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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되찾고 나서 행복해졌다는 김동주씨.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사람들에게 참된 행복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하던 일을 뒤로하고 웃음 전도사로 나섰다.
웃음을 되찾고 나서 행복해졌다는 김동주씨.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사람들에게 참된 행복 웃음을 전달하기 위해 하던 일을 뒤로하고 웃음 전도사로 나섰다. ⓒ 장희용
깔깔깔, 하하하, 호호호, 키득키득, 킥킥, 히히, 까르르, 큭큭큭, 와하하하….

우리나라 말의 표현이 다양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웃음소리 하나를 나타내는 표현도 이렇게 다양한 언어가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렇게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즐거워지는 이 수많은 웃음소리를 요즘 세상에서는 왜 그리도 듣기가 어려운지.

나 또한 하루 중에 얼마나 웃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웃은 기억은 별로 없고 짜증내고 속상하고 열받고 힘들어 지치고 화를 낸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 그만큼 웃음을 잃어버린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목젖이 드러나도록 고개를 뒤로 젖히고 호탕하게 웃은 기억은 애써 떠올리려 해도 좀처럼 떠오르질 않는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문득 문득 내 기억 속에 있던 것들을 꺼내어 조합해 보니 회사에서의 스트레스, 집에서의 크고 작은 부딪힘들, 현재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뭐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웃을 일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웃지 않는 것일까? 말해 놓고 곱씹어 생각해 보니 웃을 일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웃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웃음 전도사 김동주씨가 한 장애인센터를 찾아 장애인들과 함께 신나는 웃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웃음 전도사 김동주씨가 한 장애인센터를 찾아 장애인들과 함께 신나는 웃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장희용
웃음전도사가 나를 웃기다!

지난 25일 장애인센터를 찾을 일이 있어 들렀다. '웃음'에 대한 강좌를 한다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요즘 마음도 심난한데 잘 됐다 싶어 시간을 내어 강좌를 듣기로 했다.

평소에도 막 웃고 떠드는 분위기에 선뜻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닌지라 어색했지만, 듣기만 해도 기분을 유쾌하게 만드는 강사의 시원한 목소리와 생기있는 활발한 몸짓에 어느덧 나도 모르게 신나게 박수를 치며 웃어 젖힌다.

30분의 짧은 강의가 끝나자 강사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다 문득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사는 원래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을까? 그래서 웃음치료 강사로 나서게 된 것일까? 웃음이 가득 담긴 그의 얼굴을 보니, 이런저런 궁금증이 일었다.

강의가 끝나고 난 후 강사에게 다가가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얼굴이 바로 '명함'이지 싶을 정도이다. '나보다 더 많이 지쳐있을 것 같은 중년 남자의 얼굴에 이토록 밝은 미소가 담겨 있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환한 얼굴이다.

"동동주, 김동주입니다. 하하하!"

자신을 소개하며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짓는 웃음치료 전문강사 김동주씨. 그러나 듣는 나는 순간적으로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다. 뭐라고 할까, 웃음 강사이다보니 누구를 만나든 웃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나도 웃어야 하나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가면서 나도 약간 썰렁하게 "아~ 예! 하하…" 하며 어색한 미소를 슬쩍 지어본다.

김 강사는 웃음치료를 알기 전에는 웃음 한 점 없는 사람이었다고. 오히려 성격이 소극적이고 엄격했던 탓에 실없는 농담도 쉽지 않았고 스스로 받는 스트레스도 많았단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서일까, 이곳 저곳 안 아픈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웃음치료를 만난 후 180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성격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아이들이 제일 많이 인정해주고 좋아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웃음 한 번 짓지 않는 엄격한 아빠였다면 지금은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인기만점 아빠란다. 안 봐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정말로 유쾌하게 말을 쏟아냈다.

그의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어디 아이들뿐일까? 아내도, 친구들도, 웃음 치료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그의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다고 한다. 자신이 먼저 웃으니 주위의 사람들도 웃게 되고, 그래서 만나면 모두가 즐겁게 웃는 사이가 되었다고.

하던 일 그만두고 '웃음강사'로... "적게 벌어도 행복하다"

김동주씨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말한다. "오늘부터라도 거울 보며 '쌩긋' 웃는 연습 한 번 해보세요. 자, 이렇게. 자, 환하게 스마일~ 근심 걱정 털어버리고 환하게 스마일~"
김동주씨는 오늘도 사람들에게 말한다. "오늘부터라도 거울 보며 '쌩긋' 웃는 연습 한 번 해보세요. 자, 이렇게. 자, 환하게 스마일~ 근심 걱정 털어버리고 환하게 스마일~" ⓒ 장희용
그는 어느새 잃어버린 웃음과 행복을 되찾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어 하던 일도 관두고 '웃음치료 전문 강사'로 나섰다.

김 강사는 지금까지 군산YMCA,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주고 있다. 6~7명 정도를 모아두고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웃을 일이 없는 이들하고의 '웃음 생활'인 것이다. 조금씩 밝아지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강사료를 받는 적도 있지만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돈벌이는 시원치 않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하고 있는 일이 즐겁기에 마음의 걱정은 없단다. 오히려 지금의 자신이 더 행복하다고.

"예전에 벌어놓은 돈, 지금 다 까먹고 있어요. 그래도 예전보다 덜 쓰면서 사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어요. 하하."

듣는 사람은 '에고, 이를 어쩌나' 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먼저 드는데 정작 본인은 "행복하다"며 웃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김 강사의 웃음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그동안 적은 인원이 모인 곳에서 강의하던 것과는 다른 많은 대중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지역에 있는 한 문화센터에서의 강의가 바로 그것. 가정 안에서 웃는 방법을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가정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중하고, 그래서 웃음이 넘치는 행복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에게 '가정 안에서 웃은 방법'을 살짝 물었다.

그는 "행복은 일상에 너무도 많이 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모르거나 외면할 뿐"이라며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억지웃음이지만 억지웃음이 회를 거듭할수록 습관적인 웃음이 되고, 습관적인 웃음이 생각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바꿔준다는 얘기다.

사소한 일에도 웃고, 억지로라도 웃고, 웃을 일 만들어서라도 웃는 것, 그가 말하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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