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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처음 목도한 가지치기 현장. 뒤편으로 보이는 다른 나무들과 대비가 되어서인지 더욱 앙상해보인다.
ⓒ 박정민

생태공원 조성과 생태하천 복원이 지자체장 선거의 단골공약이 된 요즘이지만 보라매공원만은 예외인 모양이다. 공원 한켠에 빽빽이 줄지어선 플라타너스(한국명 양버즘나무)가 어느 날 일제히 '가지 단속'을 당했다.

가로수에 대한 지나친 가지치기는 종종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왔다. 그러나 거기에는 최소한의 이유가 있었다. 가게 간판을 가리니 빨리 잘라달라는 잦은 민원, 전선과 닿아 전기사고가 날 위험성, 태풍에 부러져 사고를 유발할 우려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원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오히려 무분별하게 난립한 간판이 정비의 대상이며 전기사고 문제는 전선에 피막처리를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가지치기를 하더라도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보라매공원의 경우는 가로수 가지치기에 내놓았던 변명마저도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 바로 옆이 드넓은 운동장이기 때문에 간판 관련 민원이 들어올 리도 없으며 주변에 전선이 늘어져있는 것도 아니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보라매공원을 산책할 사람도 거의 없을 듯하다.

▲ 같은 곳을 8월에 다시 찾았다. 이제 간신히 잎들을 달아내고 있다. 그러나 거리의 가로수에 비해도 한참 초라한 수세다. 그나마 곧 가을이고, 내년 봄이면 같은 수난을 다시 당할 것이다.
ⓒ 박정민
관할기관인 서울시 녹지사업소 양묘과에 따르면 수형조절과 생육촉진을 위해 올해부터 가지치기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풀도 아니고 담장 대용으로 심는 나즈막한 조경수도 아닌 큰키나무(교목)를 "모양을 잡아주기 위해" 거의 줄기만 남겨놓았다는 것은 과연 누구의 미적 취향에 따른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생육촉진을 위해서라는 대답도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거의 줄기만 남겨놓는 것이 어떻게 생육촉진이라는 것이며, 설령 생육이 촉진된다 한들 계속 이렇게 쳐낼 것이라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 앙상한 가지 뒤로 서있는 고층건물 군락. 서울에서 무성할 권리를 가진 것은 오직 건물 뿐인가?
ⓒ 박정민
나무와 숲이 주는 수많은 이점이야 거론하기도 새삼스러울 정도다. 더구나 보라매공원은 운동장 위주의 구조이기 때문에 그늘마저 충분치 않다. 한편에서는 시민의 숲이다 서울 숲이다 해서 녹지를 조성하느라 거액의 예산을 들이고 있는 서울시가 다른 한편으로는 있는 나무도 쳐내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보라매공원을 찾는 시민들도 울창한 나무그늘에서 쉬고 싶은 마음은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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