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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도시로 떠나 농촌에선 젊은 사람 찾기가 어렵다는 요즘. 신도시의 새 학교들에 밀려, 점점 낙후되는 교육환경으로 폐교 위기까지 갔던 농촌의 작은 학교들이 새로운 기획과 특기적성 교육들을 시도하며 '모두가 다니고 싶은 학교'로 탈바꿈하고 있다.

별을 좇는 아름다운 학교, 김포 '석정초등학교'

▲ 석정초등학교 천문대 사진
ⓒ 김영진
김포시내에서 강화방면으로 1시간여를 달리다보면 2층 옥상에 있는 천문대가 먼저 보이는 작은 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김포시 대곶면 석정리 석정초등학교. 몇 년 전만 해도 전교생 40여명으로 폐교위기에 놓였던 농촌벽지의 한 학교가 지금은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학교, 보내고 싶은 학교가 된 것. 석정초등학교가 그렇게 되기까진 이 학교 이근택 교장의 숨은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이근택 교장은 폐교 위기에 처해있던 석정초에 부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천문대를 만들었다. 천문대를 통해 천체탐구학습의 중심학교로 자리 잡고자 한 게 이 교장의 생각이었다.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 꿈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교육청 관계자를 설득했고, 아이들에게 비행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기 위해 국방부 장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옥상에 설치된 천문대와 비행기는 전교생 누구나 마음껏 보고 만질 수 있다. 2학년에 재학중인 차제원양은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옛날엔 먼 하늘에 지나가는 비행기만 봤는데 직접 만져보니까 신기하고 좋아요. 다른 학교 친구들이 다 부러워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도서실을 만들어 주자는 이 교장의 뜻에 따라 선생님들은 교무실까지 반납 했다. 대신, 연구실 간판이 붙은 좁은 곳으로 모두 이사했다. 아이들을 위해 언제나 연구하자는 뜻에서 붙여진 교무실의 새로운 이름은 '연구실'. 집보다 학교가 더 좋다고 말하는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들도 행복하다.

고사리 같은 1학년 아이들이 중국인 선생님을 따라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은 영어, 중국어, 일어를 한국어처럼 유창하게 말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영어공부나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일반 초등학교의 아이들에 비해 석정초 학생들은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하루 1시간씩 외국인 원어민 교사와 함께 공부한다.

중국어로 수업을 하던 1학년 학생이 중국어로 인사를 한다. "샤우짱 하우(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전라도에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시는 아빠가 신문을 보다가 권해 전학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6학년 박한울(12)양은 엄마와 단둘이 서울에 올라왔다고. 그야말로 외국에 공부하러 떠나는 것처럼 기러기가족이 된 셈이다. 일산등지에서 멀리 통학하는 어린이도 10여명이나 된다.

석정초에선 이번 여름방학에도 어김없이 방학캠프가 계속된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방학에도 원어민 선생님들과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는 석정초 학생들은 방학이 없어도 불만이 없다. 학부모들도 물론 대찬성이다.

방학은 8월25일부터 개학일까지 단 1주일, 그래도 아이들은 교실과 운동장에서 행복해 한다.

희망을 연주하는 파주 웅담초등학교 '관악부'

▲ 웅담초등학교 관악부 사진
ⓒ 김영진
전교 어린이가 78명밖에 되지 않는 시골의 작은학교, 전교생이 한 가족 같은 학교, 선생님들이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울 수 있는 학교, 이런 것 말고도 또 자랑할 것이 있는 학교가 있다. 파주시 법원읍 적성면에 위치한 웅담초(교장 김광년)는 탁트인 파평산을 뒤로하며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길 가에 위치하고 있다.

미군부대가 떠나고 이농이 계속되면서 1000여명에 달하던 학생수는 급격히 줄었다. 지금은 한 학급당 12~13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교 전교생은 정규수업이 끝나도 돌아가지 않는다. 남은 시간엔 학급별로 자율학습 형태의 보충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개인별 특성교육을 하기 위해서 우선 가정환경 조사와 진단평가 성취도평가 기초력 평가등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도 프로그램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해 갔다. 여름과 겨울방학엔 신바람캠프를 운영하여 교사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집중 지도해 가는 형태로 구분하여 학기 내에 부족했던 부분을 가르친다.

폐교직전에 있던 학교에서 관악부를 비롯한 영어, 컴퓨터, 미술 등에 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특기신장 방안에 대해 노력해 온 결과, 관악부는 경기도내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전국대회에서도 은상을 수상하는 등 도시의 어느 학교 못지않은 명성도 갖게 되었다.

웅담초의 관악부는 일반적인 관악부들에 비해 32명의 적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보통 도시의 학교들이 한 악기 당 4, 5명이 내는 소리를 웅담초의 학생들은 1명이 담당해야 하지만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그런 노력 끝에 화려한 수상경력 외에도 경기도 주최 세계 평화축제 등, 지역 내에서 개최하는 축제엔 참가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웅담초에서는 관악부외에도 컴퓨터, 영어, 미술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에는 졸업생 13명 전원이 워드프로세서 3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졸업했다. 이런 노력은 사교육비 절감에도 큰 효과를 주고 있다.

실제 학생들 중 특기적성을 하기 전엔 70여명이 사교육을 하고 있던 것에 비해 2006년엔 단 21명의 학생들만이 사교육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학교에 오기 희망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공동학구라는 것을 만들었을 정도이다.

또 웅담초의 특기적성 수강을 원하는 인근지역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인근의 적성초등학교 학생 7명이 관악합주반을 수강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에게 학교를 개방하는 것은 물론 학부모 지역주민과도 합심하여 학교공원화 사업, 운동장 조경사업 강당건립 등 학교 중장기발전 계획추진을 위한 학교발전기금 한 계좌 갖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100년 역사 다시 쓰는 '교하초등학교'

▲ 교하초등학교 사진
ⓒ 김영진
1907년 개교해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교하초등학교는 불과 2, 3년 전만 해도 이농현상으로 학생수가 줄었다. 그러던 교하초가 경기도 교육청 지정 '돌아오는 농촌학교' 운영을 통해 농촌 소규모 희망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교하초등학교에 들어서면 지형이나 토양의 성분 분석에 따라 종류별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야생화와 교재에 나오는 우리 꽃들, 그리고 수중생태 연못을 만날 수 있다.

이는 학교시설은 물론 외부에도 자연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하초등학교 김연수 교장과 교사들이 손수 가꾼 것들이다. 분수와 물레방아를 이용한 정겨운 풍경으로 조성되어 있는 수중생태 연못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생 생물 관찰도 할 수 있어 교하초만의 자랑거리다.

또 학년별로 고구마 감자, 오이 등 20여종의 채소를 식재하여 성장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고 '교하정'이라는 색다른 정자 공간은 독서활동 야외학습장 휴식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성화 프로그램은 방과 후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며 영어, 컴퓨터, 중국어, 인라이스케이트, 댄스스포츠, 한자, 사물놀이, 단소, 그리기 등은 학교 시설을 이용한다. 이외에도 골프나 수영은 외부기관에 위탁하여 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중 교하초의 특색사업인 사물놀이부에선 3~6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이론과 실기를 겸한 개인별 교육을 실시했으면 이는 사물놀이부를 활성화 하는데 주효하게 작용했다. 교하초 사물놀이부는 파주시 학생종합예술제 입상, 파주시 국악협회 주최 '제 1회 찾아가는 국악공연' 찬조출연, 교하읍 자치센터 공연 등을 통해 지역문화를 이끌어 가는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영작이 가능한 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뉴욕소재 'Public School 200' 초등학교 학생들과 펜팔을 하며 영어실력을 다져 '영어한마당'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교하초등학교는 인근학교 학생들에게까지 프로그램을 개방하여 학부모의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물론 방과 후 보육 및 교육복지를 실현하고자 2006년부터 방과 후 바우처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특기적성부는 단 1주일의 기간을 제외하곤 방학이 없다. 8월7일부터 25일까지 아침 8시50분부터 시작되는 특기적성수업은 낮 12시까지 계속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더욱 알차고 내실 있는 학교로 가꾸어 가기 위해 분주한 교하초등학교엔 오늘도 아이들의 작은 꿈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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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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