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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6' 포스터.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6' 포스터. ⓒ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하 서울프린지)이 지난 11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홍익대학교 일원에서 닻을 올렸다. 1998년 '독립예술제'로 대학로에서 시작한 서울프린지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2006년 주제는 '아시아 독립예술의 미래, 떠나지 않으면 만날 수 없습니다'이고 축제의 핵심어인 '인디세이'는 '인디(Indie)'와 '오디세이(Odyssey)'를 합친 것이다. 이를 굳이 다시 설명해 보자면 '경계에 선 다양한 예술을 탐험하는 여행자'라고나 할까!

어느 해고, 어느 누구이고 간에 서울프린지를 만나는 순간은 편안하고 즐거운 순간만큼이나 당혹스러울 데가 많다. 때로는 난해한, 가끔은 어이없는, 아주 드물게는 기대 이하의 예술을 접하는 불편함은 이젠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된 듯하다. 그럼에도 해마다 찾을 수밖에 없는 '중독성'은 아마도 '독립 예술'이라 일컬어지는 것에 대한 모종의 부채 의식은 아닌지!

그날의 일정 확인은 기본

키네틱 국악그룹 '옌'의 개막 공연.
키네틱 국악그룹 '옌'의 개막 공연. ⓒ 권오성
지난 11일의 개막 공연 모습.
지난 11일의 개막 공연 모습. ⓒ 권오성
지난 11일 거리 공연으로 만난 '노르웨이 숲 YASU'.
지난 11일 거리 공연으로 만난 '노르웨이 숲 YASU'. ⓒ 권오성
서울프린지는 크게 네 분야로 나뉘어 축제를 벌인다. 음악축제(고성방가), 미술전시축제(내부공사), 무대예술제(이구동성), 거리예술제(중구난방) 등이 축제장 여기저기서 그야말로 정신없이 진행된다.

때문에 보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그날 일정표를 홈페이지(www.seoulfringe.net) 등을 통해서 꼼꼼히 챙기는 건 필수이다. 참고로 올해는 독립영화제의 성격을 가진 '암중모색'은 빠져 있다.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하는 '고성방가'는 서울프린지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 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그래서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공연들로 가득 차 있다.

홍대의 클럽 문화에 대한 정체성 논쟁이 여전히 잠복해 있지만, 어쨌거나 인디 또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 인정해야 할 듯하다. 매주 금요일에서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음악 축제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여간 신나고 즐거운 일이 아니다.

미술전시축제인 '내부공사'를 찾는 오롯한 즐거움은 발품에 따르는 한여름 무더위를 충분히 감당하게 한다. 갤러리와 대안공간 등에서 접할 수 있는 '다채롭고 유쾌한 상상력'의 즐거움이란 오직 현장에서 체험하는 자만의 몫이다. 특히 숲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박훈의 '벌의 공격'을 방문한다면, 축제장 이곳저곳에서 벌을 찾을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안내 받을 수도 있다.

박훈의 '벌의 공격'(숲 갤러리).
박훈의 '벌의 공격'(숲 갤러리). ⓒ 권오성
팀 이도의 '환타지'(갤러리 스케이프).
팀 이도의 '환타지'(갤러리 스케이프). ⓒ 권오성
'내부공사'의 다양한 전시 작품들.
'내부공사'의 다양한 전시 작품들. ⓒ 권오성
연극·무용·마임·퍼포먼스 등의 무대예술제 '이구동성'은 위험 부담(!)이 있지만 남다른 전통적 재미가 있다. 정말이지 드물지만 입장 비용을 떠올리게 하는 공연을 마주하는 추억들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그래도 46개 팀이 대거 참가하는 그네들의 열정 무대에 한 번쯤 방문하여 박수를 쳐도 좋을 것이다. '독립적인' 무대 예술을 무턱대고 인상 찌푸리며 곁눈질로 내려 보기 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부림하는 이들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을 기대한다.

'중구난방'은 거리예술제이다. 해가 갈수록 서울프린지의 거리 축제는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주요 축제장인 '걷고 싶은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짜릿한 우연! 게릴라처럼 불쑥 나타나는 예술가와 '인디만발공작단'의 갖가지 퍼포먼스에 깜짝 반응하는 자신의 '예술 감성'을 측정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정적인 무대 중심의 축제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공감각적 행위 예술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절대 과하지 않다.

'독립 예술의 바닷가'를 거닐며

'인디만발공작단'의 거리 공연.
'인디만발공작단'의 거리 공연. ⓒ 권오성
행사장 풍경.
행사장 풍경. ⓒ 권오성
행사장 풍경.
행사장 풍경. ⓒ 권오성
이밖에 축제 기간 동안 매일 오후 2시에서 새벽 1시까지 프린지클럽 '빵'에서는 예술가, 인디스트(서울프린지의 자원봉사자를 일컬음), 방문객들의 교류 마당이 이어진다. 17일 오후 4시엔 '탈장르예술 비평을 비평한다'를 주제로 학술행사가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축제를 방문할 여건이 안 되는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프린지데일리'를 눈여겨본다면, 매일 아쉬우나마 급한 축제의 갈증을 풀 수 있다.

아무튼 서울프린지를 방문할 때는 '독립 예술의 바닷가'를 거닐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바닷가에서 우연찮게 맘에 드는 조개껍질이나 조약돌을 수줍게 주워 함박웃음을 짓듯, 그렇게 자신만의 소중한 '독립 예술의 추억'을, 마음을 비우고 만나는 것이다. 그래, 떠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고 했다. 미지의 누군가와, 무엇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축제의 여행길은 그래서 견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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