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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천왕문에서 경건하게 사천왕께 합장 반배하는 모습.
통도사 천왕문에서 경건하게 사천왕께 합장 반배하는 모습. ⓒ 김성후

절 입구에 모셔진 부도(浮屠)를 만나면 합장하여 절을 하며 탑(塔)은 부처님 사리를 모신 신성한 곳이므로 실제로 사리가 모셔져 있지 않더라도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합장하여 삼배(三拜)를 올립니다. 그리고 탑을 돌 때에는 자기의 오른쪽에 탑이 위치하도록 하고 세 번 또는 여러 번 도는데 이것은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오는 예배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법당에 올라가는 계단은 가운데와 좌우의 계단이 별개로 있는 경우도 있고, 넓은 가운데 계단 하나만 있는 경우도 있는데 가운데 계단을 피하여 오른쪽이나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시고 계단이 하나만 있는 경우에는 가운데를 피하며 측면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그리고 법당에 들어 갈 때도 마찬가지로 가운데 있는 문이 아니라 좌우측의 문을 이용하며 문 밖에서 신발을 잘 정돈해야 합니다. 한편 법당은 부처님을 모신 곳으로 스님과 신자들이 예배하는 신성한 장소이므로 조용히 해야 합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을 열면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되기 때문에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합니다.

법당에 들어서면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절을 한 뒤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합장한 자세로 조용히 불전으로 나아가거나 예배를 하기 위하여 적당한 자리를 찾아갑니다. 또 부처님께 절하고 있는 다른 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부처님을 중심으로 하여 가운데 통로는 사용해서는 안 되며, 부득이 가운데를 지나갈 때에는 합장한 자세로 허리를 굽히고 경건하게 지나가야 합니다.

부처님께 향이나 초를 올리기 위하여 준비하였더라도 이미 촛불이 켜져 있거나 향이 피워져 있으면 준비한 향과 초를 그대로 부처님 전에 올려놓는 것으로 공양을 대신합니다. 다른 사람이 켜 놓은 촛불을 끄고 자기가 준비한 초에 다시 불을 붙여 올린다든지 이미 촛불과 향불이 피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촛불과 향불을 켜서도 안 됩니다.

향을 올릴 때에는 합장한 자세 그대로 부처님께 나아가서 부처님 앞에 이르게 되면 합장 절을 올린 다음 향합에 있는 향이나 준비한 향을 잡고 촛불에 향불을 붙입니다. 향에 붙은 불을 입김으로 끄지 말고 손을 이용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꺼야 합니다. 불이 붙은 쪽이 위로 가도록 두 손으로 받쳐 잡되 오른손은 향의 가운데를 잡고 왼손은 오른 손목을 받쳐 잡은 다음 향을 든 손을 이마 높이로 올려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표한 다음 향로 중앙에 똑바로 꽂고 난 뒤 합장한 자세로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참배를 드리면 됩니다.

법당에서 밖으로 나올 때에는 먼저 법당 안에 다른 사람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기가 마지막으로 법당을 나오게 되는 경우에는 촛불을 끄고 정돈한 후 나와야 합니다. 법당은 거의가 목조건물이므로 불이 나면 곧바로 타버릴 정도로 취약한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촛불을 끌 때도 불전으로 나아가 합장하여 절을 하고 손으로 불을 끄거나 별도의 기구를 사용하여야 하며, 촛불을 끈 다음 다시 뒤로 물러서서 합장하여 절하고 법당을 나오도록 합니다.

나올 때에도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합장한 자세로 들어왔던 문으로 와서 상단의 부처님께 합장하여 절을 한 다음 뒷걸음으로 문을 나오도록 합니다. 법당을 나올 때 뒷사람은 앞사람이 신발을 다 신을 때까지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기다리며 또한 자기 신발을 다 신은 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신을 좋은 위치로 가져다주든가 흐트러진 신발이 있으면 가지런하게 놓는 것이 좋습니다.

절에 부탁드리는 말

이제 사찰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알아봤으니 마지막으로 절에 계신 분들께 아주 작은 부탁을 드리고 싶은 점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불교신자가 아니면서 절을 찾는 많은 사람들, 즉 나들이를 목적으로 온 사람들에게 좀 더 융통성 있고 개방적으로 대해달라는 것입니다.

서로가 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 다른 마당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통제에 따라달라고만 하지 마시고 최소한의 금기(禁忌) 이외엔 허용을 해주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십사 하는 것이지요.

'사진촬영금지'라 멀리 문 밖에서 찍은 부석사 무량수전 내 소조아미타불.
'사진촬영금지'라 멀리 문 밖에서 찍은 부석사 무량수전 내 소조아미타불. ⓒ 김성후
절에 가보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글이 바로 '사진촬영 금지'입니다. 가장 높으신 분인 부처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무례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아니면 카메라의 섬광이 문화재를 훼손하는 것이라 금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멀리서라도 카메라를 들고 불상을 향해 렌즈를 돌리면 벼락같은 호통을 듣습니다. 글자도 못 읽은 무식한 사람 내지는 예절을 모르는 불한당으로 몰리며 말입니다. 저도 유명한 사찰에서 수십 명 앞에서 그런 봉변을 당하고 꼼짝없이 뒤돌아 나온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이제는 오직 승려와 신자들만의 절이 아니라 우리 문화재로서 널리 알리고 보존해야 할 공간으로써의 기능도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기왕 문을 활짝 열어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했다면 기도와 예배에 방해가 없는 순간의 실내 촬영 정도는 허용해도 무방하지 않나 하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요즘 박물관도 실내에서 삼각대와 섬광이 없으면 사진을 허용하는 추세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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