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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자는 틈에 살짝 찍으려 했는데...
잠시 잠자는 틈에 살짝 찍으려 했는데... ⓒ 정판수
그런데 한 애가 그만 이틀을 못 넘기고 죽었어요. 가장 먼저 태어난 애고, 가장 튼튼한 애였는데, 집이 너무 좁아 아마도 제 어미가 오가다 발에 치어 질식해 죽은 것 같아요. 새 집을 만들어줘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애들이 태어났어요.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 잘못이지요. 진작에 대처 못한.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그대로 둘 수 없어, 강산이에게 변을 보게 하려고 잠시 옆으로 데려간 틈에 죽은 새끼를 빼냈어요.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돌아온 강산이는 새끼가 없어진 걸 눈치 채고 한동안 두리번두리번하며 찾았지만 없자, 자꾸만 밭 쪽을 바라보는 거예요. 그런데 그 밭쪽은 제 새끼를 묻은 곳이었어요. 분명히 강산이가 못 볼 때 묻었는데도 말이에요. 그곳이 제 새끼가 묻힌 곳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왼쪽부터 임시로 붙여준 이름 '일남이', '이순이', '삼순이'. 이 중 이순이는 검게 보이지만 자라면 누렇게 된다는군요.
왼쪽부터 임시로 붙여준 이름 '일남이', '이순이', '삼순이'. 이 중 이순이는 검게 보이지만 자라면 누렇게 된다는군요. ⓒ 정판수
오늘이 사흘짼데 애들은 잘 자라고 있어요. 하루가 몰라보게. 어제보다 갑절은 더 큰 것 같아요.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몸도 가누지 못하지만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너무 귀여워요.

그래도 의사 표시는 또렷이 해요. 제 어미가 배꼽 근처 탯줄이 말라붙은 곳을 핥아주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제 어미젖을 찾지 못하면 또 소릴 질러요. 그런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는데 어미인 강산이가 큰일이에요. 새끼 낳기 전엔 우리들이 ‘묵돌이’란 별명을 붙일 정도로 그렇게 먹성이 좋더니, 갑자기 먹지 않으려 드는 거예요. 무엇이든 주기만 하면 그릇을 깨끗이 비워내곤 했는데….

미역국을 끓여주고, 고기를 구워주고, 소시지를 사다줘도 먹지 않네요. 심지어 그렇게 잘 먹는 비스킷도 하나만 씹더니 그만이네요. 겨우 우유만 조금 핥을 뿐 도무지 입에 뭘 넣으려 들지 않아 궁리하다 못해 밥을 우유에 말아줬는데도 우유만 먹고는 건더기는 먹지를 않네요.

새끼를 갓 배었을 때의 강산이 모습
새끼를 갓 배었을 때의 강산이 모습 ⓒ 정판수
이웃집 된장아주머니(된장을 만들어 팔기에 붙여진 호칭)가 와서 방법을 가르쳐 주기에 그렇게 해보았어요. 음식을 손에 묻혀 먹여보라는 거예요. 그대로 해보았더니 분명 전보다는 나았지만 그래도 역시 충분하게 먹진 않네요. 큰일이네요. 새끼 젖을 먹이려면 충분히 젖을 만들만큼 잘 먹어줘야 할 텐데….

오늘 비가 오기에 지붕 위에 천막을 덮어주고 나오니 고마운지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따스하네요. 새끼가 어떻게 새끼를 낳으며 기를까 하고 고민했는데, 새끼를 거두는 행동이 여간 아니네요. 그래서 큰 걱정은 안 해요. 새끼를 위해서라도 곧 식사를 제대로 하리라고.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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