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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재경위 의원들이 5만원권,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을 명시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고액권 발행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사진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
국회 재경위 의원들이 5만원권,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을 명시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 고액권 발행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사진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회 재경위 의원들이 5만원권, 10만원권 등 고액권 발행을 명시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10만원 수표의 발행비용인 연간 4000억원이 절약되고 세계 10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화폐의 액면가치를 높이며, 1천원, 5천원, 1만원 세 가지로 이루어진 지폐권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과 이를 지지하는 한국은행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실련은 화폐사용 등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아직도 적지않은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고, 특히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의 고액권 발행 주장은 그 저의가 의심되는 문제라 인식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대선을 앞둔 시기 고액권 발행 논의는 적절치 않아

우리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가장 고질적인 사회부패 중 하나가 바로 불법 정치자금 문제이다. 특히 '사과상자', '차떼기' 등의 단어를 유행시킨 천문학적인 액수의 대선 비자금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권의 표본이다.

액수와 사회적 파급력이 엄청난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그 개선이 요원한 상태로 선거때마다 불거져 나오고 있다. 불과 약 두 달여 전에 치루어진 5월 지방선거에서도 선거가 끝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불법 선거자금 사용 등을 포함, 6명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정치자금 수수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자금 수수를 덮고 넘어가는 정치권 및 사법부의 구태에 그 원인이 있다. 사법처리된 기업인 및 정치인들의 상당수가 재판부의 재량권 남용으로 죄값보다 터무니없이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또 실형을 받더라도 특별사면 등을 통해 풀려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과 올해의 특별사면이 대표적인 경우로 지난 대선 비자금에 연루된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특사를 통해 모두 풀려나 논란을 빚었다.

이런 상태에서 또다시 불법 정치자금의 조성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고액권을 발행하자고 하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계산된 주장이라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최근 CD(양도성예금증서)의 무기명 거래까지 투명화하자는 논의가 전개되는 시점에서 음성적 거래의 단위를 더욱 고액화시켜 사회부패를 증대시킬 소지가 다분한 고액권 발행 주장은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정치권과 한국은행은 고액권 발행이 현실화될 경우 수표발행비용 절감을 능가하는 사회적 부패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신용카드 및 온라인거래 활성화 위한 수수료 적정화 노력 필요>

5만원권, 10만원권이 발행될 경우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화폐사용의 편의성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화폐의 발행여부를 단순히 편의성만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거래의 양성화는 현 사회변화의 추세이다. 고액권 발행의 근거로 언급되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그 사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신용카드 사용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직불카드 형태인 체크카드의 보급으로 화폐보유의 필요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뱅킹 등 온라인 거래의 활성화도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기록이 남지 않는 화폐거래는 불법 정치자금뿐 아니라 자영업자의 소득탈루에 악용되는 등 각종 불법거래를 양산할 뿐이다.

두말할 것 없이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액권을 통한 화폐사용 편의를 제고하는 것보다 거래의 양성화와 투명성을 높이는 신용카드나 온라인 거래를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현재는 고액권 발행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신용카드와 온라인 거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수수료를 적정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고액권 발행 주장을 중단하고, 수수료 인하 등 거래의 양성화를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고액권이 발행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

고액권이 발행될 경우 가장 우려할 만한 것이 바로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경제전망치를 어둡게 하는 현 상황에서 얼마 전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 인상을 결정하였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선제방어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고액권 발행에 대해 통화정책과 물가안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현 상황은 매우 역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침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 불안전성을 가중시키는 고액권 발행을 현 시기에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경실련은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한 고액권 화폐발행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치적 계산에 다름 아니라 판단한다. 불법정치자금을 근절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 대선 직전에 고액권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으며, 현재보다 더 큰 사회부패를 초래할 우려가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오히려 거래를 투명화하는 신용거래 및 온라인거래를 확대시키기 위한 수수료 적정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성급한 고액권 발행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적 우려를 증가시킬 따름이다. 경실련은 정치권이 고액권 발행 주장을 중단하길 촉구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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