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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동국대병원 연안실에 마련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고 하중근 씨 빈소
포항 동국대병원 연안실에 마련된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고 하중근 씨 빈소 ⓒ 최찬문

"중근이가 이렇게 숨을 거두다니, 억울하고 원통해서 어쩌나! 일용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자는 다짐이 아직도 생생한데."

포항건설노조 고 하중근 조합원의 빈소가 마련된 포항동국대병원 영안실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1일 오후 3시경 문상을 온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을 보자, 어느 동료는 "이 지경이 되도록 당신들이 무엇을 했느냐"고 다그쳐, 영안실을 더욱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하중근씨가 소속된 제관분회 김아무개(42세) 조합원은 "중근이 형은 일용 노동자의 삶을 개선시키려 투쟁한 열사"라며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희생돼야 하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아울러 "7월 16일 집회는 평화집회로 진행됐고 당연히 중근이 형도 비무장상태였다"면서 "경찰은 경고 방송도 없이 무단으로 공격해 시위대 앞쪽에 서 있던 중근이 형이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는 "오후 2시 30분경, 집회 사회자가 '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의 (녹음) 메시지가 발표될 것'이란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이 무차별 공격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중근씨가 사고 나기 직전 16일 집회 상황. 시위대는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로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증언자에 따르면, 하중근씨는 집회 선두 4번째 왼쪽 편에 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집회 도중 사회자가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의 (육성 녹음) 연설이 있을 예정이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은 시위대를 공격했다.
하중근씨가 사고 나기 직전 16일 집회 상황. 시위대는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로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증언자에 따르면, 하중근씨는 집회 선두 4번째 왼쪽 편에 서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집회 도중 사회자가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의 (육성 녹음) 연설이 있을 예정이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경찰은 시위대를 공격했다. ⓒ 추연만

당시 경찰은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도 없이 시위대를 급습했으며 하중근씨가 서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왼쪽 방향으로 많이 밀고 간 장면이 목격됐다.
당시 경찰은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도 없이 시위대를 급습했으며 하중근씨가 서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왼쪽 방향으로 많이 밀고 간 장면이 목격됐다. ⓒ 추연만

앞서 하중근씨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던 이영철 전 노조수석부위원장도 "하중근 조합원은 시위대열 선두에서 네번째에 서 있었고 경찰이 치고들어오는 순간 선두쪽 대열에서 약간 옆으로 물러서 인도 블럭 근처에 서 있는 상태였다"고 밝히며 "하중근씨는 많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이후 병원으로 후송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인도주의의사협의회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으로 구성된 '하중근 조합원 사고원인 진상조사단'도 하중근씨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경찰 방패에 의한 것이란 결과를 내놓았다.

진상조사단의 발표에 따르면 "7월 16일, 경찰은 아무런 경고 방송 없이 느닷없이 방패를 수평으로 치켜들고 집회 대오를 공격했다. 집회 대오 오른쪽 앞에 서 있던 하중근 조합원도 방패로 치고 들어오는 경찰에 상체를 맞고 뒤이어 방패의 모서리에 후두부를 찍혀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

하씨의 사망소식에 민주노총은 1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을 갑자기 공격해 방패로 머리를 공격한 행위는 명백한 살인행위"라면서 "작년 말 고 전용철(46·충남 보령), 고 홍덕표(68·전북 김제)씨 등 농민 두 명이 경찰의 폭력진압에 의해 사망한 후에도 경찰은 무리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나아가 경찰청장과 지휘책임자 즉각 처벌과 대통령과 포스코 회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 최찬문

반면 경찰은 "집회 당시 경찰이 촬영한 비디오나 사진 자료에서는 하씨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하씨의 사망원인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윤시영 경북경찰청장은 1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하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오늘 중으로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며, 부검시 노조측에서 추천한 의사와 유족 관계인들을 최대한 입회시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부검을 통해 사인을 정확히 밝혀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경찰의 잘못이 드러난다면 수사 결과에 따라 법적 행정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항건설노조원 2000여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포항 KBS 사옥 앞에서 '진실외면 편파보도 규탄대회'를 가졌다. 노조원들은 포항 KBS 김종철 국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4시에 열린 '건설노조 파업 관련 지역안정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참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김 국장이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회의에 참석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5시 20분경, 포항 KBS 총무부장이 조합원들 앞에서 '김 국장의 유감의 뜻'을 대신 전하고 포항 KBS 노조 지부장도 건설노동자의 실태에 관한 기획을 보도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집회는 마무리됐다.

8월 1일 포항건설노조, 포항 KBS 사옥 앞 항의집회
8월 1일 포항건설노조, 포항 KBS 사옥 앞 항의집회 ⓒ 최찬문

'KBS는 자존심을 지켜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망치를 들고 TV를 깨는 퍼포먼스를 하는 한 노동자
'KBS는 자존심을 지켜라' 공정보도를 요구하며 망치를 들고 TV를 깨는 퍼포먼스를 하는 한 노동자 ⓒ 최찬문

"노조에 본때를 보여라"는 포항시장 발언 소식에 7월 31일 포항시청을 향하는 건설노조원들. 박승호 포항시장은 노조집행부와의 면담에서 포스코 문건에 나타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포스코 실무진이 그렇게 작성했을 뿐"이라며 노조원들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노조에 본때를 보여라"는 포항시장 발언 소식에 7월 31일 포항시청을 향하는 건설노조원들. 박승호 포항시장은 노조집행부와의 면담에서 포스코 문건에 나타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포스코 실무진이 그렇게 작성했을 뿐"이라며 노조원들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 최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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