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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신5주->6주->10주->12주 모습입니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신5주->6주->10주->12주 모습입니다. ⓒ 정상혁
2주 전이니까 임신 12주쯤이 되었을 때쯤입니다. 늘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에서 입체 초음파 검사를 위해 들렀습니다. 병원에서 12주를 전후하여 태아 목 뒤의 투명대 두께를 통해 기형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기라고 설명합니다.

이날 입체 초음파도 아내와 함께 볼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 2차원의 평면으로만 보아오던 아기를 3차원의 입체감 있는 화면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자못 기대를 하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통상 투명대의 두께가 3mm를 넘으면 다운증후군 등의 기형아일 확률이 60∼70%라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 아기는 1.4mm 정도라고 하여 일단 한숨을 놓았습니다. 투명대 두께를 확인한 다음 편안한 마음으로 3차원 초음파를 감상하는데, 요즘은 집에서도 볼 수 있도록 초음파 동영상을 비디오나 CD로 담아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야, 초음파 동영상을 분석하면 아기가 남잔지 여잔지 알 수 있대."
"누가 그래?"
"인터넷에 임산부들이 글 올려놨던데? 아랫도리에 조리퐁 모양이 보이면 딸이래."


사실 아기를 갖게 되면 제일 궁금한 것이 아기가 건강한지 여부이고, 그 다음이 아기의 성별일 겁니다.

옛날에는 산모의 배 모양이나 어떤 게 입에 당기는지 하는 것으로 아들인지 딸인지를 추측하고는 했답니다. 아들일 경우 고기나 기름진 게 당긴다거나 나중에 배가 옆으로 퍼지고, 딸이면 배가 앞으로 볼록하게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들이지요. 요즘은 발달한 과학 덕분으로 초음파 동영상 분석이라는 방법을 이용하나 봅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에 병원에서 받은 CD를 넣고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아기가 아내를 닮아서 얌전한 모양입니다. 도통 움직이지도 않다가 딱 한 번 몸을 트는데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바로 이때뿐입니다.

그런데 시간도 너무 짧고 화면을 분석하는 제 눈도 막눈인지라 조리퐁인지 고추인지 도무지 분석불가입니다.

한 10여 분쯤을 앞으로 뒤로 돌려가며 열심히 찾았는데 이내 포기했습니다. 물론 아내는 아기 옷이며 출산용품을 준비하는데 미리 성별을 알면 도움이 된다며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물론 궁금하지만 선뜻 의사선생님께 물어보거나 굳이 알려고 노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태아 성감별은 범죄로 처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성감별을 통해서 많은 낙태가 이루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조금은 민감한 이슈이긴 하지만 임신 전 기간을 통해 태아 성감별을 금지하는 것보다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쉽게 낙태를 결정할 수 있는 임신 초기를 제외한 이후부터는 요청에 의해서 성별을 알려주는 게 어떨까 합니다.

모두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원하지 않는 성별이어서 낙태를 결심하는 부부들은 갈수록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더 강력히 막아야 할 부분은 무분별한 낙태입니다.

법으로 허용하는 유전적 질환이나 강간 등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 임신이 산모에게 치명적일 경우를 제외하고도 주변에서는 법에 구애받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는 낙태가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제 아기를 포함한 새롭게 생긴 모든 소중한 뱃속 생명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라고 태어나서 우리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사실 60을 모두 넘긴 제 부모님들조차도 며느리에게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 말고, 아들이건 딸이건 네 자식이니 건강하게만 잘 키워라"고 하신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아기가 아내를 닮은 예쁘고 다소곳한 '딸 아이'였으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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