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오후 1시. 천안 독립기념관은 61주년 광복절을 맞아 방문한 사람들로 붐볐다. 연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발걸음은 경쾌했고 가족들과 함께 온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뛰어가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는 색색의 풍선들이 쥐여져 있다. 무엇보다도 풍선에 적혀있는 "나쁜 조선일보 끊자!"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독립기념관 앞, 조선일보 반대 선전물로 가득
기념관 근방 주차장에서부터 독립기념관 정문으로 향하는 길에 조선일보의 친일행적을 고발하는 선전물들이 쭉 세워져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몇몇 이들은 땀을 흘리며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들이 "한번만 읽어주세요"라며 건네주는 유인물에는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11가지 이유와 '제4회 조선일보 반대 춘천마라톤'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유인물을 나눠주는 대학생에게 다가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다.
"아뇨. 조선일보를 바로잡지 않으면 역사바로세우기는 그저 구호에 그칠 거예요. 지금 꽤 덥지만 그래도 보람 있어요."
'민족문제연구소'와 '국민의 힘', '노사모'는 매년 광복절, 독립기념관 앞에서 '언론바로세우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조선일보>의 지난 친일행적과 독재정권에 협력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꼬집으면서 <조선일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올해의 행사 중에는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자전거 투어'가 있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출발해, 15일 천안 독립기념관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조선일보 반대 운동을 펼친 중학교 1학년 함상화(14) 군을 만났다.
함 군은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까닭에 대해 삼촌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삼촌이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해서 같이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며 웃음 짓는 함군은 사진 촬영 때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파리가 독수리다"고 크게 외쳤다.
"정말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신문" vs "꼭 이렇게 해야 하나?"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길을 걸어가며 <조선일보> 반대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었다. 몇몇 시민에게 다가가 "이러한 조선일보 반대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대전에서 가족과 함께 독립기념관을 찾은 김동환(40)씨는 "<조선일보>는 정말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신문"이라며 입을 열었다.
"아이들에게 광복절에 대해 입으로 설명하기보단 직접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서 왔는데 이런 좋은 행사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더 늘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시민은 "<조선일보>는 불쾌한 신문"이라며 "<조선일보> 안 본 지 꽤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안양에서 온 박판목(46)씨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선전물을 바라봤다. 박씨는 "물론 <조선일보>가 잘못 한 것은 알겠는데 굳이 몇 십 년 전의 일까지 이렇게 꺼내서 우리끼리 지지고 볶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자못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역시 이름을 밝히기 꺼리시던 할아버지 한 분은 "내가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조선일보는 친일행적을 일삼았던 신문, 사상에 문제 있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노사모' 사무국장인 심재상(40)씨는 "현실적으로 언론을 규제할 마땅한 방법은 없지만 조선일보가 끼치는 폐해에 대해서 침묵할 수는 없지 않냐"며 입을 열었다.
이어 심씨는 "신문은 사람의 정신체계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며 "<조선일보>는 과거의 친일행적을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낡은 냉전적 사고로 사상공세를 펼치기 때문에 더더욱 침묵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언론바로세우기 운동은 잠시 침묵한 것처럼 보이지만 단지 숨을 고르는 중"이라며 "언론바로세우기 운동을 노무현대통령과 연관짓는 사람들이 많아 조심스럽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 반대 춘천마라톤' 참가자들이 매년 3~4천명이나 된다. 그만큼 <조선일보>의 폐해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 우리의 예상으로는 4년째를 맞는 올해는 약 5천 명 정도의 참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하며 오는 10월에 있을 '조선일보 반대 춘천 마라톤'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덧붙이는 글 | 변지혜 기자와 이경태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