과를 조금씩 확보해 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주주들이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5~7년 전에 우리는 전체 표의 3~4%를 얻고는 감격했습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져서 전체 표의 15~20%를 얻게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찬성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있기에 보통의 경우 경영진들이 변화하도록 이끄는 데에 충분합니다."

사회책임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투자컨설팅회사인 FAFN(First Affirmative Financial Network)의 대표인 스티븐 슈드가 한 말입니다.

"점점 더 많은 주주들이 결의안에 찬성표 던지고 있다"

코카콜라 CEO인 E. 네빌 이스델은 실리를 좇으면서도 동시에 양심적인 코카콜라 주주들을 설복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히 그들은 몇 년 동안 풍부한 배당금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비판자들이 예상한 것처럼, 만약 코카콜라가 이윤을 위해서 행동의 결과에 계속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취한다면, 코카콜라는 장기적으로는 주주들이 받아 마땅한 보상물을 가져가는 것을 방해하게 될 것이다.

다른 어느 것보다도 이것이 바로 기업 비판자들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가끔씩 귀 기울이고 그것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회사가 미래의 비용은 상관하지 않고 현재의 이익만을 좇아야 한다는 생각은 해가 갈수록 시대에 뒤진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이는 엄연히 한국사회에도 적용되고 있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함께하는 시민행동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ac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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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 좋은기업만들기 운동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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